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일 속에서, 휴가 속에서, 어떤 이야기 속에서 소모된다. 시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 속에서 소모된다. 그러나 어쩌면 글쓰기는 다를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시간을 잃는 것과 매우 가까운 일이지만, 또한 시간을 온전히 들이는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아서 눅눅해진 시간을 조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매 순간은 감미로워지고 모든 문장은 축제의 밤이 된다.”
“당신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랑에 결여된 그 사랑을 침묵 속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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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보뱅의 『빈 자리』(이주현 옮김, 1984Books, 2025)에 나오는 말이다.
무슨 책이 새로 나왔나 살피다가 책 소개 글에서 이 문장들을 만났다.
글이란, 시간을 써서 시간의 파수꾼이 되는 일이다. 삶이 남긴 눅눅한 흔적들을 아름답고 감미로운 축제로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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