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사무실에 나와서,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지상의책, 2019)를 읽었다. SF 작가 김보영과 SF 평론가 박상준이 함께 쓴 이 책은 ‘질문의 책’이다.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로봇이 인격을 가질 수 있을까, 로봇에 사람 인격을 넣으면 그 로봇은 그 사람일까 아니면 그 사람을 흉내 내는 로봇일까, 클론에게 내 기억을 이식하면 이 클론은 같은 ‘나’일까, 만약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그 로봇을 살아 있는 것일까, 꿈을 조작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서 꿈속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인공지능에 대한 실감을 전 인류가 느끼게 된 오늘날, 이 질문들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하게 떠올리게 된 것이요, 일찍부터 영민한 작가들이 SF라는 창작 형태 속에서 심각히 물어보고 사고실험을 거친 생생한 서사로 답했던 질문들이다. 이 책은 『노인의 전쟁』, 『공각기동대』, 『앨저넌에게 꽃을』, 『바이센테니얼 맨』, 『토털 리콜』 같은 기라성 같은 SF 작품들이, ‘튜링 테스트’ ‘통 속의 뇌’ ‘서번트 증후군’ 같은 철학적, 과학적 탐구들과 나란히 소개된다.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SF를 통해 기술의 철학적, 과학적 의미를 따져보는 수업을 해 보고 싶거나, SF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를 중심으로 철학 및 과학 도서들을 함께 큐레이션 하고 싶을 때 딱 좋은 참고 도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흥미로운 가설을 세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이 있을 법한 일로 인간의 사고실험을 촉진하고, 가상을 통해 인간이 있을 수 있는 현실을 연습하는 일이라면, 유목사회의 문학으로는 서사시가, 농경사회의 문학으로는 로망스가, 산업사회의 문학으로는 소설이, 정보사회의 문학으로는 SF가 적합한 것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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