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職)/책 세상 소식

노벨문학상 효과?

 

1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품은 놀랍게 빠르게 팔려 나갔다. ‘소년이 온다’는 기존 판매 부수 57만 부에서 수상 이후 10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면서 120만 부가 새롭게 판매됐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다른 작품들도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

발표 직후, 한강의 수상은 문학 작품 전반의 판매량 증가를 가져왔다. 예스24에 따르면,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문학 구매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한강의 책을 제외해도,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이 전년 대비(10월10~16) 49.3% 증가했다.

 

3

이런 분위기가 되면 늘 출판 관계자가 나와서 한마디 한다. 이른바 ‘쏠림 현상’ 우려다. 시장 확장 계기로 삼으려 하지 않고, 잠재 독자 수를 고정해 둔 채, 문학 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상상하는 쫄보 사고다. 이런 사고는 설령 사실에 가깝더라도 출판 발전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서점 관계자도 흔히 같이 등장해 비슷한 소리를 해 댄다. “한 분야의 책이 인기를 얻었을 때 그것이 해당 장르를 향한 관심으로 확대가 쉽지는 않다. 특히 요즘에는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시기엔 더욱 그렇다. 문학을 향한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결국 좋은 책들이 꾸준히 나와서 문학 자체의 힘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꿀만 잔뜩 빨고, 독자 개발과 시장 확대의 주요 책임은 슬쩍 출판사에 떠넘긴다. 문학 책 안 읽으면, 너네가 후진 작품 내서임!

 

5

사실, 좋은 작가들도 꾸준히 나오고, 좋은 작품도 계속 나온다. 출판사도, 작가도 마케팅을 참 열심히 한다. 북콘서트도 하고, 강연도 하고, SNS에서 독자랑 소통도 하고, 굿즈도 개발해서 시장 확대에 애쓴다. 예전에 비하면 책 내고 작가들이 할 일도 엄청나게 늘었고, 출판사 마케터들도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위에서 투털대긴 했지만, 서점 역시 굿즈 개발 등 독자를 유인하는 여러 일들을 그치지 않는다. SNS 시대엔 연결 가치가 제품 가치를 압도하므로, 팬덤을 구축하지 않으면 책이 팔릴 리 없다.

 

6

서점 쪽에서는 팬덤 마케팅의 효과를 인정하는 쪽이다. “북토크, 작가와의 대화 등의 행사에 독자들이 보내는 관심이 크다. 독자들의 발길이 끊긴 많은 서점이 계속해서 운영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좋은 작품을 내는 게 문학 시장 확대에 필요조건이라면 굿즈 개발, 행사 진행 같은 팬덤 마케팅을 포함한 각종 영업 활동은 그 충분조건이다. 운 좋으면 '텍스트힙'(?) 같은 단기적 유행을 부를 수도 있다.

 

7

문학 독자의 저변을 단단히 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다양한 작가들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자주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작가들은 하루 아침에 떨어지지 않는다. 박세리 키즈, 김연아 키즈, 손흥민 키즈 등처럼 한강 효과가 본격적 위력을 발휘하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일단, 글로벌에서 작품을 팔 수 있게 된 작가들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들이 좁은 국내 시장에 갇혀 단편 청탁을 메우느라 역량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더 여유 있게 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턱 하나를 넘은 셈이다. 기다리면서 꾸준히 투자를 덧붙여 가는 것만이 해법이다.

 

하지만 언론은 조급하다. 6개월도 안 되었는데, 노벨문학상 효과가 사라졌느니 하는 기사가 나왔다. 시장 확대가 그리 쉬우면, 얼마나 좋겠는가. 장기 과제를 단기 과제로 만들어 채찍질해 봐야, 기지개 켜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거나 마찬가지다.

====

이렇답니다.

몇몇 기사를 종합해서.....

문학은 근대 이후 항상 불황이었다.

따라서 책이 일정 시기에 많이 팔리느니, 적게 팔리느니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큰 관심사도 아니다. 

하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시장은 만들어 가는 것이지, 바깥에서 관찰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안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