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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송인서적 부도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신동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청탁받은 주제가 긴급히 교체되는 바람에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던 점을 조금 보충했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송인서적 부도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오늘날 출판의 운명을 이야기하자니, 자크 데리다의 ‘고슴도치’가 먼저 떠오른다. 데리다는 이 동물을 통해 문학(시)의 운명을 환기한다. 그 고슴도치는, 지금 이 순간,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추어 있다. 어떤 우연한 이끌림에 따라,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광포한 속도로 한없이 차들은 달린다. 어느새 닥쳐 올 사고를 예감하는 고슴도치는 고개를 가슴께 처박고 잔뜩 웅크린 채 온몸의 털을 세워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그리고 목숨을 보전하려는 이 행위 탓에 고슴도치는 스스로 장님 상태가 된다. 사고가 닥칠 것이라는 예감으로 고슴도치는 가장 낮은 장소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절박한 호소를 보낸다. “기억해 주세요(apprendre par coeur)!”[각주:1] 

프랑스어로 기억한다는 것은 심장(마음)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심장의 언어로 존재를 다시 쓰는 것이다. 잊지 말아 달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제 심장을 들여다보면서, 솟구친 가시의 목소리로, 출판은 세상을 향해 뜨거운 호소를 발신 중이다. 오늘날 출판이 맞이한 사태는 그만큼 심각하고, 도무지 앞날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위기는 무겁다.

2017년, 한국출판은 희망에 부푸는 마음이 아니라 절망에 얼룩진 눈물로 한 해를 출발했다. 업무 시작일인 1월 2일, 한국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만기어음을 막지 못하고 부도를 낸 것이다. 송인서적이 밝힌 채권 및 채무 규모는 부도어음 100억 원, 은행대출 50억 원, 보유재고서적 40억 원, 서점매출채권 210억 원, 출판사채권 270억 원 정도다. 부실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미미해 보일 수 있어도, 생존선을 오르내리면서 책을 펴내고 퍼뜨리는 영세 규모 출판사와 서점 수천 군데가 이 부실을 고스란히 나누어 질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송인서적과 거래하는 출판사는 놀랍게도 2000여 곳이다. 그중 송인서적을 통해서만 지역 서점과 거래하는 이른바 ‘일원화 출판사’만 따져도 무려 500여 군데에 이른다. 사정이 나은 몇 곳을 제외하면, 이 출판사들 전체가 송인에서 떼인 돈으로 인해 경영이 위축될 것이고,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한 출판사들이 연쇄적으로 송인으로부터 받아서 관련 업계로 이서한 어음에 부도를 낼 수 있다. 그러면 인쇄소와 제본소, 디자인사무소와 지업사 등이 차례로 법적 책임을 떠안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다. 같은 식의 피해가 송인서적을 통해서 책을 공급받던 지역 소매서점들 쪽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출판계에서 정부에 공적 개입을 긴급하게 요청하고, 문체부에서 출판사가 당장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그 고리를 끊으러 나선 것은 일단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지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저금리 대출’과 피해 출판사 ‘도서 구입’에 집중되어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문화진흥재단을 통해서는 1%대의 금리, 중소기업청을 통해서는 2%대의 금리로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출판사는 출판진흥재단에서 최대 2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청을 통해 2%대의 금리로 최대 10억 원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각주:2]

상당수 피해 출판사들은 송인서적의 어음과 재고를 정부가 일단 매입한 후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의 완전한 피해복구를 원한다. 하지만 정부 자금의 일반적 성격과 송인서적의 자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게다가 탄핵정국이 계속되는 와중에 사실상 국정의 콘트롤 타워가 실종된 상태이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안 수용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송인서적의 질서 있는 청산을 통한 피해의 최소화, 책과 독자를 연결할 수 있는 임시 물류 시스템 가동, 이 사태가 예견하는 구조 조정의 압력이 출판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할 관리 감독의 강화, 그리고 이른바 ‘출판유통 현대화’라는 주문으로 오래전부터 압축된 채 열망하는 근본 대책 마련이 현실적 방안일 것이다.(물론 여기에는 창졸간에 직장을 잃어버린 송인서적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송인서적 사태와 관련해서 주목할 일 중 하나는 ‘송인서적’이라는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노출된 일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기업이 폐업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사실이 출판에는 차라리 하나의 희망으로 느껴진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책이 위기에 처하자 독자들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여전히 사랑한다! 컴컴한 어둠에 갇힌 출판을 위해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고까지 생각하고 싶다.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다. 오늘날 출판산업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모바일 환경에서 책이라는 미디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일상생활 필수 매체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에서 책의 중요도는 2011년 2.2%에서 2014년 0.6%로 크게 감소했으며, 10대와 20대의 경우에는 69.0%가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했다. 한 사람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의 기회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났다. 따라서 스마트폰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콘텐츠인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중국 같은 일부 신흥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종이책 소비가 정체 또는 위축되는 중이다.[각주:3] 

게다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출판산업의 기반을 오래전부터 갉아먹고 있다. 해마다 국민 독서율이 떨어지고 월평균 문화생활비에서 서적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줄어드는 중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동네서점이 문을 닫고, 거기에 책을 공급하던 도매상이 부도를 내고, 뒤이어 송인서적과 거래하던 출판사가 어려움에 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부러지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도서정가제를 이번 유통 위기의 한 원인으로 제기한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도서 총수요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개별 서점들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송인서적에 부도가 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의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태 악화의 범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다. 

