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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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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문화에 대한 단상 1 읽기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은 인간을 지나치게 읽기만 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자체가 거의 텍스트 덩어리이므로 이는 당연하다. ​ 2 읽기는 늘어났지만, 독서는 줄어들었다. 출판은 더 이상 읽을거리의 최상위 공급자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책, 신문, 잡지 등 출판산업이 공급하는 상품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여가 중 독서 시간, 도서관 이용률 및 대출률, 서점 방문 비율 등도 마찬가지다. 그 하락 추세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현저하다.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킬 방법은 솔직히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잘해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내 생각엔 아마 꾸준히 하락하다가 성인 독서율 30~35%에서 정체 상태에 접어들 것 같다. 한 사회의 3분의 1 정도는 책을 통한 자기 수양이 중..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질까 (1) 생물학적 의미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은 약 2만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도 우리만큼 똑똑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구석기 시대의 (현대적) 뇌와 같다. ​ (2) 변화한 것은 뇌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경험을 축적하고 전달하며 학습하고 활용하는 문화적 역량이다. 기호와 문자의 발명은 인간과 동물의 문화적 역량을 가르는 결정적 사건이다. ​ (3)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현재 인간 뇌의 일반적 배선 상태는 구석기 인간의 일반적 배선 상태와 다르다. 문화적 역량은 인간 뇌의 물리적 배선 상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4) 인간은 자기 규율을 통해서 집단 및 주변 환경에 더 적응하기 쉬운 방식으로 자신을 길들인다. 뇌를 문화에 맞추어 길들이는 것은 인간 지능 발달에..
비독서 시대 오늘날 글은 읽지만 책은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 읽기와 책 읽기는 다르다. 비독서는 우리 정신에서 많은 것을 소실시킨다. 책은 관조(theoria) 미디어다. 책은 종합적 분석, 비판적 통찰, 느린 지혜, 섬세한 감각을 주고받으려고 진화한 기계다. 독서는 독특한 읽기 양식을 요구한다. 천천히 읽기(Slow Reading),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 다시 읽기(Re-reading) 등을 충분히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하며, 다양한 상황에 꾸준히 적용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읽을’ 수 없다. 독서는 무척 힘들기 때문에, 일단 비독자가 된 사람 중에 스스로 독자가 된[독자로 되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훈련되기 전에는)..
독서의 가치 _블로그, 잡지, 책 중 어떤 걸 읽는 게 더 좋을까? 평균적인 성인의 독서 속도는 1분에 약 250단어다. 평균적인 블로그 게시글은 약 800단어이므로 게시글을 읽는데 3분 30초가 걸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들여서 독자는 무엇을 얻을까? 내 경우로 보자면 독자는 저자의 약 사흘치 노력을 얻는다. 일반적인 블로그 게시글 하나를 쓸 때 나는 1.5일을 들여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조사 작업을 하고 다시 1.5일을 들여서 원고를 쓴다. 조사 작업은 주로 책과 기사를 읽는 것으로 채워진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나누는 대화도 포함된다. (중략) 이것이 바로 가치의 교환이다. 독자는 3분 30초를 들여서 저자의 노력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 (중략) 잡지의 기사를 살펴보자. 나
상처의 독서(황정은) 책 중에 특히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읽는 사람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쳐요. 저는 그게 좋습니다. 예컨대 르포 기록 노동자들의 책을 읽는 경험은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를 생각하게 하고 타인을 대하는 마음과 타인의 사정을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해요. 저는 그런 책들의 도움으로 너무 무감한 존재가 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 고통을 담은 책을 읽을 때 내가 상처받는 이유는 상처 입은 누군가가 이미 있기 때문이니까, 저는 그런 독서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감당하고 싶어요. _ 황정은(채널 예스 인터뷰 중에서) ===== 요즘 황정은이 깊게 탐구하고 있던 것은 '상처'의 문제다. 타자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응시했을 때, 자기 안에서 변화하는 것을 성실히 좇고 기록해서 이야기로 만들기. 이는 지극히 염결한 ..
완독가 끝까지 읽는 사람. 무조건 샅샅이 읽는 사람. 완독가는 글자를 읽는다. 단어나 문장이 아닌 글자를. 마침표와 쉼표를 포함해 종이에 배열된 기호를 빠짐없이 읽는다. 모든 기호에 한 번 이상 시선이 닿게 하는 것. 그것이 완독가의 목표다. 완독가는 독서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는다. 유익한 정보를 습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재미라든가 쓸모 같은 것은 완독가의 시야에 없다. 완독가는 완독이라는 행위를 위해 책을 손에 든다. (중략) 완독가는 등반가와 다르다. 차라리 보도블록의 금을 모조리 밟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책에 꽂힌 사람. 완독이 끝나도 성취감이나 희열은 따라오지 않는다. 책을 덮으면 모래벌판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든다. _ 신해욱, 『창밖을 본다』(문학과지성사, 2021)..
독서, 고독한 싸움 우리가 그 책에 다가가는 도중에 아무리 꼬불꼬불 구부러지고 빈둥빈둥하고 우물쭈물하고 어슬렁어슬렁하더라도 최후에는 고독한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_버지니아 울프
20대의 독서 - 예스24에서 발표한 올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도서 구매 비중은 전년 대비 0.4%p 정도 감소. 전년에 비해 50대∼60대의 구매 비중이 증가한 반면, 이를 제외한 10대∼40대 모두 전년에 비하여 도서 구매 비중이 감소 - 관심 있는 이슈가 있다면 20대 독자들은 기꺼이 책을 구매하고 있음. (예) 2016년 페미니즘 이슈, 2020년 비대면 대학 교재(?) 등... -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20대들이 많이 산 책 200위를 살펴보니 수험서/자격증 45종, 고등참고서 35종, 외국어 분야 33종, IT 모바일 15종으로, 절반이 넘는 128종이 모두 교재성 도서.... ㅜㅜ - 예스24는 지난해 12월 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20세∼39세 집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의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