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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대학 공부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덕이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德者本也, 財者末也)

『시경』에 이르기를, “은(殷)나라가 아직 백성(의 마음)을 잃지 않았을 때 능히 하늘의 짝이 될 수 있었네. 마땅히 은나라를 살필지어다. 큰 명(命)은 (지키기) 쉽지 않으니.”라고 했다. (이는) 뭇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뭇 사람(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군자는 먼저 덕을 삼가는 것이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으면 땅이 있고, 땅이 있으면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으면 쓰임이 있는 것이다. 덕이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 근본을 멀리하고 말단을 가까이한다면, 백성들을 다투게 하고 빼앗음을 베푸는 꼴이다. 이런 이유로 재물을 모으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을 흩으면 백성은 모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말이 어그러져서 나가면 또한 어그러져서 들어오고, 재화가 어그러져서 들어오면 또한 어그러져서 나가는 것이다.

詩云, 殷之未喪師, 克配上帝. 儀監于殷, 峻命不易. 道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 是故君子先愼乎德. 有德此有人, 有人此有土, 有土此有財, 有財此有用. 德者本也, 財者末也. 外本內末, 爭民施奪. 是故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 是故言悖而出者, 亦悖而入, 貨悖而入者, 亦悖而出.


계속 전(傳) 10장을 읽겠습니다. 10장은 치국(治國)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시경』 「대아(大雅)」 편의 「문왕(文王)」이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 구절에는 맹자가 말하는 민본주의(民本主義)과 혁명(革命) 사상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민본이 어떻게 부국(富國)을 가져오는지를 함께 설명함으로써 법가(法家) 못지않은 현실의 정치철학으로서 유가(儒家)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왕」은 주공(周公)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천명을 받아서 천하를 호령했던 상나라 유민들이 지금은 주나라 제사를 받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고, 천명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쓸 것을 후손에게 경계하는 내용입니다. 그 요점은 『대학』의 저자가 잘 정리했듯이, “무리를 얻으면 나라를 얻고, 무리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자는 무리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덕을 베풀 때 무겁게 삼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군자가 덕이 있다면, 자연히 백성들이 그 곁에서 지내기를 바랄 것이며, 농업이 경제의 근간인 시대이므로 백성들이 곁으로 몰려들면 자연스레 토지도 늘고 경작도 쉬워져 재물이 쌓일 것입니다. 또 재물이 쌓이면 백성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펴기 쉬우므로, 더욱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마련입니다. 여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재물이 아닙니다. 민본주의는 재물로 백성의 마음을 사는 포퓰리즘과는 계열이 다릅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해서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곳간 채우는 일에만 눈이 빨간 정치와는 정반대 자리에 섭니다. 덕이 아니라 재물을 앞세우는 정치는, 결국 백성들을 다투게 만들어 서로 뺏고 빼앗기는 약육강식의 처참한 세상을 만들어냅니다. 어그러진 재물들은 설사 많이 쌓인다 하더라도 어그러진 세상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러므로 치국(治國)은 덕을 근본으로 삼지 재물을 근본으로 삼지 않는다고 『대학』의 저자는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사람과 물질이 뒤집혀 있는 오늘날, 깊이 새길 만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운(詩云), 은지미상사(殷之未喪師), 극배상제(克配上帝). 의감우은(儀監于殷), 준명불이(峻命不易). 상(喪)은 ‘상실하다’ ‘잃다’는 뜻입니다. 사(師)는 여기에서 중(衆), 즉 ‘무리’ ‘백성’이라고 새깁니다. 