작년 말, KB국민카드가 도서정가제 실시 2년을 전후로 해서 가맹서점의 결제금액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서점 전체에서 카드결제 이용건수는 4.1%, 이용금액은 1.2% 각각 증가했다. 이를 서점의 규모나 형태에 따라 나누어서 살펴보자. 온라인 서점의 경우는 이용건수(10.9%) 및 이용금액(9.6%)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경우는 이용건수(-0.9%) 및 이용금액(-5.6%) 모두 감소했다. 또한 오프라인 중소 서점은 이용건수(3.8%)는 늘었으나, 이용금액(-0.6%)은 감소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했기에 현재로서는 이 자료가 비교적 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자료의 분석에서 세부적으로 더 따져야 할 것은 많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실시와 관계없이 항상 온라인 서점들이 편익을 가장 많이 취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서점들은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도매서점인 송인서적과 주로 거래하는 오프라인 중소서점들의 이용금액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서정가제에 따른 시장 축소는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오프라인 중소서점의 서적 판매량은 거래건수가 늘어난 만큼 실질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도서정가제 효과가 이들 서점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자료는 송인서적의 부도와 도서정가제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송인서적이 초래한 위기의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아무도 서적의 실제 판매량을 확인할 수 없는, 출판산업에 고질적인 전근대적 유통환경이다. 이것이 서적의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시장 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 등 악순환을 일으킨다. 게다가 출판산업에 닥친 위기의 일상화는 업계 종사자들을 둔감하게 만든다. 책이 다시 살아날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바싹 몸을 웅크린 채, 아슬아슬한 곡예를 나날이, 다달이, 그리고 해마다 치르다 보면, 어떠한 재난도 당연해 보인다. 아무리 나쁜 유통 환경이라도 일단 익숙해지면, 다른 방식으로 사업할 생각이 도무지 나지 않는 것이다. 

송인서적은 누구보다 이 문제를 심각히 알았고, 또 그와 거래한 출판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것을 조금씩은 느끼고 있었는데도,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내 왔다. 이 사태를 맞은 직후에 소셜미디어에 쏟아진 출판계 반응 중 가장 흔한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이었다. 역으로 말하면, 그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따져서 이른 시기에 해소하려고 애쓴 출판 주체는 아무도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대책 수립에 앞서서 출판계 내부가 이 점을 분명히 뼈아프게 반성하지 못하는 한, 사태는 분명히 다른 형태로 재발할 것이다.

물론 송인서적 부도를 따지자면, 부도의 징후가 확연한 데도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력을 최우선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사태가 벌써 오래전부터 배태해 있었다고.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긴급 자금 500억 원을 마련하여 출판산업을 지원했을 때, 유통에서 어음거래와 같은 전근대적 관행을 청산하지 않고, 뒤이어 찾아온 반짝 호황에 안주해 주저앉은 탓이라고. 이 말도 과히 잘못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송인서적은 전근대적 운영이 확연한 곳이었다.

현재까지 경과를 살펴보면, 송인서적의 경영진은 현금흐름의 위기를 깔고 앉아 출판사와 소매서점 사이에서 폭탄을 돌리면서 조마조마함을 버텨온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겠지만, 일상 구석구석까지 정보망이 완벽하게 깔려 있는 한국사회에서 송인서적의 경영진은 자사와 거래하는 소매서점의 서적 실판매량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적 판매대금의 지불과정이 주먹구구를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많이 보유한 대형출판사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팔릴 것을 예상하여, 서적이 실제로 판매된 대금 이상으로 수금을 해간 듯하다. 책들이 모두 예측대로 판매되면 그나마 문제는 적겠지만, 어느 한 곳에서만 삐걱대도 크고 작은 위기가 닥쳐올 게 빤하다. 대형출판사 역시 이번 부도로 피해를 본 곳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이들은 현금결제를 요구한 곳이 많다는 걸 보면, 작금의 위기를 어느 정도 예측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송인서적의 보유 현금이 일단 대형출판사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자금 흐름이 나빠진 송인서적 측은 상대적으로 거래 능력이 약한 중소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7개월에 이르는 자가 어음을 발행하거나, 지불 금액을 판매분보다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번 부도로 피해 금액이 큰 출판사 중 많은 곳이 중소형 출판사 쪽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한편, 송인서적에서는 현금흐름의 구조적 불안정을 도서관 같은 곳의 공공납품을 통해서 해소해 왔던 듯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역서점 살리기 붐이 불면서 도서관 등의 서적 구입은 해당 지역의 서점이 우선권을 가졌다. 지역경제의 순환을 생각할 때, 이는 당연하고 또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공공납품의 직접적 감소로 이어졌다. 이른바 풍선효과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여기에 더 문제가 된 것은 공공납품권리를 따낸 지역서점에서 주요 도매상에 서적 공급을 의뢰할 때 출혈경쟁을 요구한 것이다. 매출 유지를 위해 공공납품을 대리해 처리할 때마다 오히려 송인서적의 경영은 어려워져 갔다. 해결책이 도리어 비수가 변해서 돌아왔으니, 이 문제가 송인서적의 부도에 직접적으로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출판사 측에서 송인서적에 대한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불투명한 결제 등으로 인한 불만도 벌써부터 공공연했다. 따라서 문제가 언젠가 터질 것도 이미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형님아우를 주고받는 출판계 분위기는 문제의 이른 분출을 이런저런 식으로 가로막았다. 이것이 결국 거대 도매상이 실제로 부도날 때까지 문제를 곪도록 만들었다. 

