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본격적 의미의 서평이 9세기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당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였던 포토티우스는 『비블리오테카』라는 책을 간행하면서, 그 서문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읽어온 책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서적 279권의 내용을 요약한 글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의 됨됨이를 따지는 서평 행위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존재했다. 플라톤의 『파이돈』에는 소크라테스가 아낙사고라스의 책을 탐독한 후, 빈정대는 어투로 그 내용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성의 힘으로 모든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겠다고 이야기해 놓고, 실제로 시시콜콜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참된 원인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종류의 언사는 동양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책의 서평이 존재하려면, 그 책이 널리 책이 보급되어 읽혀야 한다. 따라서 중세까지는 정전이나 종교 경전을 제외하면, 이런 책이 극히 드물었으므로, 서평 행위가 일반적일 수 없었다. 더욱이 서평은 신문이나 잡지 같은 대중 매체가 있어야 비로소 사회적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중세 때도 서평 행위가 부재하진 않았으나(가령, 신학 논쟁 같은 것은 저술된 책을 읽는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성립되기 힘들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서평은 구텐베르크 혁명의 산물로 17세기에 비롯되었다.
1665년 파리에서 창간된 세계 최초의 잡지 《르주르날데사방》은 책 소개 잡지이기도 했다. 서적상들이 연합해 책을 팔려고 만든 이 잡지는 주로 간단한 도서 목록을 실었다. 그 전후로 독일에서 발행된 신문 등에도 흔히 신간 서적 홍보나 광고물 등이 게재되곤 했다. 1660년대 초 영국에서 발행된 소식지 《인텔리전서》에도 특정 책의 내용을 알리는 소개문이 실렸고, 《런던가제트》(1665)에도 신간 서적이나 출간 예정 작품에 대한 소개가 실리곤 했다. 신문이나 잡지의 발행자는 대개 출판업자였으므로, 이들이 간행물을 발행할 때 자사 책을 팔기 위한 지면을 할당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근대 초기에 서평은 문학 논쟁의 한 부분인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처럼 서적 내용을 독자에게 안내하고, 그 내용의 진실성을 따지는 서평 문화는 매우 드물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신간 정보가 꾸준히 게재되고, 서평이 주요 콘텐츠로 등장한 것은 18세기 이후다. 1731년 영국에서 창간된 《젠틀맨스매거진》엔 신간을 소개하는 꼭지가 있었고, 이어서 나온 《더먼슬리리뷰》(1749)와 《크리티컬리뷰》(1756)는 서평을 주로 싣는 전문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이 잡지들에서 현대적 의미의 서평 문화와 형식이 자리 잡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때의 서평은 주로 당대의 유명한 문인들이나 지식인들이 맡아 썼다.
테리 이글턴에 따르면, 비평가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매개자, 중계인으로서 일상적 담론을 형성하고 조절하고 받아들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19세기엔 계간지 형태의 서평 전문 잡지가 생겨났다. 《에든버러리뷰》(1802), 《쿼터리리뷰》(1809)는 문학 비평, 신간 안내 등을 게재하면서 지식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윤전기가 발명되고 기계 제지술이 등장하자, 주간지와 월간지가 쏟아져 나오면서 소설 연재가 시작되고, 비평들이 게재되기 시작됐다. 이에 발맞추어 프랑스에선 ‘공공 독서가’가 등장해서 활동했다. 이들이 오늘날 전문 서평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중 한 사람이었던 에밀 졸라에 따르면, 이들의 임무는 “파리에서 한 달에 인쇄되어 나오는 몇만 페이지를 누구보다도 먼저 읽고, 그렇게 하여 서점의 진열장에 나오기도 전에 그 모든 출판물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었다.
신문 문화면은 1800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생겨났다. 처음엔 연극 소식만 싣다가 점차 다른 예술 장르에 대한 뉴스도 전했다. 1830년대 이후엔 유럽 다른 나라의 여러 신문에도 문화 관련 고정면이 생겨났다. 1861년엔 최초로 서평(book review)이란 말이 신문 지면의 타이틀로 쓰였다. 이후, 정보와 오락을 함께 원하는 중산층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정기적으로 책 소개, 서평, 신간 광고, 소설 등이 일간지에 실리기 시작했다. 문화 저널리즘의 시작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찰스 디킨스는 신문 연재의 혜택을 듬뿍 누렸다. 미국 언론인 프랜시스 브라운은 말했다. 19세기는 “트롤로프, 디킨스, 새커리의 시대였고, 휘트먼, 롱펠로, 테니슨, 보들레르의 시대였고, 다윈과 헉슬리의 시대였고,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시대였고, 마크 트웨인, 헨리 제임스의 시대였다.” 이 위대한 작가들 이야기가 신문의 서평, 특집 기사, 편지 등을 통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출판과 신문의 결합, 즉 신문을 통해서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며 토론하는 것이 널리 퍼져나갔다.
본격적 의미의 신문 서평 지면은 1896년 10월 10일 《뉴욕타임스》에서 시작됐다. “오늘부터 신간 서평을 담은 별지 발행이 시작된다.” 《뉴욕타임스》는 서평 지면을 독립시켜 별지로 발행하고 구독을 유도했다. 이 과감한 시도는 여론주도층과 교양 독자층의 대대적인 호응을 얻었다. 서평 10꼭지, 신간 안내 목록, 오스카 와일드의 수감 생활 소식 등으로 구성된 이 지면의 성공은 신문 사업자들에게 책이라는 마법적 물건과 작가에 대한 소식이 독자를 끌어들이고, 광고주를 모아주는 강력한 문화 상품이라는 확신을 불어넣었다. 이후, 대다수 신문에서는 신간 안내, 서평 외에도 책에 관한 논쟁, 정기 칼럼, 출판계 동향에 관한 심층 분석을 게재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20세기 들어 서평 지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신문이 책이나 저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서평의 형식과 구조에 관한 지속적 개선도 나타났다. 출판에 대한 신문의 막강한 영향력은 20세기 말에 인터넷이 등장해서 누구나 서평을 게재하는 시대가 올 때까지 거의 10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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