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미스터리
SF 미스터리는 ‘원초적인 이야기’다. 눈앞에 잘 보이지 않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상상하는 것(SF), 그리고 비밀을 숨긴 채 청자가 자신의 입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미스터리). 이 두 가지가, ‘이야기꾼’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때부터 가장 유효했던 그의 무기이자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_설재인
[예스24] SF와 미스터리의 공통점은? | 예스24 채널예스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지금의 문제점들이 해결된다고 인간에게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ch.yes24.com
감정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고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우리의 경험에 깊이와 의미, 색채를 부여하며, 의사결정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걷어차는 셈이다. 즉 감정은 우리가 따라야 할 명령이 아니라 참고해야 할 ‘정보’다. _닉 트렌턴, 『가짜 불안』, 박선영 옮김(갤리온, 2025), 17쪽.
개소리 문화
언론에 뿌리 깊은 객관성이라는 문화적 목표, 주요 후보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뉴스거리라는 해묵은 가정, 회피와 조작, 사소한 거짓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습성이 트럼프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할 수 있는 유리한 토대를 제공했다. _제임스 볼,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김선영 옮김(다산초당, 2020), 138쪽.
터무니없는 기사를 제대로 된 기사와 나란히 배치하고, 두 기사를 전혀 구분하지 않으며, 큰 실수를 해놓고도 공지 없이 넘어가면서 매체들은 개소리 문화를 퍼뜨린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면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_제임스 볼,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김선영 옮김(다산초당, 2020), 113쪽.
결혼
남편과 아내는 평생을 함께 살겠다는 외적인 의무를 받아들이고 나서 두 달째면 벌써 서로를 미워하게 되어, 헤어지고 싶으나 그럭저럭 살아갑니다. 바로 여기서 알코올중독이나 권총 자살 또는 서로를 죽이거나 독살하는 끔찍한 지옥이 생겨나는 겁니다. _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기주 옮김(펭귄클래식, 2008)
사랑은 성욕의 충족으로 대체되었고, 우리는 정신적 유대라고는 없는 그저 가능한 많은 쾌락을 서로에게서 얻어내려고만 하는 완벽한 이기주의자가 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이러한 우리의 차갑고 적대적인 관계가 본질적인 우리의 관계인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_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기주 옮김(펭귄클래식, 2008)
우리 상류층의 뻔뻔스러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다면 그건 바로 유곽입니다. (…) 엄밀히 말해서 짧은 기간의 창녀는 경멸당하고, 긴 기간의 창녀는 존경받는 거지요. _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기주 옮김(펭귄클래식, 2008)
저는 그날 아내를 죽인 게 아니라 훨씬 더 이전에 죽인 겁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그렇게 그녀를 죽인 겁니다. _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기주 옮김(펭귄클래식, 2008)
저희는 하나의 쇠사슬에 묶인 채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며 사는 두 죄수였던 겁니다. 당시 저는 99퍼센트의 부부가 우리처럼 산다는 사실을, 하지만 별도리가 없음을 몰랐습니다. _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기주 옮김(펭귄클래식, 2008)
평생을 한 여자 또는 한 남자만 사랑한다는 것은 양초 하나가 평생 탄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 결혼이란 것은 그저 속임수나 마찬가지입니다!_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기주 옮김(펭귄클래식, 2008)
고통
인생의 정면에서 마주하는 고통은 언제나 인간 존재를 성숙하게 한다. 문학은 인간에 관한 거대한 스케치이므로 작가의 고통은 더 값질 때가 있다. 삶의 희생 없이 원고지의 펜은 짙은 향기를 낼 수 없지 않던가? _김유태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정말 웃기는 책을 쓰려면 수많은 벌을 받아야 한다"
불운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의 글쓰기論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어느 날 다소 까다로운 질문을 받았다. '좋은 작가를 만들어내는 훈련'에 관한 물음이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좋은
n.news.naver.com
공감 지능
공감 지능이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질문과 결정에 도달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공감에서 시작한다. 공감 지능을 키우는 세 가지 ‘눈’이 있다. 첫 번째는 일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눈이다. 두 번째는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혁신을 준비하는 자세다. 마지막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구별하는 시선이다. 이런 자세가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의 불편함과 인간 심리를 포착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진정성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비결이다. _김희연, 『공감 지능 시대』(이든하우스, 2025).
공유
현재 진행되는 공유지의 약탈 가운데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물의 인클로저와 사영화보다 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이것은 최전선에 있는 쟁점이다. 물을 공공재로 보는 원칙은 고대 세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파키스탄과 인도가 된 지역에서는 기원전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은 공공 수도와 위생시설을 건설했다. 물에 대한 접근권은 시민의 권리로 간주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물은 법인 자본이 이윤을 낼 수 있는 희소한 상품으로 바뀌었다. _가이 스탠딩, 『공유지의 약탈』, 안효상 옮김(창비, 2021), 143~144쪽.
과거사
정말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과거는 그냥 사라져 버리거나 얌전히 누워 있기는커녕 당혹스럽고 끈질기게 되돌아와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가 그 야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한, 그 놈은 어김없이 되돌아와 우리를 볼모로 삼는다. _데즈먼드 투투, 『용서 없이 미래 없다』, 홍종락 옮김(사자와어린양, 2022), 55~56쪽.
교육
교육은 해방적이어야 하고, 자기 발견의 과정이자 진리, 지식, 창조성을 추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교육의 1차 목적은 사람들이 좋은 시민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시장 지배력, 재산권, 지대 추구의 영역이 되면 그 온전함을 상실한다. _가이 스탠딩, 『공유지의 약탈』, 안효상 옮김(창비, 2021), 356쪽.
