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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시간에 대하여

시간은, 본질적으로 기억과 예측으로 만들어진 뇌를 가진 인간이 세상과 상호 작용을 하는 형식이며, 우리 정체성의 원천이다. 그리고 우리의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과거에 혹은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 우리의 기억 속에, 우리의 예측 속에 있다. 우리는 영원불멸을 갈망하고 시간의 흐름에 고통스러워한다. 시간은 고통이다.

이것이 시간이다. 이런 특성이 우리를 매혹하며 안절부절못하게 만든다. (중략)

시간은 세상의 일시적인 구조이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일시적인 변동일 뿐이면서도, 우리를 어떤 존재로 생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시간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그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고, 우리 자신에게 우리라는 소중한 존재를 선물하고, 모든 고통의 근원인 영원에 대한 허무한 환상을 만들게 한다.

_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중원 옮김(쌤앤파커스, 201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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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푹 빠져서 완독!!!
물리학으로 쓴 한 편의 시입니다.

"공간과 시간은 세상을 담는 틀이나 용기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그러한 형태는 양자 동역학의 근사치일 뿐이며, 그 자체만으로는 공간도 시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오직 사건들과 관계들만이 존재한다. 기초 물리학의 시간은 세상에 없다."

백신 후유증에 시달리는 무기력한 마음을 붙잡아 준 책.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아인슈타인 삼총사의 시간 물리학과 릴케, 프루스트의 문학, 아우구스티누스의 현상학이 만나서 루프양자중력 이론과 함께 그려낸 아름다운 시간의 풍경화.

우주에는 시간은 없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분명히 있다. 시간은 우리 인간의 특수한 물리적 조건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 책 때문에
시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시간을 다른 책들도 책상 옆에 쌓아두고
틈날 때마다 한 달 정도 읽어 볼 생각....

강추입니다!!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중원 옮김(쌤앤파커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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