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將
朴撝謙
白馬嘶風繫柳條
將軍無事劍藏鞘
國恩未報身先老
夢踏關山雪未消
시풍(嘶風): 말이 바람을 맞아 우는 것. 말의 기세가 뛰어나게 용맹한 것을 가리키는 말.
계(繫) : 매다.
유조(柳條) : 버드나무 가지.
초(鞘) : 칼집.
관산(關山) : 보통 관문으로 쓰이는 변방의 높고 험한 산을 뜻하나 여기서는 고향의 산이다.
늙은 장수
박위겸(朴撝謙)
흰 말은 바람 맞아 울면서 버드나무 가지에 매어 있고
장군은 일이 없어 칼집에 칼을 꽂았네.
나라 은혜를 갚지 못하고 몸만 먼저 늙었는데
꿈속에 밟은 고향 산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네.
계간 ≪시인세계≫에 강원대 김풍기 선생이 「한시의 숲에서 만나는 옛 시인」을 연재 중이다.
2009년 가을호에 소개한 시는 조선 세조 때의 무관 박위겸의 시이다. 박위겸은 이 시를 비롯하여 몇 편의 한시를 남겼는데, 무관답게 호방하면서도 격조가 있는 시였다고 한다. 이 시는 변방 요새에서 근무하는 한 늙은 장수가 어느 한가한 날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봉 이수광은 이 시에서 ‘초(鞘)’의 운이 잘못되었다고 평했다고 한다. 시 안에는 음악이 있다. 압운은 시를 음악으로 만들어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조가 사라진 한국 현대어에서 시를 음악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시가 음악일 수 있을까? 따스한 가을 오후에 문득 떠올려 본다.
* 이 시는 새로 옮긴 것은 아니고 예전 블로그에 있던 것이다.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이쪽으로 옮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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