귀여움
‘귀엽다’라는 감정은 “자연스럽고 기분 좋고 잔잔한 감정”이지만 “저항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이다. 이 마음은 우리 시대의 소비 감성을 주도하는 감정이다. 귀여움 감성은 푸바오 열풍에서 폭발했다. 푸바오는 모든 사람이 강제 칩거했던 팬데믹 시기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2023년 최고의 귀여움”으로 자리매김했다. SNS를 뜨겁게 달궜고, 실검 1위도 도맡아 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였다. “귀여움에 사로잡힌 인간은 강요당하는 괴로움 없이 순순히 지갑까지 열어젖힌다. 심지어 마음은 즐겁기 한량없다.” 최근까지 출시된 푸바오 굿즈는 400종이 넘고, 330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다. 귀여움 감성을 주도하는 건 ‘Z세대’다. 이들은 ‘귀여움’에서 “행복과 힐링”을 느끼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이 마음은 “접촉”을 원하고, 종종 “괴롭히거나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 품는다. 이는 오타쿠(덕후)의 심리를 반영한다. 덕후들이 “내가 입덕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판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자가 진단 문항”은 바로 “그 대상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는가?”라고 한다. 귀여운 것을 사람인 양 대하고, 나아가 동식물의 집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귀여움은 “가식 없이 솔직하게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에서 발현되는 감정”이기도 한다. 따라서 Z세대는 ‘김네넵’이나 ‘무무씨’ 등 “애쓰는 약자”들의 캐릭터를 아낀다. 귀여움 자체를 사랑하면서도, 스스로 처한 현실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 마음도 담긴 것이다. 귀여움은 우리나라에만 유행하는 게 아니다. “작거나 어리고 약한 것, 연민이나 동정의 마음이 드는 것,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고 무해한 것에 대한 애정”을 뜻하는 일본의 ‘가와이’(かわいい), “대상 혹은 특정 속성을 귀엽게 의인화해 소비”하는 중국의 멍(萌) 등 한·중·일에서 모두 인기를 끈다. “문화적 교양은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고 대중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은 젊은 세대가 정작 높은 실업률과 실질 소득 감소 탓에 풍요의 산물을 넉넉히 누릴 수 없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 감성적 만족과 위안을 얻기 위한 소비에 한층 몰입하는 경향” 때문이다. 귀여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천착은 “불안으로부터의 도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귀여움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일상의 소중함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_강승혜, 『귀여워서 삽니다』(한스미디어, 2025).
귀여움이 소비로 이어지는 이유는 ‘현대인의 애환’이라는 공감대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작고 약해 보이는 캐릭터를 통해 일상 속 애환을 유머로 승화하는 효과가 있다. 귀여운 대상을 보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고, 이 감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증폭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기능도 지닌다. 브랜딩에서 귀여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_강승혜, 『귀여워서 삽니다』(한스미디어, 2025).
글쓰기
[글쓰기에서] 모방 없이 독창성을 강조하는 것은 악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즉흥 연주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_윌리엄 케인,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김민수 옮김(펭귄클래식, 2017)
경험은 글을 잘 쓰는 모든 이의 안주인이다. _레오나로도 다빈치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울 수도 없었다. 그저,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_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2).
창작이 금지된 행위일 때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반역이며 권력을 쟁취하는 일이 된다. _리사 크뢰거 외, 『여자가 쓴 괴물들』, 안현주 옮김(구픽, 2021), 9쪽.
해뜨기 전, 미국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는 어머니와 함께 보온병에 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빅토르 위고는 옷을 모두 벗고 그날 목표로 한 분량의 원고를 쓸 때까지 집중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사과를 먹으며 하루의 시름을 풀었고, 찰스 디킨스는 나침반을 꺼내 침대가 북쪽을 향하는지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다. _마이클 노턴,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홍한결 옮김(부키, 2025)
기본
아페쎄의 창업자 장 투이투 또한 어둠의 시간이 있었어요.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때 다른 브랜드의 고스트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론칭 이후에도 데님 팬츠가 히트할 때까지 자금난에 시달렸어요. 당시 패션계의 주류는 ‘화려한 럭셔리’였어요. 아페쎄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베이직’이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_김명수 매거진 『B』 대표
B의 시선 2 : 측면의 결정과 시간이 쌓일 때, 브랜드는 살아남는다
롱블랙 프렌즈 B 브랜드의 측면을 탐구하는 롱블랙 클래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김명수 대표는 브랜드를 이렇게 정의했죠. ‘한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여정을 떠
www.longblack.co
기술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통제 수단을 갖지 않으면, 기계가 자기 선택권을 박탈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_세드릭 뒤랑, 『기술 봉건주의』, 주명철 옮김(여문책, 2025)
기억
전경린의 『자기만의 집』을 다 읽고 난 후 내내 나를 떠나지 않는 문장 중의 하나는 호은과 함께 간 덕수궁을 넋 나간 듯 바라보던 윤선이 내뱉은 말이었다. “세속적이다. 하지만 아름답구나.” 그건, 오랜 세월, 가늠할 수 없는 상흔과 고통을 견디고 여전히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대상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_손보미
[리뷰] “세속적이다. 하지만 아름답구나” | 예스24 채널예스
손보미 작가의 시선으로 읽는 『자기만의 집』. 절판 이후에도 사랑받아 온 전경린 작가의 『엄마의 집』이 출간 18년 만에 개정판 『자기만의 집』으로 돌아왔다.
ch.yes24.com
꿈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_앙드레 말로
나무
숲의 조상은 나무다. 나무는 탄소에 의해 암호화된 신호로 소통하며 초저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_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세계숲』, 노승영 옮김(아를, 2025), 107쪽.
노동
한국의 노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밀려오는 느낌은 ‘숨가쁨’이다. 벅차고, 쉴 틈 없고, 다치고, 다친 것을 감당하고 또 일하는 일상. 이는 만성적 피로와 저임금, 정리해고, 과로사 등으로 이어진다. _김관욱, 『지불되지 않는 사회』(인물과사상사, 2024)
대대(對待)
연암 박지원이 강조하는 대대(對待)는 ‘서로 대립하면서 동시에 의존하는 관계’를 뜻한다.
대화
말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받아들인다. 상대를 향해 몸을 약간 숙이고 상대의 눈을 보고 말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화하는 태도에 그 사람의 인품이 배어 있다. _강원국, 김민식, 『말하기의 태도』(테라코타, 2024), 5쪽.
