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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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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_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보고 어제(4월 5일)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의 사회를 맡아서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김민기, 유은혜, 소병훈이 주최하고, 여러 출판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학습자료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한국아동출판협회, 한국학술출판협회 등이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는데, 이런 대규모 공적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경험은 별로 없어서 불의의 사단이 있을까 해서 조금은 긴장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마친 듯하다. 지난 1월 돌아가신 민음사의 박맹호 회장께서는 “책은 인간의 DNA”라고 한 바 있다. 책에 간직된 인류 정신의 정화야말로,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물려받고 물려주어야 하는 영원한..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문화일보》 서평. 이번에는 박숙자 선생의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를 다루었습니다.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2012)에 이어서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박숙자,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 읽으면서 가슴이 찢겼다.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고, 늙으신 어머니가 겹쳤다. 평생을 노동으로 자신을 증명했던 아버지는 ‘죽지 않은’ 태일이었고, 공장에서 ‘다행히’ 정년을 한 어머니는 상경하지 않은 영자였다. 달동네에서 자라 문학을 하고, 또 책을 만들며 살았던 나 자신은 이 책에서 다룬 준과 정우와 혜린의 정신적 파편이자 후예였다.준은 『광장』의 독고준이고, 정우는..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책 -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6) 일반적으로 책은 특정한 방식으로 읽도록 되어 있다. 책을 이루는 문장이 만드는 호흡은 읽기의 속도나 밑줄이나 메모의 유무 등을, 심지어 장소까지도 결정한다. 주말에 시골마을에서 읽으려고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6)을 챙겨 갔다. 올해 여섯 번째 책으로, 청탁과 관계가 없었으므로 그야말로 자유롭게 읽기 시작했다. 앞머리부터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들이 넘친다.“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낯선 사람과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공포와 굴복의 기록일 뿐 아니라 위험에 도전한 기록이다. 특히 호기심에 이끌려 저항한 기록이다. 호기심은 빛을 어둠으로 바꾸는 온갖 종류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길이고, 문제를 미세한 분자로 분해해서..
촛불 이후의 사회를 꿈꾸기 위한 책 -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서울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촛불 이후의 사회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을 한 권 추천하고, 그 이유를 짧게 달아 본 것이다. 마이클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김찬호 옮김, 글항아리, 2012) 자율. 자기 행동의 서사를 스스로 창조하고 실천하다. ‘촛불’과 함께 민주주의가 우리 스스로에게 명령되었다. 자율적 주체인 시민을 통치의 대상인 신민으로 여기는 어떠한 정치사회 시스템도 굳센 연대를 통해 곧바로 무력화할 것임을 우리는 선포했다. 아고라에서 자율적으로 평화를 이룩한 성숙한 시민의식에 바탕을 두고, 대의제 선거에만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공화(共和)의 원리를 국가와 사회 전반에서 시험할 때다. 지나치게 국가에 정향되고 과도하게 자본에 예속된 사회를 바로잡고, 벌어진 격차를 넘어서 대동(大..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회를 다시 쓰기 - 2016년 한국 출판시장의 흐름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2016년 출판시장을 몇 가지 흐름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회를 다시 쓰기2016년 한국 출판시장의 흐름 “18년 동안 사익을 한 번도 추구하지 않았다”는 인간-기계가 통치하는 세상은, 틀림없이 무참하고 무의미하며 불행한 지옥일 것이다. 욕망은 타자로부터, 타자를 통해서 비로소 도래한다. 욕망이란 항상 타자에 대한 욕망이기에,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한 온전히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 욕망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고 믿는 자는 자기 삶에서 타자를 뿌리째 뽑아 버린 괴물이다. 그런 존재는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자’인 신이거나, 누군가 프로그래밍해 주는 대로 살아가는 꼭두각시 기계일 수밖에 없다. 타자가 보이지 않기에 눈앞에서 어두운 물속으로 가라..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한국의 논점 2017』(북바이북, 2016)에 독서에 대한 글을 한 꼭지 실었다. 세밑에 이 책 전체를 훑어 읽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아마도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사회 변화를 위한 진짜 싸움이 한국사회 전체에서 분출할 것이다. 과도하게 국가에 예속되고 처참하게 자본에 기울어져 있는 한국사회를 개벽하는 치열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질 터인데, 광장의 촛불이 사회 전체로 옮겨 붙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챙기고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이룩할 앞으로의 싸움에서 이 책은 모든 촛불시민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쟁점들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런 책에 한 꼭지를 맡아서 기쁘고 또 부끄럽다. 아래에 글의 일부를 제목을 바꾸어 옮겨둔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퇴근 후에 노동..
2016년 출판계 키워드 요약 연말이면 한 해 출판계를 정리하는 글을 여기저기에 쓰게 된다. 올해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출판을 들여다보면서 보냈지만,이런 글을 쓸 때마다 몇 마디 말로 책의 풍요를 압축할 수 없어서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된다. 출판 전문지인 《기획회의》는 해마다 연말이면 출판계 키워드 30을 뽑아서 한 해의 출판을 정리한다.이 특집이 실린 《기획회의》 429호 여는 글에서 이를 요약해 보았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솟구침과 곤두박질의 롤러코스터에 적절히 올라타서 온갖 묘기를 부리는 일은 출판 편집자의 운명과 같지만, 올해는 유난히 일이 많고 말 또한 무성했다. 초연결사회에 걸맞게 순식간에 화제가 응집하고 소멸하는 ‘하이콘텍스트’ 시대가 열리면서 이에 따른 출판의 대응도 기민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앎에..
읽기의 힘에 대하여(서울 남대문중학교) 지난 월요일(10월 24일) 서울 남대문중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교사독서연구회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월계도서관에서 독서 관련 강연을 들었던 초안산숲속지역아동센터의 강지현 선생님께서 연결해 주셨다.우리는 어떻게 읽고 있는가, 또 왜 읽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사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고민해 온 바이고, 아직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관련 논문들과 저서들을 찾아 읽느라 책도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강연을 하면서 한자락 작은 확신이 들었다. 인간을 책 없이 살 수는 있겠지만, 그 삶은 아마도 대단히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책을 출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수였지만 열심히 들어준 남대문중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