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renaissance)는 프랑스어로 '부활' '재생'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1492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들어왔다.
『서구 예술에서 르네상스와 르네상시스』에서 파노프스키는 리나시타(rinascita)와 리나시멘토(rinascimento)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이탈리아에서 대두된 이 개념은 마니에라 앙카(la maniera antica, 고대 양식)나 테데스카(tedesca, 독일 양식, 고딕적 양식)에 대립되는 부오나 마니에라 모데르나(la buona maniera moderna, 현대 양식)이었다.
네상스(naissance)는 '이 세상에 등장하는', '태어나는'이라는 뜻이다. 접두사 르(re-)는 '반복'의 뜻이다. 따라서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나다' '재생하다'라는 뜻이다. 당시 학자들, 예술가들은 새로움을 추구했고, 이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따라서 이때의 부활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부활이다.
그렇다면 당시 폐허 상태로 존재하던 그리스 지역, 동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시골로 전락한 로마 등에는 이 문화의 흔적은 있었으나, 정수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스와 로마는 모두 그 바깥에 있었다. 그리스와 로마 문헌을 대량으로 보존한 것은 아랍의 이슬람 도서관들이었다.
또한 기독교 유럽 전역에 산재해 있던 수도원 도서관에 보관되었던 수많은 필사본들 역시 이 정신을 보존하고 있었다. 페트라르카, 에라스뮈스 등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이 각지 수도원을 돌면서 문헌을 발굴하고, 비교 대조해서 원본을 확정해 가는 작업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쨌든 도서관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는 불가능했다. 정치적, 종교적 억압 속에서도 문헌을 지켜 왔던 아랍의 학자들과 수도원 수사들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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