독서
독서에는 세 단계가 있지요. 난독 > 체계적 독서 > 자신을 내려놓는 독서, 즉 무방비 독서. 무방비 독서는 난독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체계적 독서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읽을 가치가 있는 책과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을 구별할 만큼 안목은 생깁니다. 그 덕에 난독이 되지는 않습니다. _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박동섭 옮김(유유, 2024).
돌봄
돌봄을 일종의 서비스로 생각하면 주고받을 수 있는 것, 혹은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저는 이걸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힘으로 보고자 했어요. 다스리고 보살피는 일은 누군가에게 일정한 힘을 발휘하는 것,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권력이 발현하는 방식이 다양하다고 할 때 도대체 돌보는 힘, 보살피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걸까? 억지로 빼앗는 힘, 명령하고 부수는 힘이 폭력에 기반해서 위협하고 강제하는 힘이라고 한다면, 이런 종류의 힘만으로는 세상이 유지될 수가 없으니까요. 타인의 어려움과 곤란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반응하도록 하는 일은 억지로 시킨다고 잘 일어나지 않고, 특정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감에 이끌릴 때’ 생겨나요. “이끌어내기”는 이러한 성격을 지닌 힘의 동학을 그려내기 위해서 구체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_서보경
환자의 자격을 묻지 않는 병원이 있다면 | 예스24 채널예스
우리와는 다른 방식을 택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찬찬히 잘 이해하면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들을 조정해볼지 새롭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ch.yes24.com
동등성
숲은 보금자리다. 세계 정원의 모든 숲은 미생물, 곤충, 새, 포유류, 식물의 보금자리다. 이 보금자리는 모든 생명에게 중요하다. 어느 종도 나머지 종보다 낫거나 못하지 않다. 연결성이라는 사슬로 이어져 모두가 동등하다. 벌 한 마리, 늑대 한 마리도 꿈꾸거나 죽을 권리가 있으며 경이로운 삶을, 나름의 독특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보금자리에 대한 권리는 시간의 끝까지 간직된다. _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장상미 옮김(갈라파고스, 2023), 67쪽.
두려움
두려움이란 건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거야. 어두운 숲속 괴물같이 보이는 나무도 빛에 비춰 보면 그저 나뭇잎이 붙어 있을 뿐인 것처럼 말이야. _최연주, 『모 이야기』(엣눈북스, 2023).
리추얼
리추얼은 단순히 반복하는 습관이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이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 습관이지만, 굵게 간 커피 원두를 오로지 프렌치프레스로만 내려 마시는 행위는 리추얼이다. 습관은 일상을 자동화해 효율적 일 처리를 돕는 반면, 리추얼은 감정을 유발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감정을 풍요롭게 해주는 ‘리추얼’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힘을 발휘한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행복하기로 다짐한다고 행복해질 수는 없다. 대신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트는 자기만의 리추얼로 감정을 전환시켜야 한다. 해마다 생일 케이크의 초를 끄거나, 성묘로 누군가의 존재를 애도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은 ‘버티는 하루’가 아닌 ‘살아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 _마이클 노턴,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홍한결 옮김(부키, 2025)
리추얼은 불확실성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수단이며 무의미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작은’ 노력이다. 나아가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소유감을 안겨주고, 정체성과 소속감을 확인시켜 준다. 매일 내 방식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 순간들이 하나씩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 대단한 결심이나 이력보다 내가 어떻게 매일을 살아내느냐가 진짜 나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추얼’이 있다. “리추얼은 우리의 삶 곳곳에서 평범한 행위에 비범한 힘을 불어넣는다. 우리 모두는 리추얼이 깃든 삶을 살고 있다.” _마이클 노턴,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홍한결 옮김(부키, 2025)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는 사악하지도, 악의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계속 자신이 부추긴 세력들에 대해 유별나게 순진했다. 그는 자신의 디지털 플랫폼이 가진 힘을 억제할 준비가 한심할 정도로 전혀 돼 있지 않았다. _카라 스위셔,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최정민 옮김(글항아리, 2025).
말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거친 말과 무례함을 오히려 당당함의 표현처럼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개인의 삶은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드러운 말씨와 배려, 감사하는 마음이 도리어 약점으로 여겨지고, 때로는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흐름에 맞서야 합니다. 사회의 기초인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감사와 배려의 마음을 키우는 일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정의는 이런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정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잃는다면, 더 큰 사회에서도 그런 마음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신앙인에게 감사는 신앙의 핵심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의 언어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습니다. _프란치스코 교황, 『희망』, 이재협 외 옮김(가톨릭출판사, 2025), 91쪽
매카시즘
1950년대 초반을 휩쓴 ‘매카시즘’은 “미 국무성 내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라고 말한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 상원의원의 개소리(bullshit)가 발단이었다. 매카시는 악랄한 비방으로 날조된 사실을 헤드라인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마녀사냥 광풍으로 수백명이 체포 구금되고, 1만2천명 가량이 직업을 잃었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이나 작가 브레히트도 매카시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지목되었다. 매카시가 떠들어대는 내용은 대부분 근거가 매우 희박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의사 사건’(어떤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 사건)이었다. 이 허술한 말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키운 것은 언론이었다. 기자들은 검증 없이 매카시의 말을 그대로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자극적일수록 더 팔렸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기자들이나 거짓을 퍼뜨리는 매카시는 다른 듯 같은 ‘이익공동체’였던 것이다. _제임스 볼,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김선영 옮김(다산초당, 2020)
메가파이어(Megafire)
‘메가파이어’는 오늘날 전 세계를 짓누르는 재앙인 초대형 산불을 말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두 가지 궁극적인 ‘이상(理想)’의 극단적 이분법이 메가파이어의 근본적 원인이다. 하나는 ‘우리의 필요와 예측에 순순히 따르는 인간 지배하의 자연’이라는 이상, 다른 하나는 ‘멀리서 인간으로부터 경외받고 관조되는 순수한 자연’이라는 이상이다. “초대형 산불은 일종의 비상벨처럼 작용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지탱하는 이러한 이분법 구조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열렬한 개입주의도, 생태학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인 보존주의의 신념도 메가파이어를 제압하지 못하며, 심지어 이해조차 못 함으로써 아무런 정답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가파이어는 산불에 대해 인류가 품었던 두 가지 믿음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진단한다. 하나는 대형 산불도 현대 기술과 과학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산불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물 다양성에 이롭다는 믿음이다. “(초대형 산불) 사건의 난폭하고 갑작스러운 성질 앞에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약속이나 그와 반대로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고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한 자연주의 철학자들의 주장은 신뢰성과 타당성을 잃는다.” _조엘 자스크, 『숲이 불탈 때』, 이채영 옮김(필로소픽, 2025).
