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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대학 공부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성의(誠意, 뜻을 정성스럽게 하다)

이른바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말은 자기를 속이지 않음이니, 고약한 냄새를 싫어하는 것과 같고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일컬어 스스로 편안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음을 삼가는 법이다.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君子必愼其獨也.


전(傳) 5장은 건너뛰고 곧바로 6장으로 넘어갑니다. 주희는 5장에 “차위지본(此爲知本), 차위지지지야(此爲知之至也).”라는 문장만 있음을 기이하게 생각했습니다. 8조목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해설하는 부분이 세월이 지나면서 누락되었다고 여긴 것입니다. 이에 ‘보망장(補亡章)’이라고 해서 본인이 직접 그 내용을 상상해서 보충해 넣었습니다. 일단 이 부분은 건너뜁니다. 후대의 창작물인 데다 그 후 반발도 만만치 않았으므로 전체를 읽고 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마지막에 되돌아와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6장은 8조목 중 세 번째 항목 성의(誠意)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성(誠)’은 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데, 인(仁)이 그러하듯이 맥락에 따라서 뜻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장에서는 ‘성의(誠意)’를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우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한 문장씩 읽어가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른바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말은 자기를 속이지 않음이니, [이는] 고약한 냄새를 싫어하는 것 같고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 같음이다. 이를 일컬어 스스로 편안하다고 한다.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주희는 ‘성의’를 자신을 닦는 일[修身]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면 ‘의(意)’, 즉 뜻이란 무엇일까요? 주희는 이를 ‘마음에 품은 바가 드러나는 것[心之所發]’이라고 보았습니다. 또 정약용은 ‘마음 가운데 있는 숨은 생각[中心之隱念]’이라 했습니다. ‘무(毋)’는 ‘~하지 말라’라는 금지를 나타내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주희는 ‘스스로 속이는 것[自欺]’을 마음속으로 선을 행하고 악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마음이 드러나는 바는 성실하지 않은 상태라고 풀이합니다. 주희를 따르면, 성의는 마음이 품은 바를, 즉 악을 미워하고 선을 좋아하는 마음을 흐리지 말고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뜻은 마음의 출발입니다. 김용옥은 이를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는 일차적 감성’으로 풀이했습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색(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고, ‘경색(景色)’을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나 사람들이 아름답게 생각해서 푹 빠질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요즈음에는 ‘아름다움’이라고 옮기는 쪽이 더욱 많은 것 같습니다. 고약한 냄새[惡臭]와 대구를 맞추어서 ‘아름다운 색’ 정도로 옮기면 어떨까 합니다.

자겸(自謙)은 주희는 ‘謙’은 ‘혐(慊)’으로 읽고 유쾌함[快] 또는 만족함[足]이라는 뜻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스스로 만족함’으로 풀이합니다. 김용옥은 이에 반대하여 ‘겸’으로 읽고, 일차적으로는 겸손하다는 뜻이고 가슴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공영달을 좇아서 해석했습니다. 자신의 밝은 덕에 따라 저절로 일어나는 좋고 싫음을 욕심에 좇아 가리지 않는다면, 마음이 밝아지고 거리낌이 없어지니 저절로 편안해진다는 말일 겁니다. 마음이 편안해서 삶의 이치를 저절로 깨닫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음을 삼가는 것이다. 故君子必愼其獨也.

『중용(中庸)』에서는 이 구절이 ‘君子愼其獨也’로 나옵니다. 주희는 ‘독(獨)’을 ‘남은 알지 못하고 자기 홀로 아는 처지[人所不知而己所獨知之地也]’를 뜻한다고 풀었습니다. 한나라 때 정현은 ‘혼자 있을 때 행하는 바[其閒居之所爲]’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신독(愼獨)은 성의(誠意)와 이어져 있으므로, 행함을 삼가야 할 뿐만 아니라 홀로 있을 때에도 마음가짐조차 흐트러뜨리지 않고 조심한다는 뜻으로 푸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