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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덕이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德者本也, 財者末也) 『시경』에 이르기를, “은(殷)나라가 아직 백성(의 마음)을 잃지 않았을 때 능히 하늘의 짝이 될 수 있었네. 마땅히 은나라를 살필지어다. 큰 명(命)은 (지키기) 쉽지 않으니.”라고 했다. (이는) 뭇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뭇 사람(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군자는 먼저 덕을 삼가는 것이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으면 땅이 있고, 땅이 있으면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으면 쓰임이 있는 것이다. 덕이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 근본을 멀리하고 말단을 가까이한다면, 백성들을 다투게 하고 빼앗음을 베푸는 꼴이다. 이런 이유로 재물을 모으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을 흩으면 백성은 모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말이 어그러져서 나가면 또한 어그러..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최당(崔讜)의 마상기인(馬上寄人, 말 위에서 사람에게 주다) 말 위에서 사람에게 주다 최당(崔讜, 1135~1211) 한 번 이별하고 한 번 만남이 있다면,잠시 헤어지는 것이 또 어찌 상처가 되랴.마음으로 다시 못 볼 걸 알기에,애가 끊어지고 또 끊어지네. 馬上寄人 一別有一見,暫別又何傷.情知不再見,斷腸仍斷腸. 최당은 고려 중기 문인입니다. 관직에 나아갔다 은퇴한 후 친구들과 기로회(耆老會)를 조직해서 시와 술을 즐겼기에 지상선(地上仙)이라 불렸다는 말이 전합니다. 이 시는 이별의 정을 노래한 별시(別詩)입니다. 임을 두고 떠나가는 말 위에서 헤어지는 마음을 담아 남긴 시입니다. 헤어짐의 아픔을 담은 시의 정조가 솔직하면서도 애절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돌아옴을 아는 이별은 슬퍼도 슬프지 않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별은 상처가 아니라 추억을 남길 뿐..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고조기(高兆基)의 산장우야(山莊雨夜, 산장에 밤비는 내리고) 산장에 밤비는 내리고 고조기(高兆基, ?~1157) 어젯밤 송당(松堂)에 비 내렸는지시냇물소리 한 자락 베갯머리 서쪽으로 흘렀네.새벽에 뜰 앞의 나무를 쳐다보니잠든 새가 아직 둥지를 떠나지 않았구나. 山莊雨夜 昨夜松堂雨,溪聲一枕西.平明看庭樹,宿鳥未離棲. 맑고 깨끗한 시입니다. 한 폭 산수화를 보는 듯합니다. 글자를 늘어놓았을 뿐인데, 눈으로는 새벽 풍경이 선연히 보이고 귀로는 물소리도 들려오니 저절로 감탄이 돋습니다. 시골의 새벽은 새소리로 가득합니다. 소쩍새, 부엉이 같은 밤새들 울음이 잦아들 때쯤이면, 닭이 울어 젖히고 낮새들이 서둘러 일어나 벌레 잡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제주 출신의 고려시대 시인 고조기가 맞은 이 새벽은 유난히 고요합니다. 풀벌레조차 울음을 잊은 듯 적막합니다. 그때, 시인은..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민지부모(民之父母, 백성의 부모) 『시경』에 이르기를, “즐겁구나, 군자여, 백성의 부모로다.”라고 했다.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하니, 이런 이를 백성의 부모라고 부른다. 『시경』에 이르기를, “우뚝하구나, 저 남산(南山)이여, 바위만 첩첩하도다. 밝디밝구나, 태사(太師)와 윤씨(尹氏)여, 백성들이 모두 그대들을 우러르는구나.”라고 했다. 나라를 가진 사람은 삼가지 않을 수 없으니, 치우치면 천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詩云, 樂只君子, 民之父母. 民之所好好之, 民之所惡惡之, 此之謂民之父母. 詩云, 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 전(傳) 10장을 계속 읽겠습니다. 오늘 읽을 부분은 『시경』의 구절을 빌려 혈구(絜矩, 자로 헤아림)의 도를 해설합니다...