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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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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들고 읽어라(Tolle, Lege) _ 읽기의 힘에 대하여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고백』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묻는다. 인생 전체가 비틀린 것 같은 지독한 불안에 사로잡혀 안절부절못하면서 그는 정원을 이리저리 서성인다. 마음이 좀처럼 답을 얻지 못하고 미몽(迷夢)이 길어질 때, 문득 옆집에서 아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톨레 레게(Tolle, Lege)!”집어들고 읽어라. 하느님은 천사를 통해 계시하지 못할 때, 흔히 아이의 입을 빌리곤 한다. 읽어라. 희망 없는 좌절이 길어질 때, 해답 없는 절망이 연이어질 때, 하느님은 말한다. 집어들고, 읽어라.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서를 다시 읽었다. 성서를 읽은 후 신의 목소리를 듣고, 교회를 다시 써서 세계의 기울어진 축을 바로 세웠다.읽기는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신 없이 신의 언어..
한국인은 어떻게 읽는가 _ 2016 독서콘퍼런스,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발표 요약 한국인은 어떻게 읽는가2016 독서콘퍼런스,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발표 요약 강릉에서 열린 ‘2016 독서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의 발표와 토론 발제를 요약하고, 현장에서 들었던 제 느낌을 살짝 덧붙여둡니다. 김은하 대표의 발표는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2015)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실천 중심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2016)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두 논문은 정책적 시사점이 상당히 다를 수 있는 연구인데, “어떻게 ‘비독자’를 ‘독자’로, ‘간헐적 독자’를 ‘습관적 독자’로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로 집약되어 연결되면서, 한국의 독서정책 또는 독서운동에서 중요한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책 읽는 독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_ 2016 독서콘퍼런스 100분 토론 요약 책 읽는 독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2016 독서콘퍼런스 100분 토론 요약 강릉시에서 열린 2016 독서콘퍼런스 100분 토론의 사회를 보러 갔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독서 운동가, 연구자, 도서관 사서 등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어울려 이틀 동안 여러 주제를 두고 세션 별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후, 이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자리였다. 독서동아리 회원들도 다수 참여하여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2016 독서 컨퍼런스 자료집』에 실린 「책을 사랑했던 민족,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에서 성균관대 철학과 이종관 선생은 ‘인생의 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는 선물은 책과 함께 책이 열어 주는 의미 세계에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들이 ..
[문화일보 서평] 동물원에서 인간과 역사를 성찰하다 _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어크로스, 2016)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대만의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2016)입니다. 동물원의 역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탐색하는 책입니다. 동물원 마니아로서 기회 닿으면 이런 기행을 다녀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웠다는 뜻입니다. 지면 관계상 조금 줄여서 실렸기에, 아래에 《문화일보》 서평을 원본대로 옮겨 둡니다. 아름다운 문체로 쓰인 글을 읽으면 언제나 질투부터 난다. 특별히 그 문체가 풍요로운 지식과 신선한 감각과 예리한 통찰을 한꺼번에 견디려고 이룩된 것일 때에는 속에서 불이 솟는 기분이 든다. 거기다 나이까지 나보다 어리면 신진을 만난 기쁨과 헛삶에 대한 슬픔이 섞이면서 만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
베스트셀러 1위 장기 독주, 슈퍼베스트셀러의 소멸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나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장기적으로 독점하면서, 판매량을 누적해 결국 밀리언셀러에 오르는 현상(슈퍼 베스트셀러 현상)이 사라진 데 대한 출판계 지인들의 관심이 큰 것 같다.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의 「베스트셀러 1위 장기 독주가 사라진다」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의 「베스트셀러 1위 장기 집권 시대 끝났나」라는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이러한 ‘슈퍼 베스트셀러’의 갑작스러운 소멸은 출판산업과 관련한 잠재적 질문을 여러 가지 동반한다. 첫째,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나타난 이와 같은 현상은 특이한 현상인가, 아니면 정상적 과정인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특정 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독점하는 현상이 ‘어떤 특이한 시기’를 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장기적으로 오를 수는 있..
[서울도서관] '책, 공동체를 꿈꾸다展' 읽기는 행복한 인생에는 풍요를 부풀리고, 허무한 인생에는 살아가는 힘을 줍니다.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가 연주하는 유일한 예술이자 신비로운 공연으로서 삶의 높이와 깊이를 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읽기의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긴 글을 깊이 읽는 문화는 반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위기는 오직 읽기를 통해서 쌓아올린 정신의 힘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 현장을 떠나면서 읽기를 퍼뜨리는 것을 저의 남은 소명으로 생각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한국일보》와 책사회가 함께 진행하는 기획 ‘책, 공동체를 꿈꾸다’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랫동안 같이 책을 읽어온 분들을 만나서 ‘읽기의 참된 가치’를 확인하고, ‘같이 읽기’라는 운동을 통해 자발적 ‘독서공동체’..
모든 책은 스승이다(서울신문 칼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신문에 짧은 에세이 하나를 썼습니다. 인생 스승이 된 책을 소개해 달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책이 떠올라서 괴로워하다가 아예 모든 책은 스승이라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
당신의 독서동아리는 어떤 유형인가요? _김은하의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학교도서관저널, 2016) 산 속에서 혼자 읽는다 하더라도, 책 읽기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간접적으로 만나는 경험입니다. 책 읽기는 근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체험이지요. 함께 읽기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만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입니다 다른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이 새로운 차원은 흥미로운 세계를 열어 줍니다. 책의 세계라는 ‘타자’에, 나 아닌 독자라는 ‘또 다른 타자들’이 더해지기 때문이지요. 같은 책인데도 사람들마다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느낌, 경험, 질문이 조금씩 다릅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읽힙니다. 사람마다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책이 어떻게 각자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달라집니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사는 동료로서 서로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기도 하지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