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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대학 공부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유명불우상(惟命不于常, 천명은 항상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강고(康誥)」에 이르기를, “무릇 천명이란 항상 머무르는 것이 아니니라.”라고 했다. 이는 선하면 이를 얻고 선하지 못하면 이를 잃음을 말한다. 「초서(楚書)」에 이르기를, “초나라는 보물로 삼는 것이 없고, 오직 선함을 보물로 삼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구범(舅犯)이 이르기를, “망명한 사람은 보물로 삼는 것이 없고, 친인(親人)을 사랑하는 것을 보물로 삼습니다.”라고 했다. 康誥曰, 惟命不于常. 道善則得之, 不善則失之矣. 楚書曰, 楚國無以爲寶, 惟善以爲寶. 舅犯曰, 亡人無以爲寶, 仁親以爲寶. 


여기에서는 전고(典故)를 세 편 들어 왜 재물을 얻는 것이 근본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것이 근본이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첫 번째로 든 예는 주공(周公)이 막내인 강숙(康叔)을 봉하여 보내면서 충고한 「강고」에서 왔습니다. 「강고」는 정치의 근본 원리가 담긴 절절한 글이기에 『대학』에서 여러 번 인용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명(命), 즉 천명은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常] 않기에 늘 새로 얻어야만 합니다. 앞에서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백성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라고 했는데, 이에 따르면 천명을 얻고 잃는 것은 백성에 달려 있습니다. 백성들은 군주가 선하여 재물을 넉넉히 풀면 그 곁에 모여서 열심히 살아가고, 군주가 선하지 못하고 탐욕을 부리면서 재물을 빼앗으려 하면 그 곁을 떠나 숨어 버립니다. 백성은 국가라는 배를 떠받치는 물결과 같아서 물이 마르면 배는 가라앉거나 뒤집히는 법입니다. 따라서 군자는 선함으로써 천명을 늘 새롭게 해야 나라를 오랫동안 보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예는 「초서」라는 글에서 나왔습니다. 「초서」는 「초어(楚語)」를 말합니다. 「초어」는 좌구명이 전국시대 각국의 역사를 모아서 편집한 『국어(國語)』라는 책에 실렸는데, 초나라의 역사를 말합니다. 초나라의 대부 왕손어(王孫圉)가 진(晉)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진나라의 대부 조간자(趙簡子)가 제사 지낼 때 쓰는 아름다운 패옥을 자랑하면서, 초나라에 아직도 백형(白珩)이 잘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때 왕손어가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백형이란 초나라 선왕이 가지고 놀던 물건에 지나지 않는데, 초나라는 그런 물건을 보물로 여기지 않고, 선함을 보물로 삼아 나라를 살찌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서 선함이란 뛰어난 신하를 가리킵니다. 재물을 보물로 삼으면 사람은 떠나지만, 사람을 보물로 삼으면 재물은 저절로 모여드는 건 만고불변의 이치입니다. 

세 번째 예는 망명객의 신분으로 온 천하를 떠돌던 중이(重耳)를 보좌하여 진(晉)나라의 왕이 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천하의 패자(覇者)로까지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구범의 말입니다. 구범은 춘추오패 중 하나인 진나라 문공(晉文公) 중이의 외삼촌입니다. 이 일화는 『예기(禮記)』 「단궁(檀弓)」 편에 나옵니다. 중이는 형제인 신생(申生), 이오(夷吾)와 함께 진나라 헌공(獻公)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진나라 헌공이 뒤늦게 얻은 부인인 여희(驪姬)를 총애하여 그 아들을 왕으로 삼고자 하니, 태자였던 신생은 자결하고 이오와 중이는 망명길에 오릅니다. 나중에 헌공이 나이 들어 죽었을 때, 진(秦)나라 목공(穆公)은 중이가 어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왕으로 옹립해 중원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자 사신을 보내서 위문하고 왕위에 오를 것을 권합니다. “나라를 잃는 일도 여기(선왕이 죽고 후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에 달려 있고, 나라를 얻는 일도 항상 역에 달려 있다고 하오. 비록 그대가 [아버지를 잃고] 엄숙히 복상(服喪) 중에 있더라도, 상(喪)은 오랫동안 계속할 수 없는 것이고 때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대는 지금 그것을 도모하시오.”(亡國恒於斯, 得國恒於斯, 雖吾子儼然在憂服之中, 喪亦不可久也, 時亦不可失也, 孺子其圖之) 이에 중이가 답하지 않고 물러나와 구범에게 상의했습니다. 이때 구범은 “나라를 잃고 떠도는 자는 보물로 삼을 것이 없고, 다만 친인을 사랑하는 것을 보물로 삼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틈타서 나라를 도모하는 것은 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 나라를 얻는다 하더라도 결코 오래 지킬 수 없음을 깨우쳐 줍니다. 『대학』의 저자는 이 일을 환기함으로써, 나라를 얻는 것은 기회를 틈타 힘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어짊[仁]을 행하는 데 달려 있음을 깨우쳐 줍니다. 나중에 중이가 왕위에 올라서 단숨에 패자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을 떠돌면서도 인의를 잃지 않은 덕망을 기억하고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고왈(康誥曰), 유명불우상(惟命不于常). 도(道), 선즉득지(善則得之), 불선즉실지의(不善則失之矣). 유(惟)는 흔히 ‘오직’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여기에서는 문장 첫머리에 쓰여서 그 문장을 엄숙하게 꾸미는 말로 쓰였습니다. 별다른 뜻은 없지만, ‘무릇’ 정도로 옮기면 좋습니다. 명(命)은 천명을 말합니다. 우(于)는 여기에서는 동사로 ‘~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재(在)와 비슷합니다. 우리말로는 어색하지만 상(常)은 부사가 아니라 명사로 쓰였습니다. ‘늘 있음’ ‘불변의 자리’ 등의 뜻입니다.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뜻합니다. 도(道)는 앞에서도 여러 번 나왔지만, 여기에서는 ‘말하다’로 새깁니다. 불선(不善)은 악함[惡]이 아닙니다. 이는 선함이 부족한 상태, 즉 선함을 충족하지 못해 백성들이 이를 바라는 상태를 말합니다. 군자는 나쁘지 않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선함을 추구해서 얻어야 합니다. 나쁘지 않다는 정도만으로는 천명을 지킬 수 없습니다.


