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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6] 내자송(內自訟) _안으로 자신과 소송하다 5-27 공자가 말했다. “끝이로구나! 자기 잘못을 알아서 안으로 자신과 소송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子曰, 已矣乎!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 공자가 언제 이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말년일 것이다. 주희는 내자송(內自訟)을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에서 스스로 허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잘못하면 고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는 「학이」 편의 말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면서 입에 붙이는 것보다 내면의 법정에 세워서 양심을 따라 따져 묻는 일이 더 뉘우침이 간절할 것이다. 따라서 안으로 자신과 소송하는 자는 잘못을 반드시 고칠 뿐만 아니라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가망이 높다. 주희의 학설이다.리쩌허우는 내자송을 증자..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5]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 _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 주고 싶다 5-26 안연과 계로가 공자를 모실 때 일이다. 공자가 말했다. “각자 너희들이 품은 뜻을 말해 보겠느냐?” 그러자 자로가 말했다.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을 벗들과 나누어 쓰다가 닳아 없어져도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연이 말했다. “잘하는 일을 떠벌이지 않고, 힘든 일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뜻을 듣고 싶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 주고 싶다.” 顔淵季路侍. 子曰, 盍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裘與朋友, 共敝之而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어떤 삶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가. 앞에 올 자기 삶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리는 일이면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4] 교언영색주공(巧言令色足恭) _훌륭한 말솜씨와 잘 꾸민 얼굴빛과 지나친 공손함을 부끄럽게 여기다 5-25 공자가 말했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공손함이 지나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생각한다.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나 역시 부끄럽게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배병삼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새긴다. 말솜씨가 좋고 얼굴빛을 잘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자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자신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니 겉과 속이 다름을 뉘우침”이요, 마음에 원망을 숨기고 그 사람과 벗하는 처세를 수치로 여긴 것은 “남을 대하는 태도의 이중성을 부끄러워함”이다. 전자는 자기 행동에 대한 성찰, 곧 충(忠)이고, 후자는 타자에 대한 자기 성실성의 성찰..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3] 숙위미생고직(孰謂微生高直) _누가 미생고를 곧다고 하는가? 5-24 공자가 말했다. “누가 미생고가 곧다고 하느냐?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려 하니, 이웃집에서 얻어다 그에게 주었다.”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미생고는 곧은 사람으로 이름나 있었다. 미생고는 애인과 약속을 지키려고 장마철에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끝내 불어나는 물에 빠져 죽은 미생(尾生)의 설화와 관련 있는 사람이다. 즉, 목숨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말을 지키려 했으니 미생고는 곧은 사람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공자가 생각하는 곧음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왔을 때 자기 집에 식초가 없자 미생고가 이웃집에 가서 식초를 대신 얻어다 건네준 일이 있었다. 공자는 이 일을 예로 들면서 미생고가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고 품평한다. 아름다운 이름..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2] 불념구악(不念舊惡) _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지 않다 5-23 공자가 말했다.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을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다.” 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어떤 삶이 훌륭한 삶인가? 백이와 숙제는 원칙 있는 삶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는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절개를 높이 사지 않았다. 그 대신에 공자는 용서할 줄 아는 사람, 즉 어떤 사람이 옛날에 저지른 잘못을 따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높이 샀다. 그리고 공자는 그들을 일컬어 “인을 구하여 인을 얻은 사람”이라고 추앙했다. 이로써 우리는 인한 삶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섭적의 말처럼, 원망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과 같았지만 스스로 즐거워하여 원망을 없앰으로써 보통 사람과 달라야 비로소 인으로..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1] 오당지소자(吾黨之小子), 광간(狂簡) _우리 고을 젊은이들은 뜻은 크지만 5-22 공자가 진나라에 있을 때 말했다. “돌아가야겠구나! 돌아가야겠구나! 내 고향 젊은이들은 뜻은 크디크고 문장은 빛나지만 이를 마름질할 줄 모르는구나.” 子在陳, 曰, 歸與! 歸與! 吾黨之小子, 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거대한 물길을 앞두고 이렇게 말한 후, 공자가 고향 노나라로 돌아가 젊은이들을 가르치려는 결심을 한다. 그로부터 ‘스승과 제자의 탄생’이라는 공자의 진짜 혁명이 시작된다. 공자는 세상에서 정치를 통해 직접 뜻을 펴려 했으나 오랫동안 부질없이 천하를 떠돌았을 뿐이다. ‘상갓집 개’라는 비웃음을 들을 정도로 적절한 시대를 만나지 못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공자는 떠돌아다닌 지 열네 해 만에 진나라에서 마침내 더 이상 정치로는 뜻을 펴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때마침 노나라에서도 ..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0] 기우불가급야(其愚不可及也) _ 그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 5-21 공자가 말했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를 드러내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음을 보였다. 그 지혜는 따를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 子曰, 甯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은둔과 출사의 때를 잡는 일은 정말 어렵다. 공자는 위나라 대부 영유의 예를 들어 나아감과 물러섬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영유에 대한 공자의 품평은 세간의 상식을 파괴한다. 흔히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는 뒤로 물러서 몸을 지키고, 세상에 도가 바로 섰을 때에는 나아가 뜻을 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유는 반대로 행하면서 살았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될 때에는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 공적을 자랑할 일을 하지 않았다. 흐르는 대로 두어도 세사가 이치에 맞을 것이기에 굳이..
[시골 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9] 공야장(公冶長) _공자의 사위 이야기 5-1 공자가 공야장을 두고 이야기했다. “사위 삼을 만하다. 비록 옥에 갇힌 몸이지만, 그의 죄는 아니다.” 그러고는 자기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縲絏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공자는 제자들을 평하면서 가장 먼저 사위인 공야장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그가 범죄 혐의로 옥에 갇힌 사람임을 환기한다. 고대에는 연좌의 위험이 있었기에, 죄인과 인척을 맺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야장의 어떤 점을 좋게 보았기에 공자가 딸을 시집보낼 만하다고 말했는지는 문장에서는 알 수 없다. 공야장이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자가 이런 사람에게도 딸을 시집보낸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자는 사람 보는 눈이 아주 비범했던 것이다. 공자는 세간의 눈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