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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책에 대하여(롤랑 바르트)

문득 바르트 책을 꺼내 아무 곳이나 펼쳐 읽다가 마주친 한 구절. 밑줄이 선명하다. 언제, 그어둔 것일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욕망만은 선연하다. 나는 읽기를 통해 인생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읽는 자로서의 인생. 그게 다였다. 정말 이게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책은 의미를 창조하고, 의미는 인생을 창조한다.”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아래는 오래전 장석주 선생이 쓴 일상의 인문학(민음사, 2012)에서 밑줄 친 구절들인데, 모두 바르트의 것이다. 함께 여기에 옮겨 둔다.

 

그의 텍스트로부터 와서 우리 생 속에 들어가는 저자는 통일된 단위가 없다. 그는 간단히 복수적인 매력들이며, 몇몇 가냘픈 세부사항의 장소이고, 그럼에도 싱싱한 소설적 광휘의 근원이며, 다정함들의 불연속적인 노래이다.” 사드, 푸리에, 로욜라에서

 

대답, 그것은 거기에 자기의 역사, 자기의 언어, 자기의 자유를 가지고 와서 대답을 하는 우리들 각자이다. 하지만 역사, 언어, 자유는 끝없이 변하기에, 세상이 작가에게 하는 대답은 무한하다. 사람들은 모든 대답 밖에서 씌어졌던 것에 한시도 쉬지 않고 대답한다.” ―「라신에 대하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