명확성
명확성은 민주주의의 토대이다. 혼란은 독재자의 도구다. 저질 정보, 망상, 허위 정보는 민주주의를 손상하고 정보 스모그를 만들어서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합의하려는 시도를 소모적으로 만든다. 사회 전반에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독재자와 전제군주, 선동꾼이 힘을 얻는다. _제임스 볼,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김선영 옮김(다산초당, 2020), 361쪽.
문학
상처는 딱지만 남긴다. 그러나 모든 것으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상처는 흉터도 문학으로 변환한다. 작가는 고통의 연금술사다. _김유태
시베리아 유배가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만들었다. 쇠를 두드려서 칼을 만들듯 작가는 부당한 일로 단련이 되어 만들어진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글쓰기』, 이혜경 옮김(스마트비즈니스, 2009)
챗GPT 같은 인공지능은 대답의 언어 모델이고, 문학은 질문하는 양식이다. 그렇기에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자료가 아니라 사람이다. “질문을 할 줄 모르고 대답만 하는 기계는 문학작품이 아니다.” _김주연, 『포스트휴먼과 문학』(문학과지성사, 2025).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자정 장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그에 관한 제도적 신뢰가 존재하는 한, 갈등과 긴장을 극복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발견하는 데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정치체제이다. _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 인용 판결문
[전문] "파면 이익이 손실 압도...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탄핵 사유 전부 인용… 11시 22분부터 효력 발생... 윤석열 완패, 이제 '전 대통령'
www.ohmynews.com
반추
특정 생각이나 주제를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반추(rumination)’는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은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을 ‘회피(avoidance)’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더 큰 불안을 학습하게 한다. 반추와 회피는 잠깐은 안도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안-반추-후회’의 무한 루프에 갇히는 결과를 불러온다. _닉 트렌턴, 『가짜 불안』, 박선영 옮김(갤리온, 2025).
배움
‘배운다’는 것은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적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현대인은 아마도 지식의 양적 증대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배움’이 아닙니다. 배운다는 것은 ‘그릇’이 바뀌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_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박동섭 옮김(유유, 2024).
번역
제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날마다 책 읽는 직업이에요. 번역가로서 내가 책을 만들고, 거기 내 이름이 찍혀 나온다는 데서 오는 기쁨이 무척 크죠. _홍한별
"가장 좋은 직업은 날마다 책 읽고, 쓰고, 옮기는 일"... 덕업일치 번역가의 서재
편집자주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n.news.naver.com
별자리
별자리는 인간이 가까이 보이는 별들을 임의의 선으로 그어 도형화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별자리를 보는 것이 곧 우주를 보는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사카모토는 “별자리라는 도표나 질서로 (우주를) 보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며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로고스에 의해 고정된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체험한다”고 했다. 후쿠오카는 로고스로 보는 세상을 “한마디로 인식의 감옥”이라고 했다. _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음악과 생명』, 황국영 옮김(은행나무, 2025)
불
불은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다. 화재 피해가 얼마나 되고 누가 다치는지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불길을 계속 유지해서 가능한 곳 어디든 최대한 넓게 퍼지는 데 집중할 뿐이다. 불의 이런 특징은 대부분의 상업계와 기업 이사회, 주주들, 더 넓게는 식민주의 충동과 비슷하다. _존 베일런트, 『파이어 웨더』, 제효영 옮김(곰출판, 2025).
불은 발화점에서 스멀스멀 퍼져나가는 훈소(薰燒), 불이 침엽수림의 나무꼭대기를 타고 올라가는 ‘수관 화재’, 그리고 높은 나무에 있던 불씨가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 먼 지역 나무까지 태우는 ‘비화(飛火)’로까지 확대됐다. 저자는 이런 임야 화재의 3단계가 “마치 중세 시대의 전쟁과 비슷한 면이 있다”라고 해설한다. 훈소는 보병과 같고, 수관 화재는 기마 부대와 비슷하며 비화는 수색대와 같다는 것이다. _존 베일런트, 『파이어 웨더』, 제효영 옮김(곰출판, 2025).
불굴
생은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 _전경린, 『자기만의 집』(다산책방, 2025), 278쪽.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를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_전경린, 『자기만의 집』(다산책방, 2025), 121쪽.
불안
고통을 견디면서 자신과 하나로 남아 있는 자는 행복하다, 불안으로 인해 변화를 겪었으나 자신과 분리되지는 않은 자는 행복하다, 불신하면서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 그는 아무 조건 없이 햇빛 아래 앉아 있을 수 있다. _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배수아 옮김(봄날의책. 2014).
심한 불안, 공포, 긴장 등을 느낄 경우,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을 나타낸다. 첫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을 모두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불안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거나, 또는 그 사람에게 어떤 취약성이 있을 경우 기질이나 체질과 관련되어 우울, 공포, 불안, 긴장, 강박 등 여러 가지 정신증상을 보이게 된다. 두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이 신체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신체화)이다. 두근거림, 발한, 변비나 설사, 어지럼증 등 자율신경증 증상에서부터 일어서고 걷고 말하기가 불가능해지는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과거 흔히 히스테리라고 불리던 전환장애나 신체화장애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행동화)으로, 이는 한층 더 어떠한 부적응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은둔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도박중독, 알코올 의존, 섭식장애, 다양한 일탈 행동 등으로 나타난다. 비행은 이러한 행동화의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 _노무라 도시아키,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송경원 옮김(지금이책, 2024), 49쪽.
