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초는 세슘 원자의 진동수(초당 91억 9263만 1770회)에 따라 결정된다. 하루는 지구 자전 운동이 아니라 이 진동수의 규칙적 쌓임으로 정해진다.
- 지구 자전 운동은 아주 미세하게 느려진다. 이에 따라 원자초를 세계시의 기준으로 삼은 후 하루가 점점 길어지는 문제가 생겨났다. 그래서 2년마다 1초씩 더하는 윤초가 만들어졌다.
-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은 자연의 시간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정해서 유포하는 인공 시간이다.
- 전 세계 세슘 시계는 약 320개이다. 이 시계들은 나노초 단위에서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 국제 표준시는 그중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마스터시계 50개의 차이를 조정해서 생산한다. 이를 협정 세계시라고 한다.
- 정확한 시간은 없다. 평균 시간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국제도량형국 시간 담당 부서가 발간하는 월간 뉴스레터 <서큘러 T>, 즉 종이 위에 존재한다.(^^;;) 각국은 이 보고서에 맞추어 매달 자기 시계를 배를 조정하듯이 '조타'한다. / 문제는 조타에 돈이 든다는 것이다. 돈 탓에 저절로 게을러지는 시계들도 존재한다.
-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협정 세계시는 실시간이 아니라 지난달 시간이다. 지난달 보내온 데이터를 취합해 평균을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난달 시간을 보면서, 즉 과거를 돌아보면서 언젠가 온 인류가 서로 시간을 완벽히 맞추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셈이다.
- 협정 세계시를 만드는 건 위원회다. 위원회는 뛰어난 컴퓨터, 알고리즘, 원자시계 등이 보내오는 데이터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 데이터는 서로 달라서 가중치 등을 부여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이건 사려 깊은 과학자들의 대화로 결정된다. 결국, 시간이란 서로 대화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다. 시간은 회의의 결과물처럼 작동한다.
- 우리 내부의 시계도 마찬가지로 대화의 결과이다. 우리 몸속의 기관이나 세포에는 수많은 시계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보조를 맞춘다. 뇌 안에도 수많은 시계가 있다. 뇌 안의 시간 역시 집합적 활동의 결과이다. 뇌 안의 시계와 뇌 밖의 시계도 대화를 끊이지 않는다.
- 시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상호작용이다.
_ 앨런 버딕, 『시간은 왜 흘러가는가』, 이영기 옮김(엑스오북스, 201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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