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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단지 조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에는 ‘우영우’를 보고 말하는 다수와 아직 보지 않은 소수만 있는 듯하다. 

우영우 변호사 앞에 ‘이상한’이 붙은 것은 독특한 행동 때문이다. 그녀는 법조문과 판례를 줄줄 외우는 비상한 기억력에, 틀에 박히지 않은 발상을 거듭하는 창조성을 보이는 한편, 회전문을 통과하는 게 남들보다 힘들고 예민한 감각 탓에 불안에 자주 빠진다. ‘자폐 스펙트럼’ 현상이다.

『뉴로트라이브』(알마 펴냄)에서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 스티브 실버만은 자폐인을 ‘뉴로트라이브’라고 부른다. ‘신경’을 뜻하는 뉴로(Neuro)와 ‘부족’을 뜻하는 트라이브(Tribe)를 합쳐 만든 신조어이다. 뇌가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경학적 소수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38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자폐인은 자기 감각과 관심에는 예민하고, 타인과 소통에는 약한 사람들이다. 특히, 시각적 민감성이 특징이다. 물건이 제자리에 놓이지 않았거나 빛이 약간 밝은 경우에도 특유의 민감함 탓에 공황을 일으키고, 특정 도형이나 패턴에 고도의 집중력을 드러낸다. 특성의 범위가 무척 넓기에 장애나 질병보다 스펙트럼이라고 불린다.

저자는 자폐를 정상/비정상이 아니라 ‘신경 다양성’으로 설명한다. 컴퓨터 운영체제가 다르듯, 신경 운영체제가 다른 소수자라는 뜻이다. 비자폐인이 지나치게 산만하고 쓸데없이 사교적이어서 정작 문제에 부닥쳤을 때도 잘 집중하지 못한다면, 자폐인은 평소에도 극도로 높은 예민함과 집중력을 유지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대가로 흔히 탁월한 기억력, 계산능력, 언어능력, 예술적 재능, 상상력 등을 얻는다. 비자폐인이 범용성 높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라면, 자폐인은 그래픽 처리 능력이 뛰어난 애플인 셈이다.

양자역학을 창시한 물리학자 폴 디렉, 에디슨과 함께 발명 경쟁을 벌였던 니콜라 테슬라, 현대 언어 철학의 아버지 비트겐슈타인, SF소설 장르를 개화한 작가 휴고 건즈백 등 큰 업적을 남긴 이들이 모두 자폐인이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와 그 자녀 중에는 자폐인 비율이 상당히 높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들과 다르게 감각하고 생각하면서 비사교적 집중력을 오래, 끈질기게 유지해야 하는 까닭일 테다.

어쩌면 인류가 뜻밖의 난문과 마주쳤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안에 자폐 운영체제가 널리 살아남았을지 모른다. 저자가 바라듯, ‘단지 조금 이상한’ 이들을 깊게 이해하고 ‘예민하게’ 배려하면서 이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세상은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언제나 한 사회의 창조성은 다양성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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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칼럼입니다

 

스티브 실버만, 『뉴로트라이브』(강병철 옮김, 알마,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