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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읽기에 대하여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어제 서울국제도서전 컨퍼런스에서 안찬수 선배의 지론인 책읽기와 손노동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드디어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한 기술을 전수하는 것, 즉 책읽기(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와 손노동(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 즉 몸으로 익히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을 먹고 쉬는 사이, 강석기 선생의 『과학의 위안』(엠아이디, 2017)을 읽다가 「석기의 재조명」이라는 글을 만났다. 도구의 사용은 불의 사용이나 사회적 뇌보다 인류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디르티히 스타우트 교수에 따르면, 보기와는 달리 실제로 석기를 만드는 일은 아주 고도의 기술에 속한다. 아무리 간단하 석기라도 손쉽게 제작할 수 없는 것이다. 고인류에게는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은 석기 디자인이라는 추상적 사고가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만드는 데 있다”(86쪽) 고 디트리히 교수는 말한다.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이기 이전에 호모 아티펙스(Homo artifex)였던 것이다. “라틴어로 아티펙스는 기교, 창의성, 장인 정신을 뜻한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디트리히 교수는 초기 씨족 집단 규모인 184명을 대상으로 몸돌에서 박편을 떼어내 석기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하는 실험을 한다. 실험의 조건은 다섯 가지다. 남이 만들어놓은 박편을 보고 혼자 작업하는 경우, 옆의 숙련자가 하는 걸 보고 작업하는 경우, 손으로 돌망치를 다시 쥐어 주는 등 기본 가르침을 받는 경우, 몸짓으로 가르침을 받는 경우, 말로 가르침을 받는 경우다. 실험 참가자들이 만든 6000개의 박편을 분석한 결과, 쓸 만한 박편이 만들어질 확률은 뒤로 갈수록 높아졌다.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간은 언어능력을 발달시켰고, 언어능력이 발달할수록 도구 사용에 능해진 것이다. 

도구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일은 “상당한 동기 부여와 자기 통제력이 없으면 마스터할 수 없”으며, “가르침을 받지 않고는 사실상 기술을 습득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구제작 과정에서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인류는 언어구사능력을 진화시켰다”(87쪽)는 것이다. 도구를 제대로 만들고 사용하는 능력을 익히는 것은 언어발달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는, 아이들에게 각종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손노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동발달에 여러 장점이 있음을 암시한다. 

책을 읽다 보니, 요즈음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기의 분노조절 장애, 소통능력 부재 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교육 방법 중 하나가 ‘손노동’으로 상징되는 각종 육체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수준의 손노동 없이는 지식노동에 필수적인 언어능력 자체도 충분히 발달하지 않을 게 틀림없다. 

손노동은 인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손노동 없이 인간은 자신의 인간됨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안찬수 선배는 이 사실을 직관했기에, 아이들 교육에서 손노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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