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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인생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치를까

 

세상의 게임은 대체로 둘로 나뉜다.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이다. 시작과 끝이 분명한 유한 게임의 목표는 승리이고,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 게임의 목표는 게임의 지속 자체이다. 예를 들면, 입사 시험은 유한 게임이고, 인생 전체는 무한 게임이다. 

시험 게임에서는 합격이 최선이지만, 인생 게임에서는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예수는 말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고 해도 제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혹여 유한 게임에서 승리해도, 무한 게임을 지속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 없다는 뜻이다.

제임스 카스 뉴욕대 교수는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노상미 옮김, 마인드빌딩, 2021)에서 유한 게임의 아이러니에 관해 이야기한다. 유한 게임은 플레이어, 즉 참가자가 승리하면 게임이 끝나 버린다.

오징어 게임의 승자는 다시는 게임을 할 수 없다. 영광의 타이틀은 얻었으나, 나머지 참가자가 모두 죽어 버렸으므로 게임은 그걸로 끝이다. 노력하고 집중해서 이긴다 한들, 유한 게임의 승자는 미래 없는 사람, 과거의 기억에 영원히 매인 사람이 된다. 더 이상 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생명은 유한하고 결국에는 쇠락하기에, 인생을 유한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쓰디쓴 패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리어왕의 삶에서 그 선명한 증거를 본다. 위대했던 리어는 말년에 이르러서 딸들에게 버림받고 비바람 맞으며 광야를 떠도는 광인으로 전락했다.

설령 죽을 때까지 승리를 누리면서 불멸의 영웅이란 타이틀을 얻더라도 아무 소용없다. 죽음과 함께 당사자의 살과 피는 불살라지고, 남은 뼈는 한 홉 단지 안에 유폐된다. 인생이 유한 게임이라면, 우리는 결국 자신의 절망과 좌절과 무능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카스는 무한 게임에 더 마음을 쓰라고 권한다. 무한 게임의 참여자는 승부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하나의 게임이 끝난 자리에서 늘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기에 그는 지난 게임의 결과에 머물러 있기보다 다시 시작할 게임의 가능성에 심장이 뛴다.

물론 그가 하나하나 치르는 크고 작은 유한 게임에서 일부러 패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승리를 오래 기념하지도 않고, 패배에 집착하거나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한 번 더 하는 데 놓여 있다. 그는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애같이 경이로운 마음으로 인생 게임을 바라본다. 아이는 패배해도 지치지 않는다. 완전한 어둠이 내릴 때까지 끝없이 다시 한번을 외칠 뿐이다.

인생 게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이는 언제든 한 번 더 할 수 있다. 끝이 항상 열려 있으므로, 변하지 않는 절대 규칙 또한 없다. 무한 게임에선 누구나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고 바꿈으로써 닫힌 삶을 열어젖힐 수 있다.

정신적신체적 강함을 잃지 않을 때, 인생을 다르게 사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따라서 죽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생에서는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이다. 인생에는 절망이 없다. 변할 수 있다면 계속될 수 있고, 계속될 수 있다면 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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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칼럼입니다.

이 책 요즘 심리학책 등에서

무지 많이 언급되는 철학책인데

영감을 주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제임스 카스,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 노상미 옮김(마인드빌딩,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