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일의 보람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우리는 보통 반복되는 일을 권태롭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세련된 손기술을 익히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어떤 일을 계속 되풀이하더라도 그 작업이 예측을 동반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때는 일하는 사람을 고무한다.

똑같이 반복적인 작업이라도 반복의 내용은 새로워지고, 변형이 일어나며,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작업자가 느끼는 정서적 보람은 반복적인 일을 다시 하는 바로 그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바로 리듬인 것이다.

생리적으로 리듬을 타며 수축하는 인간의 심장처럼, 숙달된 장인은 그의 손과 눈을 쓸 때 리듬을 탄다.

_ 리처드 세넷, 『장인』, 김홍식 옮김(21세기북스, 2021) 중에서

 

=====

이렇답니다.

 

나날이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불행해요.

매일 같은 일을 다르게 하는 사람이 행복하죠.

 

자신의 일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보이는 것,

안정된 일자리에서

하루하루 솜씨가 늘면서

숙련되어 가는 것이 보람이죠.

 

편집 노동의 백미는 교정교열입니다.

하루에 30쪽씩, 새 원고를 꺼내놓고,

한 쪽 한 쪽 붉게 물들여 가는......

 

생각하는 손이란

손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고,

손을 통해 생각하는 것이고,

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죠.

 

손과 생각이 분리되면

일에서 보람이 사라져요.

세넷의 『장인』은 역시

몇 번이고 다시 읽을 만합니다.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꼭 읽어 보세요.

 

리처드 세넷, 『장인』, 김홍식 옮김(21세기북스, 2021)

'평론과 서평 > 절각획선(切角劃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수  (0) 2022.02.15
한 인문 편집자의 질문  (0) 2022.01.30
문학 번역  (0) 2022.01.23
단어 수집가  (0) 2021.12.21
시간에 대하여  (2) 202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