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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들

퍼블리싱 마케팅 트렌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신간 퍼블리싱 마케팅 트렌드(북바이북, 2024)에 여는 글을 썼다.

이 책은 《기획회의》 600호 마케팅 특집에 나왔던 여러 마케팅 사례를 묶고, 몇몇 글을 보태서 펴낸 책이다. 

일인 출판사부터 대형 출판사까지, 홍보나 마케팅 대행사까지 출판사 규모와 역할은 다르지만,

팬데믹 이후 한국 출판계에서 시도되었던 다양한 마케팅 사례가 실려 있다.

이러한 시도들을 개괄하면서 그 의미를 생각하는 글을 부탁받아 짧게 써서 덧붙였다.

아래는 그 글 중 일부를 재편집한 것이다. 


 

“갈수록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를 해도 안 팔린다.”

출판 현장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출판 마케팅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자잘한 팁(Tip)에 집중한다. 모 출판사가 카드뉴스로, 유튜브 광고로, 온라인서점 광고로 책 좀 팔았다고 하더라, 같은 소문들 말이다.

물론 ‘카더라 노하우’를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현장성이 중요”하고, 따끈따끈한 판매 노하우를 얻는 것은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용기를 주고, 희망을 불어넣으며, 두근거리게 하는 힘이 있다. 게다가 빠른 실행력과 결합하면 일정한 성과를 거둘 가망성도 크다. 

온라인 세상에선 때때로 연결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폭발적 창발성이 생겨난다. 많은 마케터가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핫한 플랫폼을 찾아서 마케팅 떠돌이가 되는 이유다.

그러나 그렇게 읽는 건 이 책을 얄팍하게 읽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아는 마케팅 노하우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무용한 것이 된다. 심지어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비용은 계속 증가하며, 비용 대비 효과 역시 갈수록 떨어진다.”

노하우를 좇고 트렌드를 따르는 출판사는 적디적은 역량을 헛된 일에 낭비하기 쉽다. 이것저것 시도하며 우왕좌왕하다 시간만 낭비하기 일쑤다.

그러기보다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을 쓸데없는 데 쓰지 말고, 시장 흐름에 민감히 반응하면서 한 책 한 책 기획과 서점 영업에 공들이는 게 더 낫다. 트렌드 파악은 남들을 뒤쫓아 한 번 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표를 찾아내서 신속하게 앞서가려 할 때만 유용할 뿐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사용법은 성공 사례 자체에 얽매이기보다 하나하나 사례에 담긴 구조적 통찰에 집중하는 일이다. 모든 필자는 자신의 사례에 덧붙여 디지털 시대에 맞춤한 통찰을 남겼다. 

사실, 모든 사례 연구는 종합해서 어떤 규칙을 발견할 때까지 고민할 때 비로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각 사례는 어디까지나 그 출판사의 것이고, 정말로 우리에게 의미 있는 건 그 사례의 바탕에 있는 규칙이다. 그래야 가져다 내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어보니, 30년 전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를 읽으면서 책의 기획과 판매,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고민하던 때가 떠올랐다. 시대 변화에 맞추어 수정과 개정을 거듭하느라 어느덧 18판까지 나온 이 책에서 코틀러가 말하는 건 단 하나뿐이다. 

“최고 기업의 마케터들은 모두 공통의 목표를 공유한다. 바로 고객을 마케팅의 핵심에 놓는 일이다. 급격히 디지털화되고 관계 지향적으로 변모하는 시장에서 고객가치와 참여를 창출하는 것이 마케팅의 전부다. 마케터들은 고객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사 브랜드가 고객의 삶과 대화에서 의미 있는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고객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 고객가치와 고객 참여가 모든 좋은 마케팅 전략의 추진력이다.”

마케팅 행동은 바뀌어도 마케팅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제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집중하는 일, 고객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 언제나 이것이 마케팅의 모든 것이다. 출판 마케팅이라고 다를 건 없을 테다. 

곽선희 외, 『퍼블리싱 마케팅 트렌드』 (북바이북,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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