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풍월당에 갔다가 짧게 인터뷰를 했는데, 질문 중 왜 이렇게 늦게 첫 에세이를 냈느냐는 말을 들었다.
생각지 못한 질문이라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답을 했는데 오다가 지하철에서 곰곰 생각해 보니 미루면서 천천히 하는 게 천성이라 그런 것 같다.
닥친 일은 어떻게든 해치우는데, 정말 하고픈 일은 내 안에서 확실한 이유가 일어설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틴다. 답이 생기는 건 대개 우발적이고, 언제 그 답이 생길지 모른다.
일단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순식간에 한다. 어차피 엉덩이 붙이고 자료 모아 한 줄씩 쌓는 학적인 작업은 내가 할 일은 아니다. 나는 그저 읽는 사람이니까, 읽고 떠오르는 영감이나 생각을 거의 자동으로 일단 쓰고 기록한다. 그다음은 잠깐(?) 묵혀 두었다가 불현듯 다시 꺼내 읽고 떠오르는 대로 만지고 고치고 뒤집고 덧댄다.
그러고는 편집자에게 넘겨 모든 걸 맡긴다. 물어오면 답하고, 고치라면 고치고 빼라면 뺀다. (고치라 하면 일단 묵혔다가….)
이 책은 언제 내도 된다고 확신이 들었을까. 아마 제목이 정해지고, 그게 내 삶을 구성하는 존재의 삼각형이란 생각이 들면서 한 시간 만에 에필로그를 썼을 때였던 것 같다. 쓰고 나니 그래, 이제야 책이 나를 닮았네 하는 기분이 내 속에서 일어섰다.
ps. 하고 싶은 일은 늦지만 언젠가 하긴 한다는 말을 이렇게 장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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