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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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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당 문학강의] 누가 이 여인을 악녀라고 부를 것인가 ―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그런데 애들을 왜 죽였소?” 아르고호를 타고 멀리 동방으로 모험을 떠나서 황금양털을 가져온 이아손이 울부짖습니다. 그는 헤라클레스와 함께 신화시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입니다. 이아손의 배신에 치를 떨다가 가장 사랑하는 두 자식마저 복수의 제물로 내놓은 메데이아가 결연히 대답합니다.“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죠.”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상대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 주려는 생각에, 자신의 영원한 파멸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것은 ‘새로운 지혜’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순간적 격앙’의 산물일까요. 메데이아는 말합니다.“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나는 안다. 그러나 격정이 나의 숙고보다 더 강력하니, 격정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의 원인이로다!” 한 ..
[풍월당 문학강의] 피의 값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잘 알아두시오.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나도 모르겠소. 내 비록 고삐를 잡고 있기는 하나 말들은 이미 주로 밖으로 멀리 벗어난 느낌이오.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고, 내 가슴속에는 벌써 공포가 노래 부르며 격렬한 춤을 추려 하니 말이오. 아직 정신이 있을 때 친구들에게 말해두고 싶소. 내가 어머니를 죽인 것은 정당한 행동이었소.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1021~1027행)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몫의 운명을 안고 태어납니다.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고 자기 운명을 새롭게 쓰려는 영웅들의 분투는 비극적 파멸을 불러들이죠. 하지만 영웅들의 불쌍한 최후는 우리에게 슬픔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터질 듯한 희열과 고귀함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킵니다. ..
[풍월당 문학강의] 인간은 모두 블라디미르이거나 에스트라공이다 -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 씨가 오늘밤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저녁이 되면 소년이 온다. ‘내일’이 선포되고, ‘오늘’이 또다시 지나간다.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또 어쨌든 기다리는……” 내일이 오늘과 똑같지 않기를 갈망하지만, 밤이 지나 다음 날이 오면, 도돌이표처럼 붙박인 하루가 또 온다. 오늘이 찾아오면 내일이기를 바라지만, 그 내일이 다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그 무한한 반복 속에서 우리들 블라디미르와 우리들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고도는 오지 않고, 또다시 소년이 온다. 그렇다면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한 달에 한 번,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고전문학을 같이 읽습니다. 요즈음 같이 읽는 것은 ‘실존의 문학들’입니다. 헤밍웨이의 『노..
[풍월당 문학강의] 어떻게 이 부조리한 생을 사랑할 것인가 3 ― 사르트르의 『구토』 한 작품마다 특별히 사랑하는 구절이나 장면이 있습니다. 작품의 전체 맥락이나 주제와는 아무 상관없이,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서 잊히지 않는 장면들입니다. 『구토』의 경우에는 로캉탱이 오랜만에 온 안니의 편지를 읽은 후에 하는 짧은 회상입니다. 다음과 같은 구절입니다. “우리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던 동안, 우리의 가장 짧은 순간도, 또 가장 작은 걱정거리도 우리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우리의 뒤에 남는 것을 우리는 용서하지 않았다. 소리, 냄새, 그날의 기분,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는 생각까지도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안고 살았으며, 모든 것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들은 그것들을 현재로서 즐기고 괴로워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추억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늘도 없고, 후퇴도 없고, 피할 곳도 없는..
[풍월당 문학강의] 어떻게 이 부조리한 생을 사랑할 것인가 2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문학을 왜 읽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죽도 밥도 안 되는 언어들이 어떻게 해서 우리를 이토록 매혹하는 걸까요. 문학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아무래도 우리는 불완전한 사람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문들을 마음에 담아서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고전문학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요즈음 같이 읽는 것은 실존의 문학들입니다. 지난달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이달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습니다. 이 작품들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세상에 던져져 죽음의 불안에 사로잡힌 우리 비루한 현대인들에게 참된 용기와 자유를 연습하게 해줍니다. ​ 강의 신청은 여기서 해주세요. http://www.pungwoldang.kr/board_lec/con..
[10월의 하늘] 홍보 동영상, 드디어 공개합니다. 10월의 하늘에 대해서 안녕하십니까은 전국 중소도시의 도서관에서 해당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도서관 과학 강연’ 행사입니다. 은 기획에서 준비, 당일 강연 및 행사진행에 이르는 전 과정이 오로지 기부자들의 재능 나눔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재능 기부자들에게는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적 재능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참여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우주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나아가 재능을 나누는 사람과 그 재능을 전달받는 사람이 서로 따듯한 교감을 나눔으로써, 본 행사를 통해 실천된 재능기부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도록 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읽기의 힘에 대하여(서울 남대문중학교) 지난 월요일(10월 24일) 서울 남대문중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교사독서연구회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월계도서관에서 독서 관련 강연을 들었던 초안산숲속지역아동센터의 강지현 선생님께서 연결해 주셨다.우리는 어떻게 읽고 있는가, 또 왜 읽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사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고민해 온 바이고, 아직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관련 논문들과 저서들을 찾아 읽느라 책도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강연을 하면서 한자락 작은 확신이 들었다. 인간을 책 없이 살 수는 있겠지만, 그 삶은 아마도 대단히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책을 출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수였지만 열심히 들어준 남대문중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다.
홍성도서관, 도서관주간 명사초청강연회에서 강의하다 지난달 17일 홍성도서관에서 문학 강연을 했다. ‘무엇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지역 도서관 강연이라서 독자들 반응이 궁금했는데, 이에 대해서 지역신문에서 기사를 내주었다. 기록 차원에서 아래에 옮겨 둔다. 강연회에 참석한 김영선씨는 “기억에 남는 강의였다. 문학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 점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또 다른 참여자 이희자씨는 “어떠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고민이 해결된 기분이다”며 “무조건 다독이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한 권을 집중적으로 읽는 방법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체 기사는 아래 링크에 있다. http://www.inaepo.com/news/articleView.html?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