브랜드
브랜드의 결정이 쌓여 궤적이 되고, 그 궤적을 소비자가 알아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인기는 브랜드 론칭 직후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열망은 시간이 누적돼야 생겨요. _김명수 매거진 『B』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와 유튜브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또한 현 시대의 디지털 무기 딜러가 됐다. 그들은 인간의 소통을 변형시켜 종종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대립으로 만들고, 그 불화를 전례 없는 규모의 피해로 급증시켰다. 그들은 수정헌법 제1조를 무기화했고 시민 담론을 무기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를 무기화했다. _카라 스위셔,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최정민 옮김(글항아리, 2025)
살아 있음
우리가 살아간다고 해서 항상 ‘살아 있는 느낌’을 가지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때로 AI나 좀비같이 영혼이 잘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고, 자기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도 잘 모르기도 한다. 오그던은 이런 상태를 “살아 있지 못한 삶”이라고 보고, 정신분석이란 바로 이 상태에서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게 하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는가? 첫째, 진정한 대화와 진정한 말 속에서 ‘진정한 자기’가 살아난다. 마음이 담긴 진정한 말을 하고, 누군가가 그 말을 들을 때, 자기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인간은 결국 말하면서 마음의 깊은 이야기를 꿈꾸고 나눈다. 둘째, 상담자는 ‘함께 존재하는 사람’이다. 마음을 재빠르게 해석해 주는 사람보다 함께 머물러주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과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고 성장할 수 있다. 셋째, 매 순간 새로운 관계가 생명을 불어넣는다. 모든 상담은 똑같지 않다. 매번 새롭고 고유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것이 바로 나와 타인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방식이다. 환자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경험’을 하고 ‘살아 있는 감정’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오그던은 이 짧은 순간들을 통해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고 말한다. _토머스 오그던, 『정신분석, 생생한 존재로의 여정』, 김정욱 옮김(학지사, 2025).
상처
우리는 지독하게 상처를 입어야 진지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걸세. 지독한 상처를 입으면 그걸 활용하게. _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글쓰기』, 이혜경 옮김(스마트비즈니스, 2009)
서재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 _키케로
서재_집옥재(集玉齋)
‘집옥재’는 “옥처럼 귀한 보물(서책)을 모은 곳”이라는 뜻을 지닌 건물로, 1873년 고종이 서재 겸 집무실로 사용하며 외국 사신을 접견하기 위해 지었다. 현재는 경복궁관리소가 내부를 단장해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조선 왕실과 역사, 문화 관련 서적 1,7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서점
우리는 물건이 아니라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 책이라는 건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를 한곳에 모아 그 안에서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라이프스타일을 고르는 장소’라는 콘셉트로 만든 서점은 그동안 없었던 것이죠. _마쓰다 무네야키
수사학
수사학은 단순한 웅변술이 아니라, 문장을 설계하고 글을 전개하며 독자가 글에 몰입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_윌리엄 케인,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김민수 옮김(펭귄클래식, 2017)
숲
자연에는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신이 있다. 큰 숲이든 작은 숲이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은 들어갈 때보다 더 차분해진 상태로 나오게 된다. 그 위엄을 경험하고 나면 절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거기서 나오면 자기에게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닫게 된다. _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장상미 옮김(갈라파고스, 2023), 208쪽.
슬픔
슬픔과 사랑 사이에는 깊은 통로가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농번기를 앞둔 3월 말, 디오니소스 대축제 때 비극 경연 대회를 열었다. 세상에 넘치는 슬픔의 의미를 묻고 고통을 성찰하는 일. 그리스 비극은 미학보다는 정치학이고 철학이었다.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쾌락이 아니라 내가 타인의 고통으로 아파하고 눈물을 흘릴 때 느끼는 공감과 연대의 기쁨이다. _이진민
슬픔은 충분히 고였다가 조금씩 어디론가 흘러가야 한다. 그 슬픔을 어서 거두라 말하는 것은 폭력일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서 충분히 슬퍼하지 않으면 슬픔은 길을 잃는다. 제대로 흘러갈 수 없다. _이진민
슬픔을 물어야 한다,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txt]
이진민의 그림책이 철학을 만날 때 ‘철사 코끼리’는 상실과 애도에 관한 그림책이다. 돌산에서 고철을 주우며 사는 소년 데헷이 아기 코끼리 얌얌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
n.news.naver.com
습관
꾸준히 결과물을 내는 사람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매일 ‘판에 박은 듯한 일과’를 반복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려면 그 이외의 일은 가능한 한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편이 좋으니까요.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길거리에 싹 튼 꽃, 바람에 날리는 마른 잎, 모퉁이를 돌았을 때 뺨에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차 같은 것으로 사계의 변화를 느끼는 겁니다. 다른 조건을 모두 똑같이 해 두지 않으면 변화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과학 실험도 똑같습니다. _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박동섭 옮김(유유, 2024).
시간
아마도 시간은 화살이 아닐 것이다.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치명적인 무기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시간은 화살이 아닌 알일지도 모른다… 매 끝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약속…. _사이 몽고메리, 『거북의 시간』, 조은영 옮김(돌고래, 2025).
식물
자신의 존재 전체를 변화하는 환경, 때로는 혹독한 환경에 맞춰 살아야만 하는 삶을 상상해 보라. 벗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삶. 이것이 식물의 삶이다. (…) 식물은 전 생활환(life cycle)에 걸쳐 움직일 수 없으므로 역동적인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지하는 예리한 감각과 적절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_베론다 L. 몽고메리 『식물의 방식』, 정서진 옮김(이상북스, 2022), 15쪽.
