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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병자 클럽’의 독서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알기 위해 읽는다.”

‘우리’는 외롭고 고립된 경험을 나누면서 조금 덜 아파지고, 질병이라는 보편의 우연성(‘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은 조금 덜 잔인해진다. 내 문제와 비슷한 동시에 각자 고유한 문제들과 씨름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하루를 더 이어갈 힘을 얻는다. (중략) 아픈 사람의 질병 경험 쓰기가 자기 치유와 구제 노력이듯, 아픈 사람의 질병이야기 읽기도 자기 치유와 구제의 노력일 것이다.(중략) 이미 세상을 떠난 먼 나라의 작가들이 주요 구성원이었던 내 머릿속의 병자 클럽 안으로 지금 이곳의 아픈 사람들이 들어왔다. 우리는 저 경전들을, 병자 클럽의 권장 도서 또는 인기 도서를 책장에 채우고 복용한다. _메이, 「‘병자 클럽’의 독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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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이 기획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봄날의책, 2020)에 나온다. 책을 손에 들자마자 빠르게 읽었다.

‘병자 클럽’은 아파서 고통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의 가시적/비가시적 모임을 가리킨다. 이들은 실제 만나서 대화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고 구절을 공유하고 서평을 올리는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대할 수도 있다. 도서관이나 서점은 질병에 관한 적절한 책들을 큐레이션함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메이는 질병 경험을 서술한 글을 크게 둘로 나눈다. 

첫째, 알퐁스 도데의 「고통」,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 같은 아픈 사람의 고통에 대한 자신 또는 주변 사람의 질병 경험을 서술한 투병기. 

둘째, 버지니아 울프의 「아프다는 것에 대하여」,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달팽이 안단테』 같은 개인의 질병 경험에서 촉발되었거나 자신의 질병을 직간접적인 소재로 삼는 질병이야기.

이러한 책들과 함께 “치료와 섭생 정보를 다룬 책”들, 「욥기」나 『위파사나 명상』 같은 종교 서적들, 『우리 몸 연대기』나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같은 생물학이나 사회학 서적들도 함께 모아 두면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한테 좋을 것 같다. 

#readingbook20200302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기획,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봄날의책, 2020)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기획,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봄날의책,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