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장래는 더 이상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중략) 모든 걸 신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인간들의 정의가 아닌 신들의 정의에 신뢰를 더 많이 품게 되었다거나, 혹은 인간의 지혜로움에 더 많은 믿음을 품게 되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이다.
삶이란 잔혹한 것이다. (중략) 재난과 파멸은 계속 찾아올 것이며, 무질서가 승리하겠지만, 때때로 질서가 승리하기도 할 것이다. 두 전쟁 시기 사이에 평화가 다시 자리 잡기도 할 것이고, 자유, 인간성, 정의 등의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리들이 그 말들에 부여하려고 했던 의미를 되찾게도 될 것이다. (중략) 이와 같은 단속적인 불멸성에 나는 감히 기대를 거는 것이다.
_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곽광수 옮김(민음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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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답니다.
혼란한 시기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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