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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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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수지’로부터 편집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작가의 수지’로부터 편집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봄에 순천향대와 동덕여대에서 시작하는 출판 강의에 소개할 책을 몇 권 추가했다. 제럴드 그로스의 『편집의 정석』(이은경 옮김, 메멘토, 2016), 스가쓰게 마사노부의 『편집의 즐거움』(신현호 옮김, 아이콘북스, 2016),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김연한 옮김, 북스피어, 2017), 안정희의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이야기나무, 2015) 등이다. 네 책 모두 훌륭한 점이 있지만, 이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신나게 읽을 책은 아마도 『작가의 수지』일 것이다. 돈이야말로 사람을 일단은 들뜨게 하는 법이니까.작가 모리 히로시는 『모든 것이 F가 된다』(박춘상 옮김, 한즈미디어, 2015)로 국내에도 이름이 조금은 알려진, 그러나 일본에서는 2010년 ..
송인서적 부도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신동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청탁받은 주제가 긴급히 교체되는 바람에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던 점을 조금 보충했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송인서적 부도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오늘날 출판의 운명을 이야기하자니, 자크 데리다의 ‘고슴도치’가 먼저 떠오른다. 데리다는 이 동물을 통해 문학(시)의 운명을 환기한다. 그 고슴도치는, 지금 이 순간,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추어 있다. 어떤 우연한 이끌림에 따라,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광포한 속도로 한없이 차들은 달린다. 어느새 닥쳐 올 사고를 예감하는 고슴도치는 고개를 가슴께 처박고 잔뜩 웅크린 채 온몸의 털을 세워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그리고 목숨을 보전하려는 이 행위 탓에 고슴도치는 스스로 장님 상태가 된다. 사고가 닥칠 것이라는 예감으로 고슴도..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회를 다시 쓰기 - 2016년 한국 출판시장의 흐름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2016년 출판시장을 몇 가지 흐름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회를 다시 쓰기2016년 한국 출판시장의 흐름 “18년 동안 사익을 한 번도 추구하지 않았다”는 인간-기계가 통치하는 세상은, 틀림없이 무참하고 무의미하며 불행한 지옥일 것이다. 욕망은 타자로부터, 타자를 통해서 비로소 도래한다. 욕망이란 항상 타자에 대한 욕망이기에,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한 온전히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 욕망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고 믿는 자는 자기 삶에서 타자를 뿌리째 뽑아 버린 괴물이다. 그런 존재는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자’인 신이거나, 누군가 프로그래밍해 주는 대로 살아가는 꼭두각시 기계일 수밖에 없다. 타자가 보이지 않기에 눈앞에서 어두운 물속으로 가라..
2016년 출판계 키워드 요약 연말이면 한 해 출판계를 정리하는 글을 여기저기에 쓰게 된다. 올해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출판을 들여다보면서 보냈지만,이런 글을 쓸 때마다 몇 마디 말로 책의 풍요를 압축할 수 없어서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된다. 출판 전문지인 《기획회의》는 해마다 연말이면 출판계 키워드 30을 뽑아서 한 해의 출판을 정리한다.이 특집이 실린 《기획회의》 429호 여는 글에서 이를 요약해 보았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솟구침과 곤두박질의 롤러코스터에 적절히 올라타서 온갖 묘기를 부리는 일은 출판 편집자의 운명과 같지만, 올해는 유난히 일이 많고 말 또한 무성했다. 초연결사회에 걸맞게 순식간에 화제가 응집하고 소멸하는 ‘하이콘텍스트’ 시대가 열리면서 이에 따른 출판의 대응도 기민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앎에..
‘될 만한 책’이라는 사고방식을 넘어서 《기획회의》 여는 글로 쓴 글입니다. 출판 현장의 여러 선후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될 만한 책, 어디 없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립니다. ‘한 방’이라고 바꾸어도 좋을 겁니다. 저는 항상 이 말이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이 같은 자연스러움을 얻었을까를 고민하곤 했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출판 사업의 핵심이지만, ‘될 만한 책’이 사업 운영의 중심에 서는 출판은 적어도 직원들과는 함께 오래 갈 수 없습니다. 회사의 장기적 가치가 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괜찮은 출판사의 연매출이 소기업 수준에 대부분 머무르는 이유도 출판사업의 기본 구조가 이 말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얼마전 SBI 학생들이 출판계에 입문하기 위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 미시마 구니히로의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미시마 구니히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편집자의 생명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 또는 경험, 또 하나는 영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데이터는 조사로 만들 수 있고, 경험은 일해서 축적할 수 있지만, 영감이 바닥을 치면 끝이라는 것이다. 소진과 고갈의 허탈과 지루를 견뎌낼 만큼의 뻔뻔함이 있다면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터이다. 하루하루를 무의미와 멍 때림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의미의 집적체인 책이 쏟아내는 아우라를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미시마샤의 사장 미시마 구니히로도 그랬다. “‘뭘 위해서’ 하는지 잘 모르겠는 일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소화해 내는 와중에, 감각이 마비”되어 “생각해야..
미국 출판사 직원들 연봉은 얼마나 될까? 2015년 미국 출판사 직원들의 연봉 관련 조사 자료가 나왔습니다. 출판 전문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공개되었네요. 종이책 경기가 다소 회복된 덕분인지, 2014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금 올랐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자료를 해마다 종합해서 만들면 좋을 듯해서 참고 자료로 주요 부분을 번역해서 올려둡니다. 2015년 미국 출판사 중간 연봉은 66,038달러(약 7,367만 원)으로 2014년 65,000달러에 비해서 2.8% 올랐습니다. 양국 출판산업의 생산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비교 하면 안 되지만,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16년 기준으로 57,220달러로 한국의 20,990달러에 비해 약 2.73배 높은 것에 비례해 보면 약 2,699만 원 정도 되네요.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임금 동결 ..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누가 일하는가? _ 책을 만들고 팔고 추천하는 사람들 저자는 쓰고 독자는 읽는다. 출판은 저자와 독자, 쓰기와 읽기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책을 쓰는 것은 저자이지만, 책이 독자 손에 전달될 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노고를 보탠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도대체 누가 존재하고, 그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최근 온라인 매거진 버슬의 맬리사 랙스데일이 기사로 정리했기에, 여기에 옮겨둔다. (1) 첫 번째 독자들 ― 책을 쓰고 나면 저자들은 에이전트나 편집자에게 보내기 전에 첫 번째 독자들한테 읽힌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 작가들이다. 그들의 너그러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많은 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2) 에이전트 ― 한국에는 흔하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출판사 등을 상대로 해서 저자의 권리를 대변해 주는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