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김부식(金富軾)의 대흥사에서 소쩍새 울음을 듣다(大興寺聞子規) 대흥사(大興寺)에서 소쩍새 울음을 듣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 속세 손님의 꿈은 이미 끊어졌는데,소쩍새는 울다가 또 흐느끼네.세상에 이제 공야장(公冶長)이 없거늘,누가 알겠는가, 마음에 맺힌 한을. 大興寺聞子規 俗客夢已斷,子規啼尙咽. 世無公冶長, 誰知心所結. 김부식은 고려 인종 때 문인으로 『삼국사기』를 지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장이 뛰어나고 시에도 밝았습니다. 묘청(妙淸), 정지상(鄭知常)이 주도한 서경(西京, 평양) 천도 운동을 저지하고 이들이 난을 일으켰을 때 진압한 공로로 정권을 잡아서 정치를 좌지우지했으며, 말년에는 스스로 정계에서 은퇴했습니다. 사후에 무신의 난이 일어났을 때, 그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의 목을 베었을 만큼 문벌 귀족의 상징이었습니다. 대흥사(大興寺)는 개..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혈구지도(絜矩之道, 자로 헤아리는 길) 이른바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다는 말은,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답게 대접하면 백성들이 효심을 일으키고, 윗사람이 웃어른을 웃어른으로 대접하면 백성들이 공손함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외로운 이들을 구휼하면 백성들이 배반하지 않을 것이니, 이 때문에 군자는 혈구(絜矩, 자로 헤아림)의 도를 갖춘다고 하는 것이다. 윗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뒷사람을 이끌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왼쪽 사람을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오른쪽 사람을 사귀지 말라. 이것을 혈구의 도라고 일컫는 것이다. 所謂平天下在治其..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장연우(張延祐)의 한송정(寒松亭)에서 부르는 노래(寒松亭曲) 한송정(寒松亭)에서 부르는 노래 장연우(張延祐, ?~1015) 한송정 밤에 달빛은 밝고,경포대 가을은 물결이 고요하네.슬피 울며 오락가락하나니믿음 있는 갈매기 한 마리가. 寒松亭曲 月白寒松夜, 波安鏡浦秋. 哀鳴來又去, 有信一沙鷗. 이 시는 지명(地名)이 들어 있기에 배경 지식이 없으면 해독되지 않습니다. 첫째 구절의 한송(寒松)은 ‘차가운 소나무’가 아니라 강릉에 아직도 남아 있는 정자인 한송정(寒松亭)을, 둘째 구절의 경포(鏡浦) 역시 ‘거울 포구’가 아니라 강릉의 호수인 경포대(鏡浦臺)를 뜻한다는 것을 모른다면 엉뚱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 구절에서 월백(月白)은 ‘달빛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구름 한 조각 없는 맑은 밤하늘에 달이 휘영청 떠올라 교교히 비추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밤은 달..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의기가인(宜其家人, 그 집안 사람들과 잘 지내리) 『시경』에 이르기를, “복숭아는 탐스럽고, 그 잎은 무성하네. 이 딸이 시집가니, 그 집안사람들과 잘 지내리.”라고 했다. 그 집안사람들과 잘 지낸 이후에야 가히 그로써 나라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형 노릇도 잘하고, 아우 노릇도 잘하네.”라고 했다. 형 노릇도 잘하고 아우 노릇도 잘한 이후에야 가히 그로써 나라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그 거둥이 어그러지지 않으니, 이 사방 나라들이 [본받아] 바르게 되리라.”라고 했다. 그 아비 됨과 아들 됨과 형 됨과 아우 됨이 본받을 만한 이후에야 백성들이 그를 본받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함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詩云, 桃之夭夭, 其葉蓁蓁. 之子于歸, 宜其家人. 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