실패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모든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다슌 왕 교수가 연구비 신청 데이터(1985~2015·14만 건),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1970~2016·5만 8111개), 테러 조직의 공격 데이터(1970~2017·3000여 개 테러 조직)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자의 26%, 창업자의 87%, 테러리스트의 42%는 지속적인 시도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성공한 케이스에선 일정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실패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었고, 실패를 거듭할수록 적게나마 성과를 도출했다. 반면 실패한 케이스는 실패와 실패 사이 간격에 큰 변화가 없었고, 실패를 통한 성과도 미미했다. 저자는 그 차이의 원인을 내적동기 유무에서 찾는다. 내적동기를 따르면 활동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외적 동기를 따르면 외부 보상과 인정에 치우치기 때문에 인정받기 더 쉬운 다른 과제로 목표를 바꾸기 쉽다고 지적한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실패 결핍
실패 결핍이란 실패에 대한 내성이 없어 일상의 작은 실패에도 스스로 해결하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애도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 _한강
어떤 대상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마음을 품는 것 자체가 정말로 근사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를 떠나간 것의 죽음을 이해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하늘의 별로 돌려보내려는 바로 그 마음 자체가. 그게 바로 인간이 획득할 수 있는 가장 세속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_손보미
조문(弔問)은 슬퍼할 조에 물을 문을 쓴다. 묻지(ask) 않으면 묻을(bury) 수 없다. 기쁨은 딱히 묻지 않아도 상대가 발산하는 파장으로 뛰어들 수 있지만, 슬픔은 섬세히 물어도 공명이 어려운 감정이다. (중략) 각자가 가진 슬픔의 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단히 묻고 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조문이라는 아득한 단어에 ‘물을 문’을 넣어 둔 이유다.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된 조문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죽음을 보아왔다. _이진민
에로스
에로스는 “‘필요’ ‘결핍’ ‘없어진 것에 대한 욕망’”(25쪽)이다. 에로스적 욕망은 언제나 여기 없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는 행위를 수반한다. 에로스는 늘 명사가 아닌 동사처럼 군다. 그 근본적 구성 요소는 결핍이다. 동시에 발생하는 쾌락과 고통이 바로 에로스의 증상이다. _앤 카슨, 『에로스, 달콤 씁쓸한』, 황유원 옮김(난다, 2025).
여성 문학
만약 여자가 시를 쓰는 것 자체가 악이라면, 여성이라는 나의 존재에 도사리고 있는 악이란 무엇입니까? 물론, 저는 저의 비천함과 부끄러움을 압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의 시가 더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_소르 후아나, 『첫 꿈』, 신정환 옮김(경당, 2025)
여성 소설
소설이 낯선 것, 이상한 것, 다른 것을 포용한다면 여성은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여성은 사회의 주변부에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알뿐 아니라, 그렇게 존재하는 속에서 한껏 즐긴다는 의미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여성들이 기이한 것을 쓰려고 몰려드는 것이다. _리사 크뢰거 외, 『여자가 쓴 괴물들』, 안현주 옮김(구픽, 2021), 347쪽.
연대
한 사람의 정신의 깊이는 그가 느끼는 슬픔의 영역과 비례하며, 슬픔을 귀하게 여기고 응답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나는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에서 상형문자의 아름다움을 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지만, 서로 기대 아픔을 나누다 보면 그렇게 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글자다. _이진민
연해주
개척리는 위생 문제를 우려한 러시아 당국이 늘어난 이민자를 격리하면서 형성된 ‘황인종 게토(ghetto)’였다. 1893년 당국은 한인에게 주거환경이 열악한 시외의 이 지구를 배정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개척리를 잇는 큰길이 ‘카레이스카야(한인) 거리’였다. 한인들은 자치기관인 한인거류민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위생, 치안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한인 언론도 위생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청결한 행위로 러시아 당국의 신용을 얻고 자치를 허용받아야 고국 독립의 기초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척리는 1911년 당국에 의해 방역을 명목으로 결국 철거됐다. “개척리 철거는 위생 논의에 기반했지만, 동시에 인종주의적 조치이기도 했다.” _송영화, 『귀화를 넘어서』(한국학중앙연구원, 2025).
영감
번뜩이는 영감의 숨결, 성스러운 뮤즈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의 기억이 몸속 세포와 만나 새로운 불꽃을 피우도록 해야 한다. 뇌과학자들은 영감의 촉매를 ‘아세틸콜린’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과 ‘시터파’라는 뇌파에서 찾는다. 아세틸콜린은 여러 경험과 기억을 엮어 영감의 불을 일으키는 부싯돌 역할을 한다. 아세틸콜린이 해마를 자극하면 시터파가 많이 생성되고 시냅스(신경과 신경의 접합)가 쉽게 연결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가바사와 시온 일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아세틸콜린과 시터파 생성을 돕는 방법으로 낮잠 자기, 호기심 자극하기, 산책하기, 앉은 채로 손발 움직이기 등을 권한다. 아울러 “아세틸콜린 원료인 레시틴이 풍부하게 함유된 식재료는 달걀노른자와 대두, 곡류, 간, 땅콩류”라며 “평소 달걀과 두부 된장국, 견과류를 많이 먹는 게 좋다”고 말한다. _고두현
영감은 육체의 경험과 영혼의 숨결이 함께 빚어내는 창조의 불꽃이다. 영감을 뜻하는 영어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은 ‘숨을 불어넣다’는 의미의 라틴어 인스피라레(inspirare)에서 왔다. 신이 인간에게 불어넣어 준 ‘생명의 숨’이 곧 영감이다. ‘영감을 주는 여신’ 뮤즈(muse)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와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9명의 딸 무사이(mousai, 단수형은 무사·mousa)에서 유래했다. 이들의 영감으로 창작된 것을 무지케(mousike)라고 했고, 이는 뮤직(music)의 어원이 됐다. 박물관을 의미하는 뮤지엄(museum)도 여기에서 나왔다. 옛 문인과 예술가들은 무사이 여신들의 신전을 찾아 영감받기를 소원했다. 고대 그리스의 많은 문학작품이 첫머리에서 이 여신을 불러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노래하소서, 여신이여!”로 시작하고 <오디세이아>는 “들려주소서, 여신이여!”로 첫 장을 연다. _고두현
번뜩이는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고두현의 문화살롱]
올해는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이 세상을 떠난 지 150년이 되는 해이고, 4월 2일은 그가 220년 전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집에서 태어난 날이다. 그는 11세 때 아버지를 여읜
n.news.naver.com
우분투
우분투(Ubuntu)는 응구니족 언어로 “내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며 소토족 언어로는 보토(boto)라고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사람이 된다’라는 의미로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인간의 존엄성을 핵심으로 하는 아프리카 세계관의 핵심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다.