초서왈(楚書曰), 초국(楚國), 무이위보(無以爲寶), 유선이위보(惟善以爲寶). 무(無)는 ‘무엇도 ~하지 않다’라고 풀이합니다. 보(寶)는 ‘보물’ ‘보배’라는 뜻입니다. 위(爲)는 ‘~으로 삼다’로 새깁니다. 유(惟)는 ‘오직’이라는 뜻입니다. 선(善)은 여기에서는 명사로 ‘선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이 당시 초나라에는 관사보(觀射父), 의상(倚相) 등의 뛰어난 신하들이 있었습니다. 왕손어는 중원 변방에 있는 오랑캐의 나라로, 제대로 된 보물조차 없는 곳으로 은근히 깔보는 조간자에게 나라의 진짜 보물은 짤랑거리는 패옥 소리가 아니라 현명한 신하들임을 환기합니다. 문명의 수준이란 한낱 물건이 아니라 물질과 함께하는 정신의 높이에 달려 있음을 생각해 보면, 누가 오랑캐의 나라인지 분명해집니다. 왕손어의 말이 쩌렁쩌렁 천하를 울립니다. “무릇 [노리개 부딪는] 낭랑한 소리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비록 초나라가 오랑캐의 나라일지라도 보물이 될 수 없습니다.(若夫譁囂之美, 楚雖蠻夷, 不能寶也).”


구범왈(舅犯曰), 망인(亡人), 무이위보(無以爲寶), 인친이위보(仁親以爲寶). 망인(亡人)은 나라를 잃고 떠도는 사람, 즉 망명객을 가리킵니다. 진(晉)나라 공자 중이로 이때에는 적(翟)나라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구범은 이름은 호언(狐偃)이며 자는 자범(子犯)이었는데, 중이의 외삼촌이었으므로 구범(舅犯)이라고 불렸습니다. 구(舅)는 ‘장인’ ‘외삼촌’ ‘시아버지’라는 뜻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외삼촌’을 가리킵니다. 구범은 망명 중에 무리를 이끄는 책사 역할을 했는데, 동료들은 그가 외삼촌이 아니었으므로 달리 구범(咎犯)이라고도 했습니다. 나중에 중이가 왕위에 오른 후 그를 대부로 삼아 국정을 맡겼는데, 이때에도 정치를 잘해서 진나라가 천하의 패자가 되는 데 공을 세웠습니다. 인친(仁親)은 여러 가지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정현(鄭玄)은 이를 ‘친히 인의를 행하는 것’ 또는 ‘어짊을 친애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희(朱熹)는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는 ‘어짊과 친밀함’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본래 구범이 말했던 맥락을 좇아서, 친인(親人, 어버이)을 사랑하는 일로 풀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법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틈타서 나라를 도모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이때 중이가 진(秦)나라 군대의 도움을 받아 진(晉)나라를 도모하려 했다면, 배다른 동생인 해제(奚齊), 친형인 이오 등과 함께 왕위를 다투는 내전이 크게 일어나 진나라의 운명이 크게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진(秦)나라 목공의 뜻이었을 겁니다. 현명함으로 자신을 잠시 낮추어 도를 높였으니, 나중에 중이가 나라를 얻었을 때에는 천하의 재사들과 백성들이 그 덕에 호응해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는다.”라는 말의 뜻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