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秦誓)」에 이르기를, “한 사람 신하가 있어서 한결같이 정성스러울 뿐 다른 재주는 없으나, 그 마음이 너그러워서 [남을] 포용함이 있는 것 같다. 남이 재주가 있으면 자신한테 그것이 있는 것처럼 여기고, 남이 뛰어나고 총명하면 그 마음으로까지 좋아하지 그 입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능히 그들을 포용할 수 있으니 이로써 우리 자손과 백성을 보전할 수 있으니 또한 이로움이 있기를 바랄 수 있겠구나! [다시 한 신하가 있어서] 남이 재주가 있으면 시샘하고 질투하여 그를 미워하고, 남이 뛰어나고 총명하면 이를 어그러뜨리고 [임금과] 통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사람은 포용할 수 없으니 이로써 우리 자손과 백성을 보전할 수 없으니 도한 위태롭구나!
秦誓曰, 若有一个臣, 斷斷兮, 無他技, 其心休休焉, 其如有容焉. 人之有技, 若己有之. 人之彦聖, 其心好之, 不啻若自其口出, 寔能容之, 以能保我子孫黎民, 尙亦有利哉! 人之有技, 媢疾以惡之. 人之彦聖, 而違之, 俾不通, 寔不能容, 以不能我子孫黎民, 亦曰殆哉!
「진서(秦誓)」는 『서경(書經)』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진나라 목공(秦穆公)의 맹세를 담고 있습니다. 진나라 목공이 이런 맹세를 하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鄭)나라 사람이 와서 성문을 몰래 열어주겠다는 말만 믿고 목공은 군대를 보내 정나라를 공격합니다. 백리해(百里奚), 건숙(蹇叔) 등 나라의 원로들이 그 부당함을 설명하면서 눈물로 말리지만 천하의 패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목공은 끝내 군대를 보내 정나라를 칩니다. 그러나 도중에 정나라에 출정 사실이 알려지고, 정나라가 진나라를 맞아 싸울 준비를 굳혔다는 말을 들은 진나라 장수들은 작은 군공이나마 얻으려고 엉뚱하게 정나라 옆에 있는 활(滑)나라를 공격합니다. 이 자체도 부당해서 지탄을 받을 일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활나라가 중원의 또 다른 강대국 진(晉)나라의 속읍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진(晉)나라는 패자(覇者)였던 문공(文公) 중이(重耳)가 세상을 떠나서 국상을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진(秦)나라 군대가 활나라를 공격한 것은 진(晉)나라 사람들한테는 엄청난 모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진(晉)나라 양공(襄公)은 크게 화를 내면서 군대를 동원해 의기양양하게 귀국하는 진(秦)나라 군대를 효산(肴山)에서 요격합니다. 기습 공격을 당한 진(秦)나라 군대는 포위당해서 장수들이 모두 사로잡히는 등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습니다. 그제야 진나라 목공은 백리해 등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나중에 진나라 목공은 군대를 이끌고 진(晉)나라로 쳐들어가 보복전에 나섭니다. 일진일퇴 공방 끝에 기어이 진(晉)나라 군대를 무찌른 후, 진나라 목공은 효산 어귀까지 진출해 지난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뼈를 수습하고 제사지내면서 장수들과 병사들 앞에서 맹세합니다. 이 맹세의 내용이 「진서」입니다. 군주가 나라와 백성을 보전하고 싶으면 현명한 사람을 잘 등용해야 하며, 현명한 사람은 재주 많은 사람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뛰어남을 잘 받아들여 배울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임을 천명합니다. 백리해 등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는 동시에 신하들한테도 이를 경계하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이 구절을 인용한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이 인재를 잘 등용하는 데 있음을 환기하려는 것입니다. 천명을 좌우하는 것은 백성이고, 백성을 잘 다스리려면 선한 신하를 보물로 삼아야 한다고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질고 선한 신하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진서」를 인용하면서 『대학』의 저자는 “한결같이 정성스러울 뿐 다른 재주는 없으나 마음이 너그러워서 포용할 수 있는 사람(斷斷兮, 無他技, 心休休, 有容焉)”이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이 열두 자는 오늘날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벽에 붙여두고 기어이 마음에 새길 만한 말입니다.
