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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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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입장에서 본 한국 출판산업의 동향과 전망 어제 오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14 출판산업 컨퍼런스에서 토론 겸 발제했습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2014년의 출판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최근 출판사의 움직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출판의 서비스업화 또는 복합 산업화입니다. 하나 더 주목할 것이 있다면, 극도로 떨어진 발견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체 미디어를 갖는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에 토론문을 옮겨 적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앞으로 올 시간을 미리 보여 주거나 지시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격변과 전환, 단절과 도약이 일어날 때 나침반의 바늘은 극을 가리키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게 마련이다. 출판 산업이 전반적인 정체 또는 수축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2010년 이래..
『무의미의 축제』를 읽고 편집을 생각하다 “내린다는 느낌보다는 공기 중에 가득한 느낌의 가랑비.”새벽에 일어나 이케자와 나쓰키의 『문명의 산책자』(노재명 옮김, 산책자, 2009)를 읽다가 밑줄을 그어 두었는데, 예감일까, 하루 종일 이런 비가 홍동에 내렸다.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공기는 맑았던 어제와는 달리 무겁고 축축하지만, 힘껏 집중하지 않으면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곳의 소리는 풍부하다. 멀리에서 끊임없이 산비둘기가 운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는 소리,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 웃음소리, 건너편 도서관 회의실에서 중학생들이 토론하는 소리도 가끔씩 창턱을 넘어온다. 길 건너 논에서는 벼들이 낟알을 실어 고개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들의 색깔이 막 바뀌려는 참이다. 음력으로 표시하는 자연의 절기는 정확하..
고난의 번역… “9년간 저녁 - 주말 없이 지내”(동아일보)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후한서 본기’ 국내 첫 번역… 민음사 장은수 대표 편집인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한서 본기’를 번역한 장은수 민음사 대표편집인. 그는 “아마추어의 번역이라 중국사 전공자의 번역이 나올 때까지 참조용으로만 읽히길 바란다”면서도 “편집자로서 몸에 밴 습관을 살려 최대한 읽기 순한 문장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아들 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안돼 시작한 번역인데, 책을 내고 보니 어느새 그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초벌번역에만 5년, 퇴고와 각주, 편집까지 마쳐 책으로 나오기까지 총 9년이 걸렸죠.”중국 후한시대 광무제..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윤리를 찾다 낭비 사회를 넘어서 -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민음사 세르주 라투슈의 『낭비 사회를 넘어서』(정기헌 옮김, 민음사, 2014)는 ‘계획적 진부화’라는, 경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졌으나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품 생산과 소비 양식을 다룬다.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를 촉진하고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제품에 인위적으로 수명을 부여하여 강제로 폐기를 유발하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자동차, 스타킹, 면도날, 전구 등 공산품에 적용된 이 개념은 일회용품의 출현에 따라 상품 전반으로 퍼져 나갔고, 유통기한 개념이 도입되면서 농산물로 확대되었다. 더 나아가 연봉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인간 자체를 일시적으로 고용하고 폐기하는 인간적 진부화에까지 이르게 되었다.현재 우..
아디오스, 마르케스! 오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세상을 떠났다. 여든일곱 살이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린 자서전의 제목처럼 마르케스는 전 세계의 독자들을 매혹시킨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 평생을 살았다. 독재와 가난으로 얼룩진 남미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특유의 환상적 상상력으로 승화한 그의 작품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문학의 영토를 이룩했다. 그리고 그의 영지는 수많은 후배 작가들과 독자들이 문학을 순례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1927년 3월 6일~2014년 4월 17일) 마르케스의 타계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백년의 고독』(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을 다시 꺼..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중앙북스)를 완독하다 아침과 점심, 딸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갔다 데려온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이덕무의 말처럼, 새벽에 『논어』를 읽는 일은 하루를 온화하게 한다. 번역서의 교정지를 받아 편집자가 읽고 표시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 가면서, 머리가 한껏 복잡해질 때마다 잠시 눈을 붙이거나 이중톈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심규호 옮김, 중앙북스, 2013), 프랑수아 줄리앵의 『무미예찬』(최애리 옮김, 산책자, 2010), 김탁환의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전2권, 민음사, 2014), 박형서의 『자정의 픽션』(문학과지성사, 2006)을 조금씩 들추었다.오늘 한 챕터 남았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를 완독했다. 이 책의 원제는 ‘중국의 지혜(中國的智慧)’인데, 몇 년 전 베이징 도서전..
담백한 글 『무미예찬』과 뜨거운 글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읽다 조금은 무기력한 주말이다. 안으로 밖으로 번잡한 생각이 많아 하루 종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침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를 읽고, 한낮에는 정민 선생의 『우리 한시 300수』(김영사, 2014)를 읽고, 저녁에는 『괴테 시 전집』(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를 읽었으나, 한온(寒溫)을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중년의 절정으로 치닫는 나이 탓인지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까지 YES 24에 보낼 글을 한 편 써야 하는데, 생각만 굴릴 뿐 손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번역서 한 권을 내는 문제로 새물결의 조형준 형과 대학로에서 만나 온갖 수다를 떨었다. 형은 뉴욕에서 두 해 정도 살다가 돌아온 지 열흘쯤 되었는데, 외국물을 길게 먹은..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서평을 쓰다 어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가 두 차례 있었고, 그날마다 술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문단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월요일 부서장 회의 준비를 하느라 나올 책들을 살피고 시장을 들여다보느라 저녁 시간을 온통 보냈다. 책과 출판의 세계는 여전히 뜨겁고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동맥경화일까?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서 역류가 계속 일어나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새로운 책을 고르느라고 보냈다. 『하버드 문학 강의』(이순, 2012)와 『돈키호테』(시공사, 2004)를 드디어 완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