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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명태에 대하여

명태는 대구과 명태속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주강현의 『명태 평전』(바다위의정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명태에 관한 기록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조선 후기 17세기에 처음 등장한다. 1652년 사옹원 관리가 강원도 10월 분 진상품에 대한 폐해를 보고하는 가운데 대구 알과 함께 명태 알을 언급했다. 원래 함경도 앞바다가 명태 주어장이었지만,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대거 월남한 어민들이 강원도 해안에 자리 잡으면서 함경도 아바이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한국에서 명태는 ‘국민 생선’이다. 명태 상태에 따라, 생태, 동태, 북어, 황태, 먹태, 노가리 등 무려 50여 가지 명칭이 있다. 다양한 쓰임새로 명태가 우리 생활 속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명태는 국민 사랑을 한몸에 받아 제사상에 오르며 ‘절을 받는 물고기’가 됐고, ‘액막이 물고기’로 굿판과 고사에도 단골로 출연한다. 북어대가리는 한국 사회 이곳저곳에 걸려 있다.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던 명태가 동해에서 소멸된 지 20년 가까이 된다. 동해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겨울이면 함경도, 강원도 연안으로 회유하던 찬바다 물고기 명태는 동해 해수온도 상승으로 1980년대부터 지속해서 줄다가 2000년대 초반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81년 14만톤이었던 명태 어획량은 2010년엔 2톤으로 줄었으며 2020년엔 명맥이 끊겼다. 강원도 거진, 아야진, 속초 청초동, 주문진 등 명태잡이 거점 어민들은 조업을 중단한 지 오래됐다. 이제 우리 밥상엔 원양에서 잡힌 명태만 오른다. 

냉동과 해동이 교차되는 가운데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하는 황태덕장의 본적지는 두말할 것 없이 평창 횡계리다. 반면에 황태를 새롭게 알린 곳은 인제의 용대리다. 하나는 대관령, 다른 하나는 진부령에 위치해 영 너머로 오가는 바람을 이용해 황금색 명태를 창조한다. 전국 황태의 7할이 용대리에서 생산된다.

1952년 부산에서 양명문이 작사하고 변훈이 작곡한 가곡 ‘명태’가 등장한 이래, 명태는 늘 술안주처럼 일상에 등장했다. 북어를 뜻하는 ‘원산말뚝’에 소주 한잔이라는 실향민의 말도 재밌다.

탕·찌개·조림·찜·구이·식해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해 먹는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이었다. 껍질까지 먹으며 백미는 내장이다. 알로는 명란젓, 창자로는 창난젓을 만들며 아가미로는 아가미젓을 만든다.

애(간)로 끓이는 애탕은 별미다. 먼저 알과 애·곤이 등을 끓여 건져 낸 다음 두툼한 애는 난도질하듯 잘게 썰고, 마늘과 고춧가루 등을 넣어 알, 곤이와 함께 다시 끓여 내면 얼큰하고 시원한 애탕이 완성된다. 원양태가 보편화되면서 신선한 곤이나 애를 구하기 어려워져 애탕의 옛 맛은 거의 사라졌다.

주강현, 『명태 평전』(바다위의정원,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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