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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걷는 생각

폭염, 소리 없는 살인자

 

폭염은 하루 중 낮 최고 기온이 33℃ 이상일 때를 말한다. 폭염은 모든 기상 재해 중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다.

행정안전부의 ‘2019 재해연보’에 따르면 2018~2019년 자연재해 사망자는 폭염 78명, 태풍 21명, 호우 2명이었다. 1994년엔 폭염으로 3384명이 사망해 지난 100년간 단일 기상 재해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폭염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폭염은 태풍이나 호우와 달리 피해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고, 피해자 대부분이 노인, 1인 가구, 빈곤층이어서 관심을 끌지 못한다.

우리나라 폭염 관련 사망자 중 65%는 60세 이상 고령자이고, 나쁜 주거 환경, 낮은 소득 등 취약층 사망 위험도가 다른 계층보다 19.4%포인트 높다.

이는 『폭염 사회』에서 클라이네버그 뉴욕대 교수가 조사한 바와 일치한다. 95년 시카고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죽었을 때 사망자 대부분은 고립된 사회적 약자였다.

2010년 이후 폭염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특히 2016년, 2018년 두 해엔 폭염이 심해 사망자가 각각 17명과 48명, 일사병 등 온열 질환자도 2125명과 4526명에 이르렀다.

폭염에 따른 노동력 감소, 전염병 확산, 가축 집단 폐사,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 증가 같은 사회 문제도 심각하다.

폭염의 원인은 기후 재앙이다.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되먹임되면서 온난화를 일으킨 결과다. 더욱이 한반도 평균 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의 2배에 가깝다.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폭염 일수는 20일 늘고 사망 위험이 5% 증가함을 고려할 때, 적극적 기후 행동 없이는 2050년 무렵에는 여름 내내 40℃ 이상 폭염이 지속하고 사람들이 연일 죽어나가는 재앙을 맞을지 모른다. 갈수록 더워지니 올해 폭염은 앞으로 30년의 예고에 불과하다.

폭염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일으킨 재앙의 결과이고, 피해는 고령층·빈곤층에 집중되기에 사회적 재난이다.

인위적 재난은 우리가 행동을 바꾸면 없앨 수 있다. 탄소 배출량 감소, 저에너지 생활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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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답니다.

<중앙일보> 기고 중.

국내 사례 중심이라

깊게 소개하지는 못했으나,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 사회>(홍경탁 옮김, 글항아리, 2018)는 필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