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雜文)/걷는 생각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홀로코스트 기념비」(1995) - 비엔나 유대인광장

레이철 화이트헤드의「홀로코스트 기념비」(1995)

비엔나 유대인 광장에 있는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홀로코스트 기념비」(1995).

이 작품은 책등 대신 책배가 드러난 형태로 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를 모형으로 만들어졌다. 


제목이 없을지라도 여전히 책은 책이다.

자세히 살피면 똑같아 보이는 책배에도 어떤 고유한 표지들이 새겨져 있다.

기억한다는 것은 애써 노력해서 한걸음 다가서면서 그 미세한 흔적들을 적극적으로 읽어 냄으로써 성립한다.

그런데 이 책들에는 정체를 드러내는 어떠한 이름도 적혀 있지 않기에 

우리의 흔적 읽기는 기억의 복원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창조가 된다.

6만 5000명의 홀로코스트 희생자 각각을 상징하는 이 책들에 

자신의 기억을 바치면서 일종의 저자로서 텍스트를 만들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은 예술이란 사람들의 그러한 행위성을 만드는 실천이다.


우리가 만드는 책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잡문(雜文) > 걷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노후 준비  (0) 2019.12.09
겨울을 맞는 마음  (0) 2019.11.24
일을 사랑하는 법  (0) 2019.11.20
가벼움의 시대  (0) 2019.11.19
88년생 김안나 - 일의 기쁨과 슬픔  (0) 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