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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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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문명화 《매일경제신문》 칼럼. 이게 마지막이었는데, 어제 새로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한 해 동안 매주 읽기의 세계를 주제로 기명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 저 자신을 향해서는 할 말이 많고 세상을 향해서는 할 말이 아주 적은 사람이라 어깨가 무척 무겁네요. 교육의 문명화 “당신은 어떻게 가치 있는 인간인가?” 몇 해 전부터 학생들과 수업하는 프로젝트다. 내용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자기 가치가 무엇인지를 각자 확인하고, 그 가치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발표해 비판적 논박을 주고받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확인된 자기 가치를 실제로 실현해 보는 일련의 실천을 기획해서 실행한 후, 그 내용을 스스로 기록해 50쪽가량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수업은 스스로 저자가 됨으로써 ..
동네서점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책은 동일본대지진, 자연의 잔혹함이 인간에게 절망을 일으킨 자리에서 시작한다. 사와야 서점의 한 지점인 가마이시 지점은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지역에 있었다. 전기, 수도, 가스 같은 기반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도시. 쓰러질 듯 기울어진 주택,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가 곳곳에 산을 이룬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점으로 몰려들었다. “어떤 책이라도 좋으니 아무튼 책을 좀…….”서가가 순식간에 텅 비었다. 사람들은 왜 그 지옥 같은 상황에 책을 갈망한 것일까. 책이 없으면 왜 안 되었을까.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가공할 재난을 당해 전기가 완전히 끊어지자, 인간은 책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책은 필수품이었다.” “서점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다구치 미키토의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뇌과학으로 밝혀낸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뇌과학으로 밝혀낸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지난 4월 5일,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의 사회를 맡았다. 이 토론회에서 제기된 출판계의 여러 제안들은 정부나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시행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토론회에서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발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로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그런데 장 교수의 발표는 진화론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독서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잘 해명한 후, 독서를 하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진화적 필연성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짧은 시간 동안 잘 설명해 주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읽기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아래에 장대익 교수의 발표문 「독서력과 시민..
문고본은 ‘작은 책’이 아니다 문고본은 ‘작은 책’이 아니다_ 인간과 책이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때 “책의 세상 자체는 충분히 혁신적이다.”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미디어이지만, 그래서 아무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온 것 같지만, 출판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책의 혁신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출판의 위대한 선배들은 다른 분야에서 이룩한 첨단 기술을 수용함으로써 책과 인간이 만나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았다.출판의 혁신은 대부분 내용과는 별 관련이 없다. 출판의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참신한 콘텐츠와 새로운 기획의 출현을 중요한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독자를 놀라게 하는 콘텐츠는 항상 열광을 불러오므로, 하루를 살아가는 개별 출판사의 차원에서 볼 때에는 그다지 잘못된 이야기만도 아니다..
책 읽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_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보고 어제(4월 5일)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의 사회를 맡아서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김민기, 유은혜, 소병훈이 주최하고, 여러 출판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학습자료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한국아동출판협회, 한국학술출판협회 등이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는데, 이런 대규모 공적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경험은 별로 없어서 불의의 사단이 있을까 해서 조금은 긴장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마친 듯하다. 지난 1월 돌아가신 민음사의 박맹호 회장께서는 “책은 인간의 DNA”라고 한 바 있다. 책에 간직된 인류 정신의 정화야말로,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물려받고 물려주어야 하는 영원한..
[낭독 TV] 인간과 책이 만나는 새로운 방법 ‘낭독TV’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장은수입니다. 인간과 책이 만나는 새로운 방법, 모바일 기반의 슬로 텔레비전 ‘낭독TV’를 시작합니다. 인간과 책이 만나는 방법은 무궁합니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는 ‘묵독’도 있고, 책 하나를 가운데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담’도 있고, 청중을 앞에 두고 저자 등이 책 이야기를 전하는 ‘강연’도 있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함께 나누거나, 카드 뉴스를 만들어서 흥미롭게 전달하거나, 서평을 써서 돌려 읽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출판 환경은 책과 인간의 연결을 확장하는 동시에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면서, 인간과 책을 연결하는 전통적 수단들은 점차로 혁신을 요구받는 중입니다. 특히, 데이터를 서로 교환하는 비용이 무료에 가깝게 떨어짐..
작은 출판사는 어떻게 일하는가 아침독서신문에서 발행하는 에 실은 서평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들로부터 출판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작은 출판사는 어떻게 일하는가니시야마 마사코,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김연한 옮김, 유유, 2017) “잘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책을 만드는 일만이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을 밝혀 줄 겁니다.”이 문장에 자꾸 눈길이 머무른다. 몇 번이고 되돌아와서 읽는데, 마음의 호수에 ‘압도적으로’라는 부사가 울림을 일으킨다. 선명한 결기가 만드는 단호한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래 가로놓인 고통의 온갖 무늬가 눈에 밟혀 차마 책장을 넘길 수 없다. 아카아카샤의 대표 히메노 기미가 한 말이다. 아카아카샤는 일본의 사진 전문 출판사로 그녀가 혼자 운..
마케팅 4.0 시대의 출판 최근에 출간된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길벗, 2017)은 전통적 관점에서 시장을 대하던 사람들한테 엄청난 충격을 준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지점은 코틀러 자신을 마케팅 이론의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 잡아 준 상징 자산인 ‘시장 세분화와 목표 고객 설정, 브랜드 포지셔닝과 차별화’(STP), ‘제품, 장소, 가격, 프로모션’(4P)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믹스와 이에 기반을 둔 판매 전략의 유효성을 부인해 버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고객 가치의 창출과 획득, 마케팅 믹스를 통한 고객 가치 전달을 중심에 두고 있다. 코틀러 자신이 정리한 이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마케터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 왔던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제15판, 시그마프레스, 2015)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