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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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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서도 사람들은 긴 글을 읽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모바일에서도 심층적 정보가 담긴 긴 글을 읽고 싶어 한다. 스마트폰의 좁은 화면, 낮은 해상도, 불편한 가독성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휴대폰에서 이미지 중심의 짧은 글을 선호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016년 5월 5일에 발표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여전히 모바일에서도 긴 글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 후속 조사가 따라야 하겠지만, 이는 아도 사람들이 글을 읽는 목적은 단순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기보다 좀 더 깊은 통찰이나 지혜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조사에는 출판을 비롯하여 모바일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최신 자료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아래에 퓨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를 간략히 번역해서 공유한다. 모바일에서도 ..
고맙다, 그저 고맙다 _영혼에 참된 휴식을 주는 마법의 언어(세계일보) * 세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이것으로 올해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아듀 2015년, 한 해 동안 여러모도 도와주시고 살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며칠 전 아들한테서 문자가 왔다. 대학에 합격했다고 찍혀 있었다. 초조하고 불안했는데 시름이 탁 놓였다. 삶이 하나의 고비를 넘은 느낌이었다. 순수한 기쁨이 가슴속에서 솟아올랐다. 그 순간, 갑자기, 깨달았다.어머니는 나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항상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불초자로서 나는 오랫동안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 낯설고 때로 어색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마음으로는 거리가 있었다. 살면서 아직 그 순간을 제대로 겪어 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문자를 몇 번이고 읽..
20만 부 돌파, 오베라는 남자는 왜 인기 있을까(세계일보) ‘오베라는 남자’가 20만 부를 돌파했다. 올해 소설 중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름에 이홍 대표랑 이 책을 점검한 적이 있었는데 예측대로다. 가을에 세계일보에 썼던 칼럼을 이제야 블로그로 옮긴다. 원칙 고집하는 ‘오베라는 남자’시대적 성숙을 향한 현대인의 갈망 땅은 넓고 비옥하며 바다는 고요하고 풍요롭다. 산란하는 연어들이 무진장 헤엄치는 강은 맑아서 물을 자랑하고, 과일과 버섯이 지천으로 자라는 숲은 우거져 나무를 자부한다. 이 천혜의 하드웨어 위에 ‘사회민주주의’라는 협동을 가치로 하는 상생의 사회시스템을 운영체제로 마련한 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각종 소프트웨어가 구동한다. 이 나라, 스웨덴 인구는 900만 명. 서울보다 조금 적다. 한반도 전체의 두 배쯤 되는 국토를..
50대, 인생의 절정을 소망하라(문화일보 기고) 예전에 《문화일보》에 기고했던 글이다. 문장과 뜻을 다듬어 여기에 올려 둔다. “나대로 살면 ‘꼰대’…‘또 다른 삶’ 공감(共感) 위해 문화 즐겨야” 예전에는 인생의 절정이 서른 살 무렵에 온다고 여겼다. 강건한 육체, 뜨거운 가슴, 순수한 이상이 백열(白熱)하면서 세상의 어둠을 정화할 최적의 때라고 믿었다. 지금은 당연히 안다. 삶이 진짜로 고조되는 순간은 넉넉히 세상을 배우면서 시간을 최소한 스무 해는 더 보내야 한다는 것을. 내 생각에, 사람은 적어도 평생 네 차례에 걸쳐 운명을 다시 받는다. 태어나면서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제의 삶으로 오늘의 명(命)을 새롭게 하는 혁명의 연속으로써 인생을 이룰 뿐이다. 일찍이 공자는 인생을 자술하면서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뛰어오르..