유령
우리 중 누구도 이성적인 가능성 면에서 유령을 믿지 않지만, 우리 대부분은 상상 속에서는 유령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유령이란, 우리가 전해 듣거나 혹은 글로 쓰인 이야기 속에서 보고 듣는 저속한 귀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서서히 맺히는 유령, 복도나 계단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 속에 출몰하는 유령을 뜻한다. (바이올렛 파제트) _리사 크뢰거 외, 『여자가 쓴 괴물들』, 안현주 옮김(구픽, 2021), 101쪽.
유한성
음악도 생명도, 단 한 번뿐이기에 빛난다. 그 일회성이야말로 음악이 갖는 아우라이며 인간이 만든 훌륭한 예술이 자연의 조형과 복잡함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이다. _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음악과 생명』, 황국영 옮김(은행나무, 2025)
음모론
탈진실 시대에는 음모론이 기승을 부린다. 그렇지만 이러한 음모론에 저항할수록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온다. (중략) 개소리의 기승은 단 하나의 해결책만 있지 않으며 정보 생태계의 주체 모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는 정치권과 미디어가 처한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략) 현실감각을 유지하고 음모론에 맞서면서 서로 기본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은 건전한 민주주의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진실이 무의미해진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_제임스 볼,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김선영 옮김(다산초당, 2020), 360쪽.
이름
이름은 전조라는 말이 있다. 이름을 듣는 순간 우리 몸과 마음이 동시에 반응한다.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들을 때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지고 입에 침이 고인다. 싫어하는 음식 이름을 듣는 순간 낯이 찌푸려진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그리움이 물안개처럼 번져오고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마음 가득 불쾌함이 몰려오고 몸이 굳어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름은 구별을 위한 기호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개별성에 눈을 뜬다는 말이다. _김기석, 『최소한의 품격』(현암사, 2025), 192쪽.
이야기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나쁜 기억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 걸까? _셀리 페이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노진선 옮김(다산책방, 2025), 391쪽.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변했다. _셀리 페이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노진선 옮김(다산책방, 2025), 371쪽.
이케아 효과
‘이케아 효과’는 값비싼 가구보다 부품 하나하나 직접 조립해 완성한 가구에 더 애착을 갖는 심리 현상으로, 마이클 노턴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처음 명명했다.
인권
태국에서 HIV 치료가 확대되는 데 의료보험 제도의 확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태국의 경제 수준에서 자국민에게 HIV 치료제를 공급하기에는 당시 약값이 너무 비싸서 기존의 의료보험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몇몇 치료제에 대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공적 사용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2000년대 중반에 취했어요. 태국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했던 건 한편으로는 HIV 감염인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사회 운동이 조직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도 ‘의약품 접근권’이 중요한 인권 의제라는 걸 알리고, 여기서 정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사례로 여겨졌어요. _서보경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80915
인사
‘갔다 올게’라는 약속에는 화자와 타인의 결속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내포돼 있다. _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경이로운 한국인』, 이소영 옮김(마음의숲, 2025)
인생
모든 사람의 일생은 신의 손가락으로 쓰인 동화이다. _안데르센
읽기
읽는 힘이란 ‘공중에 매달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이는 일의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개념을 포함하는 논고를 계속 읽을 수 있는 힘을 뜻하고, 다른 말로 ‘지적 폐활량’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지적 폐활량이 풍부하면 ‘미결정’ , 즉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_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박동섭 옮김(유유, 2024).
한 작품을 최소 네 번은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첫 읽기에선 전체 메시지를 파악하며 통독하고, 두 번째는 문장을 곱씹으며 감각을 동원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구조와 상징을 분석하는 ‘건축적 읽기’를 수행하고, 네 번째는 작품 관련 글을 쓰면서 읽으면 된다. _강창래,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글항아리, 2025)
자연경관
자연은 “내버려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지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함께 살아온 것은 ‘원시적 자연’이 아니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탄생한 ‘경관’이었다. 화재 현장에서 많은 피해자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상실감 때문이다. 불로 사라진 것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그들과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어왔던 ‘경관’이기 때문이다. 메가파이어 앞에서 “통제 사회라는 이상, 또는 반대로 완전한 원형이라는 이상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의 습관들은 더 이상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찾지 못한다.” 따라서 ‘불의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문명에 적합한 방식으로 불을 다루고 땅을 경작해 돌보며, 물질적·정신적 양식을 생산하는 행위 사이의 동맹을 되살려야 한다. 메가파이어에 대응한다는 것은 문명을 하나의 문화로 사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_조엘 자스크, 『숲이 불탈 때』, 이채영 옮김(필로소픽, 2025).