미(未)는 그동안 여러 번 나왔듯이, ‘아직 ~하지 않다’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은지미상사(殷之未喪師)는 “은나라가 아직 백성의 뜻을 잃지 않았을 때”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극(克)은 능(能)과 같은 말로 ‘능히 ~할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배(配)는 ‘짝짓다’ ‘어울리다’ ‘합치하다’라는 말입니다. ‘상제(上帝)’는 하늘을 의인화한 것인데, 은나라 때까지 동양에서는 의리를 주재하는 하나의 인격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이러한 세계관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구절은 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도’나 ‘하늘의 뜻’ 정도로 새기면 됩니다. 극배상제(克配上帝)는 “능히 하늘의 뜻과 합치할 수 있었다.”라는 말입니다. 의(儀)는 의(宜), 즉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감(監)은 ‘살피다’라는 뜻입니다. 의감우은(儀監于殷)은 “마땅히 은나라의 일을 살필지어다.”라고 새기면 됩니다. 준(峻)는 고(高), 즉 ‘높다’라는 뜻입니다. 명(命)은 천명을 말합니다. 易는 ‘이’라고 읽습니다. 즉, ‘쉽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준명불역(峻命不易)은 “천명은 쉽지 않다.”라는 말입니다. 무엇이 쉽지 않다는 것일까요? 오랫동안 지켜서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죠. 따라서 부단히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아(大雅)는 임금이 듣는 공식 음악입니다. 주공은 아마 후손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주나라를 영원히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권면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도(道), 득중즉득국(得衆則得國), 실중즉실국(失衆則失國). 시고군자선신호덕(是故君子先愼乎德). 도(道)는 여기에서는 ‘말하다’라는 뜻입니다. 아래의 문장 전체를 목적어로 합니다. 중(衆)은 앞에 나오는 사(師)와 같은 말인데, ‘백성’을 뜻합니다.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호(乎)는 어조사로 ‘~에 있어서’라는 뜻입니다. 군자는 덕을 베풀 때 그 베풂이 백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는지를, 즉 혈구(絜矩)의 도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신중히 생각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덕차유인(有德此有人), 유인차유토(有人此有土), 유토차유재(有土此有財), 유재차유용(有財此有用). 차(此)는 즉(則), ‘~라면’의 뜻입니다. 인(人)은 여기에서는 백성을 가리킵니다. 토(土)는 땅, 즉 나라를 얻는 것을 말합니다. 용(用)은 반드시 재물을 쓸 일이 있으면 넉넉히 그 일을 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덕자본야(德者本也), 재자말야(財者末也). 외본내말(外本內末), 쟁민시탈(爭民施奪). 외(外)는 ‘멀리하는 것’이고, 내(內)는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군자가 덕을 멀리하고 재물을 가까이하면, 백성들은 재물과 이익을 좇아 서로 다투고, 마침내 재물을 서로 뺏고 빼앗기는 참상을 연출하게 됩니다. 쟁(爭)은 ‘다투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시(施)는 ‘베풀다’는 말이고, 탈(奪)은 약탈한다는 말입니다. 쟁민시탈(爭民施奪)은 덕을 멀리하고 재물을 가까이하는 일이 백성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다툼을 일으켜 오히려 약탈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경계합니다. 요즈음 지도자들이 굳게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고(是故) 재취즉민산(財聚則民散), 재산즉민취(財散則民聚). 시고(是故) 언패이출자(言悖而出者), 역패이입(亦悖而入), 화패이입자(貨悖而入者), 역패이출(亦悖而出). 취(聚)는 ‘모으다’라는 뜻입니다. 군자가 재물 모으는 데 힘을 다하면 백성 사이에서는 오히려 다툼과 약탈이 일어나므로 백성들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지는 법입니다. 또한 군자가 도리에 어긋난 말로서 백성들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백성들 역시 도리에 어긋난 말로 군주를 섬기려 하므로 그 나라는 믿음이 아니라 허위로 가득한 곳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군자가 도리에 어긋난 방식으로 재물을 모아들이면, 그 재물을 쓸 때에도 도리에 어긋난 곳에, 또 도리에 어긋난 방식으로 쓰이게 됩니다. 따라서 이는 나라 전체가 어그러져 파탄 나는 지름길입니다. 재물이 아니라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바른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