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후한서

민음사 장은수 대표 ‘후한서’ 첫 완역(한겨레)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사기’ 등 중국의 4사 가운데 하나

“아직 번역 안됐다는게 안타까워

객관성 위해 다른 출판사서 출간”


우리나라 고대사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후한서-본기>(사진·새물결 펴냄)가 처음으로 완역됐다. 범엽의 <후한서>는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진수의 <삼국지>와 함께 중국의 4사로 꼽힌다. 민음사 장은수(46) 대표가 번역했다.

이렇게 중요한 책이 지금까지 완역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번역의 주인공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은 더 놀랍다. 국문학을 전공한 장 대표는 “진수의 <삼국지>를 번역한 <정사 삼국지>를 읽으면서 때때로 원문을 참조해 읽었는데, 이 시기를 다룬 또다른 역사서인 <후한서>의 우리말 번역본을 찾으려 했으나 인터넷 등에 부분 번역본이 여기저기 나돌뿐 출판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완역 경위를 밝혔다. 그는 “비전공자로서 블로그에 조금씩 해 온 번역을 모은 취미 생활의 결과물”이라며 “조형준 새물결 편집주간이 ‘남들이 쓴 거 우려먹은 것도 아니고 초역이니까 나름 출판의 의미가 있는 거 아니냐’며 의미를 찾아줘 책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보기에 이 시기 중국 역사는 “우리나라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남의 역사가 아니라 동아시아 공통의 역사”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한문을 잘했으니까 번역을 안해도 됐지만, 현대에 와서 아직까지 번역이 안 돼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사를 전공한 분 중에 번역하실 분을 찾았는데 어려웠다”며 “교수들의 경우 번역해봐야 연구성과로 1점도 안주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지적했다. <한서> <후한서> <진서> <신구당서> 가운데 이번에 나온 <후한서>를 제외하면 번역된 책이 하나도 없다. 사마천의 <사기> 최초 완역도 2년밖에 안됐다.

장 대표는 “솔직히 말해 이 책은 전적으로 아마추어적 작업의 결과물”이라며 “중국사 전문가에 의한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그저 갈증을 달래는 용도로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몸 담고 있는 민음사에서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만 해도 은퇴하지 않는 한 자기 책을 자기 출판사에서 내는 일은 없다”며 “출판이라는 게 최소한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