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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대학 공부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민지부모(民之父母, 백성의 부모)

『시경』에 이르기를, “즐겁구나, 군자여, 백성의 부모로다.”라고 했다.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하니, 이런 이를 백성의 부모라고 부른다. 『시경』에 이르기를, “우뚝하구나, 저 남산(南山)이여, 바위만 첩첩하도다. 밝디밝구나, 태사(太師)와 윤씨(尹氏)여, 백성들이 모두 그대들을 우러르는구나.”라고 했다. 나라를 가진 사람은 삼가지 않을 수 없으니, 치우치면 천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詩云, 樂只君子, 民之父母. 民之所好好之, 民之所惡惡之, 此之謂民之父母. 詩云, 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 


전(傳) 10장을 계속 읽겠습니다. 오늘 읽을 부분은 『시경』의 구절을 빌려 혈구(絜矩, 자로 헤아림)의 도를 해설합니다. 앞에서 보았듯, 이는 『대학』에서는 흔한 구성입니다. 저자는 부모가 자식을 돌보듯이 백성을 돌보되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는 앞에서 누누이 강조한 바입니다. 앞에서 ‘여보적자(如保赤子)’, 즉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 같은 마음으로 집안을 바루면 저절로 정성이 들어가서 올바른 길에서 어긋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국가를 다스리는 일로 확장하면서 『대학』의 저자는 군자에게 ‘민지부모(民之父母)’, 즉 백성의 부모가 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도를 지키라고 이야기했듯이, 나라를 다스릴 때에도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한쪽으로 기울지 말라고 말합니다. 군주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은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서 끝내 어지러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져 엎어지면 군주는 그 죄를 받아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맹자의 혁명사상을 이어받은 과감한 주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운(詩云), 낙지군자(樂只君子), 민지부모(民之父母). 

낙(樂)은 즐겁다, 화목하다 등으로 새기면 됩니다. 지(只)는 다만, ~뿐이라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데, 여기에서는 감탄의 뜻을 더하는 어조사입니다. ‘~구나’로 풀면 됩니다. 『시경』 「소아(小雅)」 편에 나오는 ‘남산유대(南山有臺)’라는 시에서 따왔습니다. 이 시는 성왕(成王)의 덕을 칭송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왕은 무왕(武王)의 아들로,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삼촌인 주공(周公)의 섭정을 받았으며, 성인이 되어 나라를 돌려받은 후로도 극도로 삼가면서 정치함으로써 태평성대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성왕 때부터 강왕(康王) 때까지 오십여 년 동안 감옥에 무거운 죄수들이 없는 ‘무송(無訟) 사회’였을 정도입니다.


민지소호호지(民之所好好之), 민지소오오지(民之所惡惡之), 차지위민지부모(此之謂民之父母).

惡은 여기에서는 ‘호(好)’와 대비되는 말이므로 ‘오’라고 읽습니다. 차(此)는 여기에서는 ‘이 사람’이라고 푸는 편이 좋습니다.


시운(詩云), 절피남산(節彼南山), 유석암암(維石巖巖). 혁혁사윤(赫赫師尹), 민구이첨(民具爾瞻).

이 구절은 『시경』 「소아(小雅)」 편의 「절남산(節南山)」이라는 시에 나옵니다. 주나라를 말아먹은 유왕(幽王)을 풍자한 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절(節)은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깎아지르다, 우뚝하다 등으로 새깁니다. 피(彼)는 차(此)의 반대말로 ‘저것’ 또는 ‘저’라는 뜻입니다. 남산은 서안(西安) 남쪽에 있는 종남산(終南山)입니다. 유(維)는 유(唯)와 같아서 ‘오직’이라고 풀면 됩니다. 암암(巖巖)은 험준한 낭떠러지들이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모습입니다. 혁혁(赫赫)은 ‘빛남’이 쌍으로 모였으니 ‘밝디밝다’ 정도로 풀이합니다. 사윤(師尹)은 두 가지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윤은 태사(太師) 윤씨(尹氏)로, 즉 한 사람으로 봅니다. 이때 윤씨는 유왕 때 총애를 얻고 권력을 멋대로 행사했던 신하인 윤길보(尹吉甫)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윤씨는 또한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는 비서실장 역할을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이렇듯 태사와 윤씨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경우도 흔한 것 같습니다. 구(具)는 구(俱), 즉 ‘모두’ ‘함께’ 등으로 새깁니다. 이(爾)는 ‘너’라는 뜻의 대명사입니다. 첨(瞻)은 ‘쳐다보다’, ‘우러르다’라는 말입니다. 산이 우뚝해서 멀리서도 그 바위 모양이 잘 보이듯이, 태사와 윤씨는 모두 높은 벼슬로 백성들이 제 할 일을 하는지 우러러서 바라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를 잘못해서 마침내 나라가 망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국자불가이불신(有國者不可以不愼), 벽즉위천아륙의(辟則爲天下僇矣).

유국(有國)은 ‘나라를 가지다’ ‘나라를 다스리다’ 등으로 풀이합니다. 불가이불(不可以不)은 불가불(不可不)과 같은 말입니다. 부정을 겹쳐 써서 역으로 강한 긍정을 표시합니다. ‘반드시 ~하다’ ‘~할 수밖에 없다’ 등으로 새깁니다. 벽(辟)은 앞에서도 나왔지만 벽(僻), 즉 ‘치우치다’라는 뜻입니다. 륙(僇)은 륙(戮), 즉 ‘죽이다’라는 말입니다. 위천하륙의(爲天下僇矣)은 천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