醍醐湯
崔永年(梅下山人)
年年滌暑太醫方
百煉烏梅白蜜湯
拜賜宮恩如灌頂
仙香不讓五雲漿
제호탕
최영년
해마다 더위를 식혀 주는 내의원 처방
오매육, 꿀을 백 번 달여 만든 탕.
절하고 받은 임금님 은혜가 정수리에 물을 부은 듯하고
오묘한 향기는 아름다운 술에 지지 않는다.
(1) 이 시는 구한말, 일제 때 사람인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 실려 있다. 최영년은 자는 성일(聖一), 호는 매하산인(梅下山人)으로 신소설 『추월색(秋月色)』의 작가인 최찬식(崔瓚植)의 아버지이다. 설화집 『실사총담(實事叢譚)』(1918)과 악부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를 남겼다. 죽지(竹枝)는 죽지사(竹枝詞)의 일종으로 칠언시로 특정 지역의 인물, 풍속 등을 기록한 시 형식을 말한다.
(2) 태의(太醫)는 중국에서 황제의 어의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전의(典醫) 또는 어의(御醫)라고 했다. 전의(典醫)에서 전(典)은 벼슬 이름에 많이 나오는데, 사(司)와 마찬가지로 ‘맡다’라는 뜻이다.
(3) 오매(烏梅)는 여기서 오매육(烏梅肉), 즉 씨를 발라낸 오매를 말한다. 백밀(白蜜)은 백청(白淸)과 같은 말인데, 질이 좋은 꿀을 말한다.
(4) 배사(拜賜)는 ‘절하고 받았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 때 단옷날에 전의가 제호탕을 만들어 바치면, 임금이 이를 가까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를 일컫는 것이다. 이 밖에 내려 준 음식으로는 얼음, 황감(귤), 소고기 등이 있다. 관정(灌頂)은 ‘정수리에 물을 붓다’라는 말이다. 그만큼 시원했다는 뜻이다.
(6) 선향(仙香)은 선계의 향기라는 뜻인데, ‘오묘한 향기’ 쯤으로 옮긴다. 오운장(五雲漿)은 오색구름 감도는 듯한 술을 뜻하는데, ‘맛있는 술’, ‘아름다운 술’ 쯤으로 옮긴다.
醍醐湯 [東醫寶鑑]
解暑熱止煩渴. 烏梅肉另末一斤. 草果一兩. 縮砂白檀香各五錢. 煉蜜五斤. 右細末入蜜微沸攪勻. 磁器盛. 冷水調服. [局方]
제호탕(醍醐湯) ― 동의보감
더위로 나는 열을 해소하고 번갈을 멎게 한다. 오매육을 별도로 가루를 내어 한 근. 초과(草果) 한 냥. 축사(縮砂)와 백단향(白檀香) 각각 다섯 돈[錢]. 달인 꿀[煉蜜] 다섯 근. 오른쪽에 있는 것들을 잘게 가루를 내어 꿀에 넣고 은근한 불에 끓인 다음 고루 젓은 후, 자기 그릇[磁器]에 담아 두었다가 차가운 물에 섞어 먹는다. [국방]
(1)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제호탕’의 비방이다. 예전엔 이를 의원에게 받아 한약방에 가서 약재를 받아와 집에서 달여 먹었다. 이와 같이 한의사가 처방을 내는 것을 ‘화제(和劑)를 낸다.’라고 한다. 허균이 지은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 3대 의서 중 하나이다. 첫째는 세종 때 만든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으로 비싼 중국 약재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 중 약으로 할 만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둘째는 『동의보감』이요, 셋째는 정조 때 어의였던 강명길(康命吉)이 쓴 『제중신편(濟衆新編)』이다. 강명길은 정조 독살 혐의를 받고 순조 즉위 때 처형되었다. 대개의 경우, 형식적으로 귀양을 갔다가 다시 불러들여 복직시킨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향약집성방』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의방유취(醫方類聚)』를 3대 의서로 꼽는 경우도 있다. 『제중신편』 이후에 만들어진 의서로는 『방약합편(方藥合編)』이 있다.
(2) “解暑熱止煩渴” 첫머리에 나오는 이 여섯 자는 제호탕의 효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데, 『동의보감』의 비방은 모두 이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3) 오매(烏梅)는 덜 익은 푸른 매실을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이다. 오매육은 오매에서 씨를 뺀 것이다. 영(另)은 별(別)에서 도(刂)가 떨어진 것으로 뜻은 같다. 말(末)은 ‘가루’라는 뜻이다. 근(斤)은 375그램에 해당한다. 그 10분의 1이 냥(兩), 냥의 10분의 1이 돈(錢), 돈의 10분의 1이 푼(分)이다.
(4) 초과(草果)는 한약재 이름으로 초두구의 하나이다. 열매는 가지 정도 크기이며, 씨는 굵다. 껍질은 검고 두꺼우며 신맛이 난다. 중국의 운남성(雲南省) 등지에 분포한다.
(5) 축사(縮砂)는 축사밀의 준말이다. 축사밀은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1미터 정도이며, 잎은 가늘고 길다. 봄과 여름에 걸쳐 진한 붉은색 꽃이 피고 열매 속에 씨 수십 개가 들어 있다. 씨는 약재로 쓰고 중국 남부에 분포한다. 백단향(白檀香)은 나무 이름으로 높이는 6~10미터이고 청백색에 광택이 나며,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다. 열매는 지름이 1센티미터 정도로 공 모양이며 검게 익는다. 나무의 속은 누르스름하고 좋은 향기가 나며, 향료·약품·세공물 따위에 쓰인다.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데 인도 등지의 열대 각지에서 재배한다.
(6) 연밀(煉蜜)은 ‘달인 꿀’이라는 뜻이다. 꿀을 달여서 쓰는 것은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7) 여기서 우(右)는 꿀을 제외하고 오른쪽 네 가지 약재(오매육, 초과, 축사, 백단향)를 가리킨다. 미비(微沸)는 은근한 불에 끓인다는 뜻이다(많은 한의서에 중탕으로 나온다). 약한 불을 나타내는 말로는 ‘문화(文火)’과 있다. 이와 반대로 거세고 강한 불은 ‘무화(武火)’라고 한다. 노트에는 각(攪) 다음에 아무것도 없는데, 원문을 찾아보니 균(勻)이 있다. ‘두루’ ‘골고루’라는 뜻이다.
(8) 자기(磁器)는 도자기 그릇을 말한다. 성(盛)은 담는다는 뜻이다.
(9) 국방(局方)은 『동의보감』에서 처방의 유래를 가리키는 것으로, 내의원 비방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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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Tips [효능] 우리 조상들이 여름철에 먹었던 음료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일품으로 내의원에서 올려서 임금님이 드신 후 가까운 신하들에게 하사한 것이다. [순서] (1) 오른쪽에 있는 것들(오매육, 초과, 축사, 백단향)을 잘게 가루를 낸다. (2) 그 가루를 꿀에 넣는다. (3) 은근한 불(중탕)에 오래 끓인 다음 고루 젓는다. (4) 자기 그릇[磁器]에 담아 두었다가 차가운 물에 섞어 먹는다. |
* 이 시는 새로 옮긴 것은 아니고 예전 블로그에 있던 것이다.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이쪽으로 옮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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