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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2017년 미국 출판시장 통계의 몇 가지 시사점



미국 출판시장은 더 이상 미국 출판협회 자료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전자책이 활성화되면서, 출판사를 거치치 않고 아마존 등에 직접 작품을 올려서 판매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 전자책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마존은 그놈의 ‘비밀주의’ 때문에 전자책 관련 통계를 세부적으로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종이책이라면 몰라도 전자책에 관한 한 미국출판협회 자료는 깜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제공하는 자료도 비슷합니다. 가령, 미국출판협회가 전자책 판매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해도, 이게 시장의 일부만 반영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이를 보완하는 자료가 어서어닝스(Author Earnimgs)에서 발표하는 자료입니다. 이들은 작가 수입을 통해서 미국 출판시장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최근에는 매일 팔리는 책 100만 위까지의 통계를 동시에 집계해 과거의 판매 자료와 함께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제시하는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2018년 2월 3일, 어서어닝스는 2017년 2사분기부터 4사분기까지 아홉 달 동안의 미국 출판시장 동향을 분석해서 발표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책의 전자화(형태든, 판매장소든 간에)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종이책조차도 주로 온라인에서 팔립니다. 아마존의 종이책 시장 점유율은 2015년 37.7%, 2016년 41.7%, 2017년 45.5%로 점차 높아졌습니다. 이에 비해 반스앤드노블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Online Sales By Format (All Book Categories Combined)


둘째, 전자책 판매가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7년 미국의 포맷별 온라인 판매동향 그래프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팔리는 책 중 전자책이 55%, 오디오북이 6%, 종이책이 39%입니다. 하지만 구매 금액으로 따지면, 종이책이 63%로 시장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여기에서 고려할 점은 종이책 매출 금액의 주요 부분이 교과서, 학술서 등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또한 전자책 판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아동물 서적도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Online Sales By Format (Adult Fiction & Nonfiction)


Online Sales By Format (Adult Fiction)


이 책들을 제외한 일반 단행본 시장의 경우, 전자책 및 오디오북의 비중이 70%에 달하며, 판매금액 역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소설의 경우에는 기울기가 아주 심해서, 시장 자체가 전자책 및 오디오북 중심으로 넘어갔습니다. 교과서, 학술서, 아동물은 아직 종이책이 지배적인 힘을 유지하고 있으나, 나머지 장르는 전자책의 위세가 갈수록 커지는 중입니다.(아마 한국의 경우에도 웹소설을 시장에 포함하면 비슷한 추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의 90%, SF & 판타지 소설의 75%는 디지털 포맷으로 판매되는 중입니다. 시집의 82%, 희곡(시나리오)의 85%는 종이책으로 판매됩니다.(하지만 판매 장소는 주로 온라인입니다.) 세스 고딘은 이를 두고 “‘실제’ 서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책을 읽는 독자의 등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서점 경험’이 없는 독자라니 참혹하고 비참한 기분이 듭니다.  


Amazon Ebook Units Sold By Price Point

셋째, 자가출판 및 소출판사의 책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전자책의 경우, 3달러 정도일 때 판매량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종이책의 경우는 가격과 판매량 사이의 관계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아마도 최소 판매량을 보장받을 수 있는 ‘팬덤’의 확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전자책의 시장 잠식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전자책을 발견 도구로 쓰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펭귄랜덤하우스 등 빅 파이브가 지배하고, 영어를 무기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미국 시장하고 한국 시장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입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장기적으로 모든 사회가 비슷한 경향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출판 관계자 여러분의 참고가 될 듯하여 여기에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