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앞질러 제멋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몸’은 전 프로야구 투수의 자세를 분석한 가시노 마키오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구와타 마스미는 ‘똑같은 자세로 30회를 던져달라’는 가시노의 요구를 의식하며 공을 던졌다. 동작 측정 결과 그는 ‘매번 다르게’ 던졌다. 똑같이 던지려고 노력했지만 공을 놓는 지점 등이 모두 달랐다. 반면 공은 모두 같은 위치에 꽂혔다. 그의 투구는 “늘 똑같은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똑같도록 행위를 조정”하며 몸이 해법을 찾아낸 실례라고 이토 아사는 설명한다. _이토 아사, 『몸은, 제멋대로 한다』, 김영현 옮김(다다서재, 2025).
가치와 비전을 갖고 일을 하면 아무리 천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활동이 된다. 즉 행동에 대한 해답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_이어령, 『이어령의 말』(세계사, 2025)
기초 물리학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문법을 기술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의 일차적 성질을 지닌 운동하는 단순한 물질로 이루어진 문법이 아닙니다. 세상에 스며 있는 맥락은 이 기본 문법에까지 미칩니다. 우리는 그 어떤 기본적인 실체도 그것이 상호작용을 하는 대상의 맥락 없이는 기술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설 발판이 없어집니다. 명확하고 일의적인 속성을 지닌 물질이 세계의 기본 실체가 아니라면, 그리고 인식의 주체도 자연 일부라면, 무엇이 세계의 기본 실체일까요? (중략) 우리 존재의 참된 본질이라고 할 궁극적이거나 신비로운 본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광대하고 서로 연결된 현상들의 집합일 뿐이며, 각각은 다른 것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주체와 의식에 대한 수백 년에 걸친 서양의 사변은 아침 공기에 닿은 서리처럼 사라집니다. 카를로 로벨리,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김정훈 옮김(쌤앤파커스, 2023)
미래 학자들 말이 틀리는 이유 알아? 그들은 언제나 ‘이런 세상을 만들자’가 아니라 ‘이런 세상이 온다’고 말해. 하지만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_이어령, 『이어령의 말』(세계사, 2025)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교류하고, 질문하고, 상상하며,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의 일과 직접이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지만, 우리는 이를 주도하는 힘과 예상되는 변화를 이해함으로써 내일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다. _서용석, 『직업의 미래』(와이즈맵, 2025).
백설 공주 대신 왕비에게 공감하게 되면서 나는 노화하는 외모로 인한 내 어려움을 인정할 시간을 맞이했다. _안드레아 칼라일,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 왔다』(웅진지식하우스, 2025)
번역이란 직역 또는 의역을 넘어 행간을, 침묵을, 여백을 번역하는 일이다. _홍한별,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위고, 2025)
벳 호론으로 올라가는 좁고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에 낙타 두 마리가 맞닥뜨렸다. 두 마리가 같이 올라가려고 하면 두 마리 모두 낭떠러지 행이다. 만약 한 마리씩 오르면 둘 다 같이 오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누가 먼저 갈 것인지다. 5000년 유대인의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식 답은 이렇다. 두 마리 중 어느 쪽이 먼 길을 여행하는지, 또 어느 쪽이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탈무드는 이렇듯 ‘서로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타협하는 것도 정의다’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_심정섭, 『1% 유대인의 지혜수업』(매일경제신문사, 2025).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기업인이나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오염시키는 이들을 축복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면서, 교황이 이혼한 여성이나 동성애자를 축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비난하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_프란치스코 교황, 『희망 :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자서전』, 이재협 외 옮김(가톨릭출판사, 2025)
시간을 아껴라. 시간으로 세상을 잴 수 있다. 부디 시간과 더불어 새로워져라. 새롭게 태어나라. - 김훈, 『하얼빈』(문학동네, 2022), 13쪽
여러분들은 물이냐 불이냐가 아니라, 물과 불 사이에 둔 솥처럼 상극하는 두 가치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서 아름답게 갈등과 대립을 막아주는, 조화하는, 솥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_이어령, 『이어령의 말』(세계사, 2025)
영국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가 쓴 『불통, 독단, 야망』(2025)이라는 책을 보면, 사회가 단절되고 분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단절형 인간’이 권력을 쉽게 쟁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나르시시스트적 경향이 강하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단절형 인간’이 끊임없이 다수에게 ‘단절’의 가치를 세뇌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공생적인 관계가 존재하는 ‘연결형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아침은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아직 그 빛 속에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녁노을은 왜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다가오는 어둠 속에 아직 빛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_이어령, 『이어령의 말』(세계사, 2025)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 ‘할 수 있다=뛰어나다’ 그리고 ‘할 수 없다=열등하다’라는 능력주의적 척도로 ‘할 수 있음’을 논합니다. 하지만 몸의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할 수 있음’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정의할 것인지, 그 자체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됩니다. 그 문제는 우리가 자신의 체감을 바탕으로 고민해야 하는 감각적인 질문인 동시에 각종 제도 설계와 관련 있는 사회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_이토 아사, 『몸은, 제멋대로 한다』, 김영현 옮김(다다서재, 2025).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것은 잠든 것을 일깨운다는 것이며,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에 다가서도록 하는 것이며, 침묵하는 것을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_이어령, 『이어령의 말』(세계사, 2025)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것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이해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말로,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마음으로 여러 번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_발레리아 루이셀리(Valeria Luiselli), 『그게 어떻게 끝나는지 말해줘(Tell Me How It Ends)』
이토 아사는 “할 수 있다는 느낌이란 대체 뭘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하며 이토 아사는 “할 수 있음이란 나 자신의 그릇을 새롭게 빚는 것”이라고 재정의한다. _이토 아사, 『몸은, 제멋대로 한다』, 김영현 옮김(다다서재, 2025).
전쟁은 비참함 말고는 아무것도 안겨주지 못하고, 무기는 죽음 외에는 그 무엇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전쟁은 그저 어리석을 뿐이다. _프란치스코 교황, 『희망 :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자서전』, 이재협 외 옮김(가톨릭출판사, 2025)
페르낭 브로델은 역사를 구조사, 국면사, 사건사로 구분했다. 구조사는 지리나 문화의 구조,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체제 변화 같은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들의 변화를 다룬다면, 사건사는 지난 12.3 내란 같은 단기 지속적인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사회 변화를 설명한다. 국면사는 신자유주의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중기 지속적인 국면을 축으로 보는 역사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사다.
혼자서 일어설 수 없을 때 타인의 힘을 잘 받아들여 일어서는 사람. 눈이 보이지 않을 때 타인의 반응을 단서 삼아 보는 사람. 장애의 세계에서 ‘할 수 있음’이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기초로 펼쳐집니다. _이토 아사, 『몸은, 제멋대로 한다』, 김영현 옮김(다다서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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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신문 서평 등을 읽으면서 눈에 띠는 구절들을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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