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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후한서

고난의 번역… “9년간 저녁 - 주말 없이 지내”(동아일보)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후한서 본기’ 국내 첫 번역… 민음사 장은수 대표 편집인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한서 본기’를 번역한 장은수 민음사 대표편집인. 그는 “아마추어의 번역이라 중국사 전공자의 번역이 나올 때까지 참조용으로만 읽히길 바란다”면서도 “편집자로서 몸에 밴 습관을 살려 최대한 읽기 순한 문장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안돼 시작한 번역인데, 책을 내고 보니 어느새 그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초벌번역에만 5년, 퇴고와 각주, 편집까지 마쳐 책으로 나오기까지 총 9년이 걸렸죠.”

중국 후한시대 광무제부터 헌제까지 13명 황제 196년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 본기’(새물결·사진)가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중국사 전공자도 엄두를 못내는 700쪽 분량의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출판명가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 편집인(46)이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2006년부터 평일 저녁과 주말도 반납한 채 틈틈이 번역했다고 했다. “민음사에서 펴낸 김원중 선생 번역의 ‘정사(正史) 삼국지’를 읽다가 ‘후한서를 곁들여 읽으면 균형을 맞출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국내에 이 책이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는 겁니다. 결국 아쉬운 사람이 해야겠다고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

어린 시절 한학교육을 강조한 부친의 뜻에 따라 ‘소학’이며 ‘명심보감’ 등을 익히긴 했지만 중국사 전문가도 아닌 그에게 번역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번역을 하다 막히면 일본어 번역서와 백화어(현대 중국어) 번역서를 구해 해당 언어에 능통한 지인들에게 물어가며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요.”

남북조시대 학자 범엽(398∼445)이 지은 ‘후한서’는 중국 25사(史) 중에서도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진수의 삼국지와 함께 ‘4사(四史)’로 불린 중국사의 고전이다. 제왕 중심의 본기(本紀) 10권, 신하 중심의 열전(列傳) 80권, 문물·제도·지리를 다룬 지(志) 30권으로 구성된 기전체 역사서로 그동안 국내엔 열전만 부분 번역돼 있었다. 본기는 열전에 비해 ‘건조하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많다.

“황후의 얘기를 다룬 황후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명덕마황후는 후덕한 성품에 외척의 발호도 막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왕비의 본보기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후한 시기는 중국 역사에서 ‘중화’라는 표준문명 개념이 확립되는 시기여서 의외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장 편집인은 얼마 전부터 열전 번역도 시작했다. “열전은 연대기 순으로 책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고 광무제 시기 인물을 다룬 앞부분과 황건적의 난 이후를 다룬 뒷부분을 먼저 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완역요?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40514/634536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