물론 관행만으로 사태를 전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중소 출판사들이 어려울 때 송인서적이 든든히 자금을 봐주는 식으로, 송인서적의 경영진들이 인심을 크게 잃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로 보인다. 이른바 ‘의리’가 작동해서 각종 문제를 덮은 것이다. 모 출판인은 말하기를, “어렵다고 하소연하면 1000만 원 얹어주는 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에서 고의부도설을 제기하는 등 송인서적의 사업 실체는 이후의 처리과정에서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그동안 출판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마도 그다지 사악하지는 않은 경영진이 버티다, 버티다 견디지 못하고 손든 형국이 가장 실체에 가까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임의로 출고하여 서점 판매대에 진열하고, 판매되지 않으면 서점이 반품하는 위탁거래를 근본원인으로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탁거래는 출판의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판계에서 합의해서 만든 제도이다. 가령, 출판사에서 서적이 출고되면 서점이 일단 서적 대금을 지불한 후 판매를 온전히 책임지는 식으로 위탁거래를 손보는 방법이 시행될 경우, 해외 사례를 살펴볼 때 마케팅 비용을 지불할 수 없거나 홍보력이 떨어지는 출판사의 대량 폐업을 불러오는 등 문화다양성 등에서 더 복잡한 문제를 가져올 가망성이 높다. 아울러 서적 구입 대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영세서점의 경영난도 물론 고려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사태의 근본 원인도 해결책도 따로 있다. 송인서적을 쓰러뜨리고 출판산업에 위기를 가져온 것은 시장 참여자 전체가 아무도 실제 판매량을 확인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었던 전근대적 서적 유통 시스템이다. 위탁 거래를 통해서 소매서점으로 출고된 책들이 실제 팔렸는지, 팔리지 않았는지를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산업이 유지되어 오고, 출판계에서 그 불투명함에 적응해서 각종 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수행해 온 탓이다. 

송인서적 부도의 직접 원인이 된 어음을 교환하지 않으려면 거래투명성이 완벽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위탁거래의 취지에 따라 출판사는 신간을 시장사정이 허락하는 한 자유롭게 배본하고, 서점에서는 받은 책을 진열해서 팔린 만큼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이러러면 개별 서점에서 출판사까지 이어지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있어야 한다. 이 전산망 없이 거래 당사자 간 신뢰를 구축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출판사와 서점 간에 신용이 고갈된 상태에서 출판산업이 번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합 전산망이 출현할 때까지 넘어야 할 고비도 많고, 세원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등의 이유로 반발도 심할 수 있다. 이 모든 어려움을 넘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출판계에 요청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마도 당장 출판계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정부 등에서 긴급자금을 갖다 쓰더라도 이러한 환경이 존치하는 한 또다시 위기가 반복될 것이다. 또 다른 도매상인 북센과 한국출판협동조합도 어음을 발행하고 있지 않은가.

이 기회에 서점 전체에 통합 전산망을 도입하고, 이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적인 기구를 둠으로써 출판 혁신의 기회로 삼는 것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발등의 불을 끈 이후, 정부와 출판계는 출판유통에 공적 요소를 도입하는 데 모든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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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은 우카이 사토시, 『주권의 너머에서』(신지영 옮김, 그린비, 2010)에 인용된 것을 고쳐 썼다. [본문으로]
  2. 이후에도 여러 차례 관련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신규 자금이 출판계에 지원된 것이 아니라, 기존 자금을 당겨서 긴급 집행하거나 피해 출판사에 선별 집행하는 식의 조삼모사식 대책이 대부분이다. [본문으로]
  3.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PwC 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종이책 시장은 전반적 정체 상태 속에서 조금씩 줄어들 것(-0.4%)이고, 그에 비해서 전자책 시장은 조금씩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이 종이책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