[문화산책] 새벽 숲길을 거닐며 평명(平明).어둠 속, 흙으로 맨발을 푸는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새벽을 나타내는 말이다. 평(平)은 평평하고, 평화롭고, 평온하고, 평등하다. 명(明)은 밝고, 맑고, 환하고, 깨끗하다. 어떻게 조합해도 아름답다. 온 세상이 골고루 빛으로 차오르는 때, 소나무 청량한 향기가 사방으로 가득하다. 콩잎이 바람에 스륵스륵 소리를 낸다. 이슬을 흠뻑 덮어쓰고도 귀뚜라미는 씩씩하고 우렁차게 노래한다.“뭐가 쓸쓸해? 뭐가 쓸쓸해? 뭐가?! 뭐가?! 뭐가?!”(황인숙, 「가을밤 2」) 아아, 정말 쓸쓸하구나. 처음 물음표 둘은 즐거운 반문이지만, 뒤쪽 물음느낌표 셋은 어쩌면 쓰디쓴 울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은 아직 물러서지 않았고 가을은 미처 이르지 않았으니, 바람이 불어도 쓸쓸하지 않고 소름이 돋아도 여..
‘햄릿’ 읽는 농부들 _ 농촌인문학하우스 이야기 매주 홍동밝맑도서관에서 인문학 공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시 한 편씩을 읽고, 『햄릿』을 읽고 있습니다. 지난주 《문화일보》 유민환 기자가 다녀갔는데, 기사가 실렸네요. 남은 삶은 이렇게 공부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에 옮겨 둡니다. ‘햄릿’ 읽는 농부들 “농촌살이 힘 키우죠”충남 홍성군 홍동면 ‘농촌 인문학 하우스’ 개설 4개월 스물 청년부터 중년까지 20여 명생화학·일본어·한자공부 함께“학습 통해 문제도 스스로 해결” 첫 유기농 농사 생태마을로 유명마을 찾는 방문객 年 2만 명 달해FTA 등 세계화속 자립방안 찾아 “우리의 의도와 운명은 정반대로 달리기에/우리가 계획한 것은 끊임없이 뒤집히오./우리 생각은 우리 것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 것이 아니라오.” (‘배우 왕’역을 맡은 학생)..
[문화산책] 연필을 들고 떠나는 여행 괴테의 생애는 셋으로 나누어진다. 바이마르-이탈리아-바이마르. 연암 박지원의 생애도 마찬가지다. 한양-연경-한양. 한 해 반에 걸친 이탈리아 기행은 괴테에게 “마치 익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필연성, 즉 운명의 형식으로 제시됐다. 여섯 달에 걸친 연행(燕行)은 박지원에게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충격의 연속으로 다가왔다. 사실 모든 작가는 여행을 통해 극적으로 변신한다. 바이마르 궁정에서 질식해 가던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을 떠났다 돌아오면서 상상력에 물기가 오르고 사유에 품격이 얹히는 극적 전환을 맞이했다. 할 일 없이 세월을 죽이던 중년의 한량 박지원은 그 당시 세계의 수도인 북경의 문물을 접한 후 바닥이 하늘로 하늘이 바닥으로 뒤집히는 생각의 격변 속에서 대문장가로 거듭났다.여행은 왜 떠..
[문화산책] 어머니 국수, 아버지 냉면 “음식은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준다”살아감을 생각하게 하는 평양국수 집에서 필자는 이북식 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여름이 되면, 어머니는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오이냉국을 마련한 후 얼음을 둥둥 띄우고 가는 국수를 몇 덩이 말아 주셨을 뿐이다. 또는 가는 국수에 잘 익은 열무를 올린 후 달걀을 얹고 얼음을 두르고 고추장을 조금 넣어 살살 비벼 주셨을 뿐이다.매끄러운 국숫발이 한껏 오므린 입술을 조르륵 통과하면서 이에 부딪히면 붉은 혀가 저절로 밀려 나오면서 국수를 휘감아 잽싸게 입 안으로 말아 들인다. 혀끝을 건드리는 매콤한 맛에 뒤이어 국수가 요동치면서 입천장을 두드리고, 국수에 실린 얼음의 찬 기운을 가득 퍼뜨려 머릿속 끝까지 오싹해진다. 이 덕분인지 우리 형제는 지금도 앉은자리에서 큰 사발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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