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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한시

[한시 읽기] 한무제의 추풍사(秋風辭)

秋風辭

  漢武帝


秋風起兮白雲飛 

草木黃落兮鷹南歸 

蘭有秀兮菊有芳 

懷佳人兮不能忘 

泛樓船兮濟汾河 

橫中流兮揚素波 

簫鼓鳴兮發棹歌 

歡樂極兮哀情多 

少壯幾時兮奈老何 



가을바람에 부치는 노래[秋風辭]

    한나라 무제(漢武帝)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흰 구름이 날리는데

푸나무는 누레져 떨어지고 기러기는 남으로 돌아가네.

산란(山蘭)에는 꽃이 피고 국화에는 향기가 나는데

가슴에 품은 아름다운 여인 잊을 수가 없구나.

다락배 띄워 분하(汾河)를 건너는데

물길 가로지르니 흰 파도가 일어나네.

퉁소 불고 북 울리며 뱃노래 부르니

즐거움이 다할수록 슬픔도 커지누나.

젊은 날이 얼마나 가리, 늙어 감은 어찌할꼬.



(1) 사(辭) : 시 형식의 하나로 이 작품이 『초사(楚辭)』의 흐름을 이었음을 보여 준다.

(2) 무제(武帝, 기원전 156~기원전 87) : 성은 유(劉), 이름은 철(徹)이다. 한나라의 일곱 번째 황제. 청나라의 강희제, 건륭제에 이어 재위 기간이 역사상 세 번째로 긴 황제로, 햇수로 55년에 걸쳐 있다. 한나라 문제(文帝)․경제(景帝) 시대에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대담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중국 역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첫 번째는 영토의 확장으로, 조선과 남월(南越, 지금의 광동성과 광서성 지역)을 항복시켜 외번(外蕃)으로 삼았으며, 숙적 흉노를 무찔러 장성(長城) 바깥에 삭방군(朔方郡)을 두었다. 또한 안으로는 진시황(秦始皇)을 본받아 태산(泰山)에 봉선(封禪)을 행했으며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을 수없이 지어 황제의 권력을 과시했다. 더 나아가 지식인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유교를 국교화했을 뿐만 아니라 악부(樂府)를 설치하여 음악을 일으켰으며 사마상여(司馬相如)를 등용하여 문학을 중시했다. 무제는 신선 세계에 대한 강렬한 동경을 품고 있기도 했다. 불로불사의 약을 구하러 동해에 사자를 보내기도 하고, 온갖 기괴한 술법들을 믿어서 이로부터 생긴 폐해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른 작품으로는 「호자가(瓠子歌)」가 있다.

(3) 추풍기혜백운비(秋風起兮白雲飛) : 한나라 고조가 지은 「대풍가(大風歌)」의 첫 구절 “큰 바람 부니 구름이 흩날렸는데(大風起兮白雲飛)”를 연상하게 한다.

(4) 황락(黃落) : 가을을 맞아 초목이 누레져 떨어지는 것.

(5) 난(蘭) : 산란(山蘭). 등골나물. 가을에 흰색 또는 자주색 작은 꽃이 무리를 이루어 하나의 꽃처럼 핀다. 흔히 말하는 난초와는 다른 꽃이다.

(6) 수(秀) : 꽃.

(7) 가인(佳人) : 「초사(楚辭)」에 나오는 상군(湘君)이나 상부인(湘夫人)과 같은 선녀를 가리킨다는 설. 뭇 신하들을 가리킨다는 설. 장안에 남겨 두고 온 후궁 이 부인(李夫人, 이연년의 누이동생으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다.

(8) 누선(樓船) : 갑판 위에 다락이 있는 이 층 구조의 배. 주로 물놀이를 할 때 쓰였다.

(9) 분하(汾河) : 대체로 산서성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흘러서 황하로 흘러가는 강.

(10) 중류(中流) : 물길. 강물 정도의 뜻.

(11) 소파(素波) : 흰 파도.

(12) 소고(簫鼓) : 퉁소와 북.

(13) 도가(棹歌) : 노 젓는 소리. 뱃노래.


기원전 114년, 무제 나이 마흔네 살 때 쓴 시이다. 이 시를 쓸 무렵 무제는 산서성에 행차하여 후토(后土, 땅의 신)에게 제사지낸 후 장안으로 돌아왔다. 『문선(文選)』에 따르면, 무제는 서쪽 지방을 돌아보고 나서 매우 기분 좋았다고 한다. 처음 두 구는 가을바람이 불어 구름이 날리고 푸나무가 누레져 떨어지는 쓸쓸한 풍경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산란과 국화를 보고 장안에 두고 온 미인을 생각하면서 배를 띄워 크게 잔치를 벌이는 풍경을 흥겹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 두 구에서 다시 인생무상의 쓸쓸함을 노래한다. 세상의 모든 즐거운 일들을 모두 극에 이르도록 경험한 뒤에 불현듯 찾아오는 허탈함과 쓸쓸함이 깔린 가운데 늙음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묵직하게 독자들을 압박해 온다. 마치 롤러코스터에라도 올라탄 듯, 국화가 한껏 아름다움을 피운 후에 곧바로 황량한 겨울이 찾아오는 것처럼 무제는 독자들에게 인생의 모든 즐거운 장면을 느끼게 한 후 마지막 두 구에서 갑자기 늙어 시들어 가는 육체를 탄식한다. 그리하여 이 시는 흥겨움과 비통함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우리를 인생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끌어 간다. 아름답고 절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