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가 규범으로 삼고 따르는 것은 공동체의 도덕이나 국익이 아니라 더욱 큰 ‘윤리’이며 자기 내면의 ‘정의’입니다.(이는 ‘사회 정의’와도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공공성’이라 부릅니다.
(중략)
서로의 가치관이 대립하는 권력과 미디어의 관계야말로 공동체에는 건전한 형태이며, 개인에게도 자기 자신과 그가 속한 사회를 늘 상대화해서 생각하는 시선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저널리스트는 권력자와 거리를 둬야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이지수 옮김(바다출판사, 20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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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답니다.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짤막한 글들과 대담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영화를 통해 억압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 주려고 늘 애썼던 고레에다 감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 나오는 고레에다의 창작 윤리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귀 기울이다'일 것 같다.
이는 타자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전해야 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한 고레에다 감독의 출발을 새삼 환기시킨다.
권력의 서사에 저항해서 작은 이야기를 잘 듣고 전하는 일, 내면의 큰 윤리가 말하는 목소리를 잘 듣고 전하는 일.....
이건 언론이나 영화 감독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윤리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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