잡지
잡지의 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광고입니다. 표지는 당신의 브랜드를 파는 거예요. 많은 신문사와 잡지사가 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비즈니스에서 너무 분리되어 있죠. _타일러 브륄레(모노클 창업자)
저널리스트
좋은 저널리스트는 좋은 세일즈맨이라는 거죠. 당신의 이야기를 팔 줄 모른다는 건 마치 사진가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팔 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이 아무리 훌륭해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할 수 없고, 사람들을 찾아가고 전화를 하면서 그들이 왜 당신의 작업을 봐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예요. 우리는 뭐든 팔 수 있어야 합니다. _타일러 브륄레(모노클 창업자)
전관예우
전관예우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 ‘제도화된 부정’이자 ‘법조 특권주의’의 최종 형태다. 고위직에서 퇴직한 판사나 검사들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여전히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실제 사법 정의의 실현 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리는 원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김앤장과 같은 초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신임 판사로 다수 임용되었다는 사실은, 법원이 특정 로펌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_강준만, 『법조 공화국』(인물과사상사, 2025)
정치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_플라톤
종말
어른들이 현재의 욕망으로 다투는 동안, 아이들은 미래를 잃었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이런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메시지이다. 시험 성적으로 선발된 소수의 엘리트가 전체의 미래를 결정한다면, 그조차도 타고난 계급으로 결정된다면, 그런 세계는 멸망해도 되지 않을까? 미래 배경과 예언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그 무엇보다도 리얼리즘 소설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믿어온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이미 썩은 채로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썩은 것이 파멸해야만 더 자유로운 미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투쟁하는 청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오늘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우리의 미래가 바라는 멸망에 투자하자. 그들에게 실패해도 된다는 소망을 선물하자. 그렇게 우리는 새롭게 일어설 것이다. _박현주
파멸케 하라, 하여 우리는 일어설 것이다 [.txt]
세계의 종말은 늘 인기 있는 주제였지만, 최근 들어 실체가 더 확고해진 느낌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경제적 양극화와 노동의 소외, 무너진 법질서를 현실에서 매일 목격할 수 있기 때
n.news.naver.com
종말론
종말론은 기독교의 핵심 원리고, 서구 철학은 종종 세속화된 신학이며, 서구적 정치원리와 역사 인식 또한 그렇다. 가령 고대 그리스든 힌두든 꽤 많은 종교는 순환적인 시간관을 채택하지만, 기독교의 시간관은 지금 주어진 세계 바깥의 종말/구원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가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지금 세계의 끝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의 변혁’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_단요
단요 작가의 책장 | 예스24 채널예스
단요 작가가 요즘 애정하는 『케스 매와 소년』, 『쇠렌 키르케고르 입문』, 『서구종말론』, 음반 <Cool World>, 영화 <네트워크>.
ch.yes24.com
지성
‘지성’이란 집단적으로 발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집단 안에서 활발한 대화가 오가고 이론이 난무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지성의 작동’이고, 이런 일은 개인 혼자서는 좀처럼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지성인이냐는 ‘그 사람 덕분에 주변 사람의 지성이 활성화되고, 그 덕에 새로운 시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상태’가 생기는지 아닌지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_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박동섭 옮김(유유, 2024).
지적 성장
“지적 성장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가에 관한 앎’에서부터 시작한다.” 무턱대고 많이 배우는 것이 지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의 부족한 부분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식일 수도 있고, 타인에 대한 배려 일 수도 있고, 공감 능력일 수도 있다. 자신을 정체된 곳에 가두지 말고 어색하더라도 낯선 곳에 자신을 두고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낯선 곳에 두는 연습을 하면 그 낮섬이 어느새 익숙함으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지적 성장이다. _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박동섭 옮김(유유, 2024).
집
실패하고 무너지고 상처 입은 후에도 결국 다시 돌아가는 곳은 바로 ‘집’이다. 물리적인 공간의 집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공간의 집일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자기만의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받아들이고, 깨닫고, 성장하는 것이다. 저마다 파괴되고 부서지면서도 지킬 만큼 소중한 것이 있는 게 삶이었으니까 다시 살아갈 힘을 내야 한다. _김은미
당신을 오롯한 당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곳, 있나요
▲ 자기만의 집 ⓒ 다산책방 전경린 작가의 책 <자기만의 집>은 <엄마의 집>으로 출간되었다가 18년 만에 개정되어 다시 나온 책이다. 절판된 뒤에도 독자들은 계속해서 책 속 문장을 SNS를 통해
n.news.naver.com
출판
조선 후기는 신분제의 변화로 민간 출판(소설뿐 아니라 역사서, 의학서, 병법서까지)이 활성화되는 한편 과거시험 준비생의 증가로 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였다. 평민을 위한 별도의 서당이 등장했으며, 지식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문화적 창작과 함께 사회적 역동성이 치솟고 있었다. _홍성준, 『고전을 펼치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 2』(시여비, 2025).
허구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 카바예로는 소일거리로 문맹인 이웃들을 위해 편지를 대신 읽어주는 일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편지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까지 지어내 들려주었다. 카바예로는 “필요하다 싶으면 거기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아들이 따져 묻자, 카바예로는 말한다. “하지만 너도 봤잖니? 이웃집 여자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허구가 현실을 보완해서 더 완전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방식’을 좇는 진취성과 창의성이 바로 아들에게 새긴 어머니의 유전자다. _페드로 알모도바르, 『마지막 꿈』, 엄지영 옮김(알마, 2025).
헌법
현실의 힘은 헌법학자들의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필요로 하는 각자의 해석과 주장이 만들어 내는 희망 또는 울분에서 잉태된다. _차병직 외, 『지금 다시, 헌법』(노르웨이숲, 2022)
휘말림(elicitation)
휘말림은 누가 뭔가를 의도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하기보다는 어떤 조건 속에서 하다 보니 어느새 특정한 결과가 생겨나는, 불현듯 이뤄지는 상황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_서보경
휴식
글자와 글자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어야 문장이 잘 읽히듯, 일정과 일정 사이에도 약간의 틈이 있어야 하루하루가 더욱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편안하고, 시간과 시간 사이에도 작은 휴식이 필요하다. 그 얼마간의 여백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나’로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아닐까. _위한솔, 『쓰다 보니, 쓸 만해졌습니다』(필름, 2025), 44쪽.
희망
현재의 의미를 현재에 다 알 수 없다면, 우리는 무력하기만 한걸까? “어떤 얼굴로 다가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미래와 끝에 대해서 대비할 능력이 마치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헛되게 믿으면서.”(245쪽,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삶을 지속할 뿐인 걸까?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현재에는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한다는 것, 한참의 시간이 흐른 이후에야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그 의미의 일부나마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 그건 놀랍게도 공허가 아니라 삶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래를 짐작할 수 있어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다시 살 수 있어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건 달리 말하자면 ‘희망’이라 불리는 것이다. _한소범
[리뷰] 오늘은 미래의 어느 날 환한 기억이 될 것이다 | 예스24 채널예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
ch.yes24.com
'평론과 서평 > 절각획선(切角劃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4년 4월 12일) (0) | 2025.04.19 |
---|---|
키케로의 『의무론』 해제 요약 (0) | 2025.04.14 |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30일) (0) | 2025.04.05 |
가능성에 대하여(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 2025년 3월 23일) (0) | 2025.03.30 |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16일) (2) | 2025.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