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인이 새가 되기를 열망하지만, 시인이 되기를 열망하는 새는 없다.
미국의 시인 메리 루플의 산문집 『가장 별난 것』(민승남 옮김, 카라칼, 2024)에 나오는 문장이다. 시인의 탐조 일지 속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런 문장은 오랫동안 날고 싶었던 사람, 그러나 날지 못해서 절망한 사람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일찍이 호메로스는 “날개 돋친 말”이라는 수사를 썼다. 본디 뜻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와서 거침없이 상대에게 향하는 말이란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시를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시인은 일상의 언어에 날개를 달아 시로 변화시킨다. 같은 말이 다른 뜻을 머금을 수 있도록, 언어의 배후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언어의 신비를 풀어헤친다. 천사처럼 날개를 단 말, 우리 마음속 깊은 곳으로 날아드는 말, 우리 정신을 일깨우고 영혼을 황홀하게 하는 말이 시가 된다.
새가 되기를 바라는 시인이란 말을 보자마자, 나는 호메로스의 수사가 먼저 생각났다. 이는 시인의 본원적 열망이다. 그런데 새 쪽은 어떨까. 시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까. 그는 속삭이고 말을 걸면서 울지 않고, 무심히 지저귀며 저 하늘 위로 날아오를 뿐이다. 이 지독한 무심함이야말로, 어쩌면 새를 시인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한쪽엔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절망이 있고, 한쪽엔 저절로 시인인 자의 무정이 있다. 이 어긋남이 어쩌면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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