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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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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9] 유어예(游於藝) ―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7-6 공자가 말했다.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익숙하고, 인(仁)에 기대고, 예(藝)에 노닐리라.”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고 자유스럽다는 뜻이다. 이 장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에 대해 성찰하도록 만든다. 자유는 어떤 일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 것이다. 외부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방해는 한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다. 자연으로부터 올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 올 수도 있다. 배움이란 결국 자유로워지기 위한 기술이다. 리쩌허우는 말한다. “숙달하여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자유와 즐거움을 얻는다.”이을호는 이 장이 “도(道)-덕(德)-인(仁)-예(禮)의 종합적 구조를 형성하였음”을 가리킨다고 본다. 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8] 사부모(事父母) ― 효(孝)란 무엇인가 4-18공자가 말했다. “부모를 섬김에 부드럽게 간해야 하니, 자기의 뜻이 부모를 따르지 않음을 드러내면서도 부모를 공경하여 어기지 않고, 힘들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子曰, 事父母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 (「이인(里仁)」) 이 구절을 읽을 때에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부모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뜻으로 읽기 쉽다. 부모-자식의 관계는 천륜(天倫)에 해당하므로, 사회생활에서 맺는 상하 관계나 친구 사이 관계인 인륜(人倫)과는 비할 수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이 곧 부모의 뜻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뜻하지는 않는다. 『효경』에서 증자가 “부모 말씀을 좇기만 하는 것을 효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답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이것이 무슨 말인가? 옛날에 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7] 호학(好學) _ 배우기를 좋아하다 5-28 공자가 말했다.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나처럼 충성스럽고 신의 있는 사람이 거기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이 장에 대하여 주희는 아름다운 자질은 얻기 쉬우나 지극한 도는 듣기 어려우므로, 배움이 지극하면 곧 성인이 될 수 있고 배우지 않으면 시골뜨기에 한낱 머무를 뿐이므로 사람은 배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약용은 이는 공자가 자신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배움을 좋아하는 것이 고귀한 일임을 설명한 뜻이라고 했다. 『논어』 전체에 걸쳐 충(忠)과 신(信)은 군자가 되려는 이들이 반드시 힘써야 하는 덕목으로 칭송된다. 사람됨이 충성스럽고 미덥기만 해도 이미 훌륭한 성품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6] 내자송(內自訟) _안으로 자신과 소송하다 5-27 공자가 말했다. “끝이로구나! 자기 잘못을 알아서 안으로 자신과 소송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子曰, 已矣乎!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 공자가 언제 이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말년일 것이다. 주희는 내자송(內自訟)을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에서 스스로 허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잘못하면 고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는 「학이」 편의 말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면서 입에 붙이는 것보다 내면의 법정에 세워서 양심을 따라 따져 묻는 일이 더 뉘우침이 간절할 것이다. 따라서 안으로 자신과 소송하는 자는 잘못을 반드시 고칠 뿐만 아니라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가망이 높다. 주희의 학설이다.리쩌허우는 내자송을 증자..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5]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 _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 주고 싶다 5-26 안연과 계로가 공자를 모실 때 일이다. 공자가 말했다. “각자 너희들이 품은 뜻을 말해 보겠느냐?” 그러자 자로가 말했다.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을 벗들과 나누어 쓰다가 닳아 없어져도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연이 말했다. “잘하는 일을 떠벌이지 않고, 힘든 일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뜻을 듣고 싶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 주고 싶다.” 顔淵季路侍. 子曰, 盍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裘與朋友, 共敝之而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어떤 삶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가. 앞에 올 자기 삶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리는 일이면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4] 교언영색주공(巧言令色足恭) _훌륭한 말솜씨와 잘 꾸민 얼굴빛과 지나친 공손함을 부끄럽게 여기다 5-25 공자가 말했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공손함이 지나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생각한다.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배병삼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새긴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자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자신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니 겉과 속이 다름을 뉘우침”이요, 마음에 원망을 숨기고 그 사람과 벗하는 처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남을 대하는 태도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다. 전자는 자기 행동에 대한 성찰, 곧 충(忠)이고, 후자는 타자에 대한 자기 성실성의 성찰..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3] 숙위미생고직(孰謂微生高直) _누가 미생고를 곧다고 하는가? 5-24 공자가 말했다. “누가 미생고가 곧다고 하느냐?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려 하니, 이웃집에서 얻어다 그에게 주었다.”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미생고는 곧은 사람으로 이름나 있었다. 미생고는 애인과 약속을 지키려고 장마철에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끝내 불어나는 물에 빠져 죽은 미생(尾生)의 설화와 관련 있는 사람이다. 즉, 목숨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말을 지키려 했으니 미생고는 곧은 사람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공자가 생각하는 곧음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왔을 때 자기 집에 식초가 없자 미생고가 이웃집에 가서 식초를 대신 얻어다 건네준 일이 있었다. 공자는 이 일을 예로 들면서 미생고가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고 품평한다. 아름다운 이름..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2] 불념구악(不念舊惡) _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지 않다 5-23 공자가 말했다.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을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다.” 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어떤 삶이 훌륭한 삶인가? 백이와 숙제는 원칙 있는 삶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는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절개를 높이 사지 않았다. 그 대신에 공자는 용서할 줄 아는 사람, 즉 어떤 사람이 옛날에 저지른 잘못을 따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높이 샀다. 그리고 공자는 그들을 일컬어 “인을 구하여 인을 얻은 사람”이라고 추앙했다. 이로써 우리는 인한 삶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섭적의 말처럼, 원망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과 같았지만 스스로 즐거워하여 원망을 없앰으로써 보통 사람과 달라야 비로소 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