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공자가 말했다.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나쁜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을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다.” 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어떤 삶이 훌륭한 삶인가? 백이와 숙제는 원칙 있는 삶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는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절개를 높이 사지 않았다. 그 대신에 공자는 용서할 줄 아는 사람, 즉 어떤 사람이 옛날에 저지른 잘못을 따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높이 샀다. 그리고 공자는 그들을 일컬어 “인을 구하여 인을 얻은 사람”이라고 추앙했다. 이로써 우리는 인한 삶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섭적의 말처럼, 원망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과 같았지만 스스로 즐거워하여 원망을 없앰으로써 보통 사람과 달라야 비로소 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배병삼은 백이와 숙제의 죽음을 ‘인의 실현’이라는 인간으로서 마땅한 일을 행한 것으로 이해한다. 비범도 아니고 비상함도 아닌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간의 이치를 구현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그 삶은 정녕 비범했느니, 아아, 지금은 요순의 때가 아니어서 사람의 가뿐한 도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주 어려워진 세상이라서 그런 것일까.
자왈(子曰), 백이숙제(伯夷叔齊), 불념구악(不念舊惡), 원시용희(怨是用希).
백이숙제(伯夷叔齊)는 『사기 열전』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인물들로,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멸망시키자, 주나라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지 않으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다가 끝내 굶어 죽었다. 사마천 이후 절개의 상징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절개가 높았던 이들이기에 이들은 조금이라도 틀어진 사람과 함께 있지 못했다. 맹자에 따르면, “악인의 조정에 서지 아니하며, 악인과 더불어 말하지 아니했다.” 심지어 “고향 사람들과 있을 적에는 관을 바로 쓰지 않았으면 돌아보지 않고 가 버리기를, 마치 더러운 물이라도 들듯 했다.” 따라서 백이와 숙제는 악을 극도로 미워했으며, 조금도 어울리지 않으려 했다. 이런 이들은 청(淸, 맑음)할 수는 있어도 인(仁)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공자로부터 어질다는 평을 들었는데, 이는 그들이 불념구악(不念舊惡)했기 때문이다.
불념구악이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그 잘못을 고치면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모기령은 구악을 오래된 원한이라고 풀이했다. 리쩌허우는 ‘과거의 원수를 기억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 “중국의 정의관은 항상 ‘조화’에 착안하고 그 실제적 효용과 효과를 중시하지, 반드시 시비곡직을 판단하여 ‘공평하게’ 처벌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시용(是用)은 시이(是以)와 같은 뜻으로 ‘이로써’ ‘이 때문에’의 뜻이다. 원시용희(怨是用希)는 해석이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황간은 백이와 숙제가 남을 원망함이 적었다는 뜻으로 새겼고, 형병과 주희는 다른 사람이 백이와 숙제를 원망함이 적었다는 뜻으로 보았다. 리링은 「술이(述而)」 편에 나오는 문장, 즉 “인을 구하다가 인을 얻었는데, 또 무엇을 원망했겠느냐”(求仁而得仁, 又何怨)를 전거로 삼아서 이 문장의 주어는 백이와 숙제라고 보아서 황간의 풀이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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