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공감과 성찰 (62)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중앙선데이》에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입니다. 이번에는 다가올 휴가철을 맞아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최고의 여행은 카타바시스, 즉 저승여행입니다. 살아서 죽음을 겪는 것, 산고를 겪고 여자가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조금 보충했습니다.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소년은 불우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떠났다. 숙부네 집에 얹혀살면서 인쇄 견습공 일을 하던 소년은 열여섯 살 때 처음 여행을 한다.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친구들과 놀다 돌아오는데 성문이 닫혀 있었을 뿐이다.“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야훼의 명령을 받고 기꺼이 집을 나선 아브라함처럼, 어떤 운명을 느낀 소년은 숙부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그대로 몸을 돌려 길을 떠난다. 며칠 동안 제네바 성 주변.. 생각 좀 하고 살아 《매일경제》 칼럼, 이번에는 ‘생각하기’를 다루었습니다. 본래 글을 조금 보충했습니다. 전 6.5매에 아직 적응할 수가 없네요.ㅜㅜ사람들은 흔히 정보를 생각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오히려 정보는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2020년부터 일본은 대입시험을 개혁하면서, 학력과 생각하는 힘 중에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교육 개혁 방향은 교과서를 폐지하고 일제 고사를 없애는 쪽으로 갈 가망성이 높습니다. 교과서와 일제 고사는 생각하는 힘에 역행하니까요. 그렇다면 생각하는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그 이전에 생각이란 게 무엇인지 좀 살펴보았습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파스칼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엔 조리가 없다. 만약 이 말이 진실.. ‘질문의 엘리트’가 필요한 시대 《서울신문》에 쓴 칼럼입니다. 인공지능시대는 미래 인재의 모습을 급속히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질문의 엘리트’가 필요한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못 들어봤다. 영미권에서 쓰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어디 산속에서 살다 온 철없는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의 저서를 통해 ‘지구화 시대의 전도사’를 자부해 온 사람이다. 언어가 있는 곳에 인식이 있다. 우리가 ‘마법의 주문’에 홀려서 호들갑을 떠는 사이, 세계는 정보기술이 가져온 격변을 자기 시각에서 수용하고 소화하고 있다.‘제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면 실제로 세..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매일경제신문》 칼럼, 이번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의 일에 대해서 써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자본의 공포 마케팅에 넘어가서 미리 체념하지 말고, 자본이 바라는 대로 미래를 상상하지 말고, 인류 전체의 행복을 생성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공진화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저한테는 인공지능의 자기계발(^^)보다 자본의 폭주가 더 염려됩니다. 미래의 일자리는 자본이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게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우리의 일을 만드는 겁니다. 자본이 일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면, 아마 편리한 인공지능을 없애는 것보다 불편한 자본을 삭제하는 쪽이 더 미래의 행복에 좋겠죠.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토요일마다 시골로 내려가 마을사람들과 같이 『논어.. 제4차산업혁명?! 코딩교육보다 차라리 교과서를 폐지하자 며칠 전 자주 이용하는 논문 사이트 첫 화면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다운로드 숫자가 가장 많은 논문 열 편의 제목에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이 정도면 제4차 산업혁명은 업계의 호들갑을 넘어선 국가적 재앙에 가깝다. 학자들 공부가 편벽되면 사회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정부 부처는 또 어떤가. 가는 곳마다 모두 제4차 산업혁명 타령이다. 이 말만 쥐고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요술방망이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 시대의 남근숭배다. 절대적 쾌락을 보장할 것 같아서 모두가 제사에 참여하고, 자신도 참여했다는 사실로부터 얻는 미시권력적 위안에 몸을 떠는 중이다. 초연결성에 기반을 둔 사회의 혁신은 분명히 일어나는 중이다. 누구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 책 읽는 대통령 책 읽는 대통령 2017년 현재 합계출산율 1.23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과도한 양육비와 사교육비, 끔찍한 유치원 전쟁, 결혼·출산 후 여성 경력 단절… 아이 낳기 힘든 나라. 그래서 책이 있다. 2016년 OECD 주요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최하위.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어린이·청소년 5명 중 1명. 아이가 행복하기 어려운 나라. 그래서 책이 있다. 2015년 청년층(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 세계 1위 69%. 2016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25만6000원. 학력 없이 잘살기 곤란해 일단 대학부터 가지만, 돈 없이는 공부도 잘할 수 없는 나라. 그래서 책이 있다.2016년 청년층(15~29세) 실업률 9.8%, 2년 연속 사상 최고 .. 돌이 눈뜨는 시간을 찾아서 _ 문학은 죽음을 견디는 것이다 《중앙선데이》 칼럼, 이번에는 설악산에 가족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바를 하이데거, 엘리엇, 릴케의 시를 읽으면서 곱씹어 보았습니다. 속초는 ‘신이 깃든’ 땅이다. 설악이 있고, 동해가 있다. 머무르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동시에 이 도시에서는 ‘영원성’을 얻는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 네 식구가 틈을 얻어, 산의 울림을 품었다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스무 살, 홀로 또는 친구와 온 곳을, 서른 해 건너, 같은 나이 아이들과 함께, 아내의 손을 쥐고 걷는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숲은 고요히 쉰다./ 계곡물은 쏟아진다./ 절벽은 영구하다./ 비는 똑똑 듣는다.// 밭은 기다린다./ 샘물은 솟는다./ 바람은 거주한다./ 축복은 곰곰 생각한다. 여기에 여덟 줄로 응축된 만물이 있다. 숲은 고요하고 물은 움직.. 읽기중독자로 살아가기 이번 주부터 《매일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첫 번째 칼럼은 읽기중독에 대해 써 보았습니다. 읽기중독자로 살아가기 도서관이나 박물관이나 학교나 사회단체에 강연 가는 일이 잦다. 읽기를 퍼뜨리는 일이 소명임을 받아들인 후, 일정을 가릴 뿐 비용을 따지지 않아서다. 약력을 요청받으면 첫 줄에 정성껏 적는다. ‘읽기중독자’.큰 축복을 받아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왔다. 한눈팔 겨를도 없었다. 책을 읽고 만들고 쓰는 일로 인생 전부를 채울 수 있었다. 다른 일을 한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일주일에 두세 권쯤 책을 읽고, 밑줄 그은 것을 가끔씩 옮겨 적고, 때때로 무슨 책을 만들까 고민하면서 살아왔을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 일만 계속할 것이다.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영화도 벌써 포기했다. 가..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