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우는 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울지 않는 종은 종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종종 우는 종은 종종 종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종종 울리는 종은 종종 학교 종이 되었다가 교회 종이 되기도 하였다가
어떤 낮 텅 빈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드문드문 울리는 고물상 주인의 목청과 섞이었다가도
어느 밤 낮게 깔리어 퍼지는 찹쌀떡 수레의 녹슨 바큇살에 감겨 엉기었다가도
종국에는 종종거리며 제집으로 돌아와
몸에 남아 있는 여린 울음 그칠 때까지
고요히 숨 참고 있는
그런 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 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때린 타인의 힘으로
종은 살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은 날들이
종종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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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시다. 우리가 의존적 존재라는 것, 섞이고 엉기면서 “타인의 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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