진서왈(秦誓曰), 약유일개신(若有一个臣), 단단혜(斷斷兮), 무타기(無他技), 기심휴휴언(其心休休焉), 기여유용언(其如有容焉). 「진서」는 『서경』에 실려 있는데, 여기에 인용된 문장과 사소한 차이가 있으나 뜻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个)는 ‘낱개’를 나타내는 말로 ‘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단단(斷斷)에 대해서, 공영달은 ‘선을 지키는 모습(守善之貌)’을 뜻한다고 했으며, 정현은 ‘정성으로 한결같은 모습(誠一之貌)’이라고 했습니다. 어쨌든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인 듯합니다. 휴휴(休休)는 넉넉하고 관대한 모습 또는 곱디고운 모습을 뜻합니다. 언(焉)은 형용사 또는 부사 뒤에 쓰여 문장을 끝맺는 기능을 합니다. 따로 해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여(其如)에서 기(其)는 별다른 뜻 없이 다섯 글자로 맞추기 위해 들어간 말인 듯한데, 여(如)를 강조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여(如)는 ‘~와 같다’는 뜻입니다. 용(容)은 ‘포용’이라고 새깁니다.
인지유기(人之有技), 약기유지(若己有之). 인지언성(人之彦聖), 기심호지(其心好之), 불시양자기구출(不啻若自其口出), 식능용지(寔能容之), 이능보아자손여민(以能保我子孫黎民), 상역유리재(尙亦有利哉)! 인(人)은 여기에서는 ‘남’이라는 뜻입니다. 기(技)는 ‘재주’를 말합니다. 약기유지(若己有之)는 ‘남이 가진 재주를 보고 마치 자기 재주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공영달은 그러면 재주 가진 사람을 자기 몸처럼 아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언(彦)은 ‘훌륭한 선비’를 가리키고, 성(聖)은 ‘총명하다’는 뜻입니다. 불시(不啻)는 ‘다만 ~에 그치지 않을 뿐이다’로 풀이합니다. 약(若)은 ‘~와 같다’는 말입니다. 자(自)는 여기에서는 ‘~로부터’라는 말입니다. 포용심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훌륭하고 총명한 것을 보면, 입으로만 칭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마음으로까지 좋아하여 주변에 널리 알려 쓰이게 한다는 말입니다. 이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그 사람이 포용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寔)은 ‘이 사람’을 뜻합니다. 아(我)는 여기에서는 복수로 ‘우리’라고 새깁니다. 여민(黎民)은 백성을 가리킵니다. 여(黎)는 ‘많다’ ‘무리’의 뜻입니다. 상(尙)은 서기(庶幾), 즉 ‘바라다’라는 뜻입니다. 『서경』에는 본래 “역직유리(亦職有利)”라고 되어 있는데, 이때 공안국은 직(職)을 주(主)라고 풀이합니다. 이를 따르면 ‘또한 주로 이로움이 있으리라.’로 풀이됩니다.
인지유기(人之有技), 모질이오지(媢疾以惡之). 인지언성(人之彦聖), 이위지(而違之), 비불통(俾不通), 식불능용(寔不能容), 이불능아자손여민(以不能我子孫黎民), 역왈태재(亦曰殆哉)! 모(媢)는 ‘강하게 시샘하는 것’입니다. 질(疾)은 ‘시기’라는 뜻입니다. 모질은 시샘하고 질투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違)는 ‘어그러뜨리는 것’입니다. 남의 뛰어남과 현명함을 비방함으로써 그 참모습을 일그러뜨려 등용되지 못하게 하는 짓을 말합니다. 비(俾)는 사(使), 즉 ‘~을 시키다’라는 뜻입니다. 불통(不通)은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이 임금에게 이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는 말입니다. 이러면 임금 주변에 뛰어남과 똑똑함이 있을 수 없게 되니, 마침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결국 나라를 살찌우는 것도 인사요, 나라를 망치는 것도 인사입니다.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지 않고는 부국강병이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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