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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무라카미 하루키, 만화로 다시 태어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제 적어도 미국에서는 주류 작가에 속한다. 6월 1일자 《뉴욕타임스 북리뷰》 일요판에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그랜트 스나이더의 만화가 실렸다. 


스나이더는 지난 몇 년 동안 하루키의 책들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열두 권의 소설, 세 권의 단편집, 그리고 회고록까지 모두 섭렵한 후에 이 빙고 카드 만화를 그렸다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하루키의 천재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의 작품 속으로 뛰어들 때 이 빙고 카드를 손에 들어라. 먼저 『태엽 감는 새』와 『해변의 카프카』 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하루키 팬이라면 이 만화가의 관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년 이상을 빠짐없이 하루키 작품을 읽어 왔건만, ‘귀 페티시’ 같은 발견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이미 알았던 것 : 신비스러운 여인, 말라 버린 우물, 사라져 버린 어떤 것,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 예기치 않은 전화, 오래된 재즈 음반, 도시적 권태, 초자연적인 힘, 달리기, 비밀 복도, 자유 공간, 기차역, 역사적 플래시백, 조숙한 십대, 요리, 평행 세계, 기이한 섹스, 밤의 도쿄, 비범한 이름, 얼굴 없는 악당. 


카툰을 보고 비로소 깨달았던 것 : 귀 페티시, 고양이, 고양이에게 말 걸기, 칩 키드(Chip Kidd, 미국판 북디자이너)의 표지, 사라져 버린 고양이들.


그러고 보니 나는 하루키 소설의 고양이 상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구나 싶다. 여러분들도 하루키 팬이라면 한 번 골라 보시기를.


이 카툰을 그린 그랜트 스나이더(Grant Snider)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카투니스트 중 한 사람이다. 캔자스 대학 학보에 일일 카툰을 그리면서 데뷔한 그는 곧바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어서 《캔자스 시티 스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연된 업보(Delayed Karma)」라는 카툰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전역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트가 있으면서도 통찰력이 넘치는 그의 카툰은 현재 미국의 수많은 신문과 잡지에서 만날 수 있으며 팬들에 의해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그는 콜로라도 덴버 대학에서 치과 교정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는 http://www.incidentalcomics.com/ 이다. 좋은 그림들이 많이 있으니 감상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